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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천의 명인들 건강장수비결(40):백사 이항복(下)

풍월 사선암 2014. 11. 27. 12:37

정지천의 명인들 건강장수비결(40):백사 이항복()

 

돈안들고 자손대대로 장수하게 만든 비결

 

이항복은 청빈하고 검소하게 생활한데다 유머도 있었지만 워낙 어려운 시기를 지냈고 매섭게 추운 북방으로 귀양 가는 바람에 장수하지 못했지만 후손들은 대부분 장수했습니다. 그것은 이항복의 유머가 후손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이항복의 유머는 어느 정도였을까요? 임진왜란을 당하고 다음 달에 이항복은 불과 37세의 나이로 병조판서(국방부장관)의 중임을 맡았습니다. 나라 땅의 끝까지 피난을 가서 언제 국경 밖으로 내몰릴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던 의주 행재소에서 이항복이 한마디씩 던진 우스갯소리는 선조와 대신들을 웃게 만들어 잠시나마 긴장을 풀어주었다고 합니다.

 

이항복은 농담, 재담이 전매특허인 유머꾼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처칠수상도 유머가 풍부할수록 위기에 강하다고 하였죠. 나라가 결딴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이항복이 익살과 해학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고, 그랬기에 뛰어난 외교 솜씨를 발휘하여 전쟁 중의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었던 것입니다. 조선시대에 이항복처럼 해학과 풍자가 뛰어난 인물도 드물다고 할 정도였기에 그에 관한 많은 얘깃거리가 전해오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항복은 농담, 재담이 전매특허인 유머꾼이었다고 할 수 있으니 요즘으로 본다면 인기 개그맨 수준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백사 이항복과 윈스턴 처칠.

 

이항복 후손들의 장수와 유머

 

이항복의 유머는 후손들의 삶에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항복은 사람들과 어울려 재담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을 했으니 그의 인맥은 엄청 넓었을 것이고, 집안사람들에게도 그의 면모가 발휘되었을 것입니다. 유머가 있는 분위기에서 웃음과 더불어 살아온 후손들은 어려움에 처했어도 여유를 잃지 않으며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삶의 지혜를 스스로 터득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폭넓은 교유 관계를 가졌을 것이니 벗들과 잘 어울린 것도 장수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면 그것이 바로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제가 되기 때문이죠. 실제로 웃음이 면역력 증강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정신신경 면역학에 의하면 스트레스와 불안, 초조, 욕심 등은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면역력이 억제되고, 웃음은 부교감신경을 항진시켜 면역력이 증강된다고 합니다. 웃으며 삽시다. 그렇지만 너무 많이 웃거나 억지로 웃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장수와 유머의 연관

 

미국의 보스턴 의대 신경과 마저리 실버 교수팀은 백세가 넘게 장수하는 사람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사고와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등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공통점이 많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백세 넘게 사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건강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흡연, 운동, 교육 수준, 사회적 지위 등 어느 항목에서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50년 동안 하루에 두 갑 이상의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었고, 집안 일 외에는 따로 운동이라곤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죠. 건강에 관련된 특징적인 공통점이 별로 없지만 모두들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잘 웃는다는 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경주이씨 백사공파의 장수는 이것과 연관되지 않나 싶습니다.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면 그것이 바로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제가 되기 때문이죠.

 

억지로 웃거나 심하게 웃는 것도 좋을까?

 

영국 옥스퍼드대와 브링엄대 공동 연구팀은 웃음이 신체에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영국의학저널(2013년 크리스마스판)’에 발표했습니다. 1946년부터 게재된 웃음이 주는 신체 영향에 관한 논문을 분석한 결과 긍정적인 영향도 주지만 자칫하면 신체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제시한 것이죠. 특히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이 갑자기 크게 웃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는데, 어느 심장병 여성은 갑자기 폭소를 여러 차례 한 후 심장 파열에 이르러 사망했다고 합니다. 또한 갑자기 호흡을 들이마시면서 웃는 웃음은 천식을 유발할 수 있고 과도하게 웃으면 두통, 간질성 발작, 탈장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중용(中庸)과 조화(調和)를 기본으로 하는 한의학에서도 당연히 어느 감정이든 지나치면 해로운 것으로 봅니다. 당나라의 명의로 102세까지 장수했던 손사막(581~682) 선생의 양생 장수비법에 12가지를 적게 하라는 것이 있는데, 많을수록 좋다고 알려져 있는 즐거움, 기쁨, 좋아함은 물론이고 웃음도 적게 하라고 했습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탈이 생기기 때문이죠. 한의서에는 심장에 나쁜 기운이 많으면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심장병의 외부적인 증상은 얼굴이 붉고 입이 마르며 잘 웃는다등 심장의 이상에 의해 웃음이 많이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실제로 중풍에 걸린 환자 중에 이유 없이 자꾸 웃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슬프고 우울한 감정이 지나치면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니고 하나이기에 감정은 우리 몸 오장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화내는 것은 간장, 기쁜 것은 심장, 생각하는 것은 비장, 두려움이나 놀라는 것은 신장에 연계되고 슬픔과 근심은 폐와 연계됩니다. 그래서 우울하고 슬픔에 빠져 지내는 사람은 폐 건강이 좋지 못한 편이죠. 슬픔이 생기면 폐포엽이 모두 위로 들려서 인체 상부의 기도를 막아버리기 때문에 기()가 흩어지지 못해 열기가 흉중에 머물러 기가 소모되어 버립니다.

 

만약 근심, 걱정과 슬픔이 지나친 경우가 계속되면 기운을 아래로 내려가게 하여 한숨이 나오게 하고 폐 기운을 손상시킵니다. 그래서 폐가 있는 어깨 부위가 축 쳐지게 되고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집니다. 이어서 간장, 심장, 비장까지 상해서 몸과 마음이 크게 나빠져 중병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특히 근심과 슬픔이 심하면 기의 소통을 막아 기울(氣鬱)을 일으키는데, 이렇게 되면 폐가 크게 상하게 되고 의욕도 떨어져 생기가 없게 됩니다. 게다가 폐에 병이 생기면 다른 장기에 비하여 유달리 빠르게 진행되고 다른 곳으로도 빠르게 옮겨지게 되는 것이 문제죠. 실제로 폐암의 진행은 다른 암에 비해 매우 빠릅니다. 그것은 폐가 우리 몸을 순환하는 기()를 주관하기 때문이죠.

 

지나친 감정은 다른 감정으로 조절해야

 

특정한 감정이 지나칠 경우 다른 감정으로 조절해 감정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동의보감>에 오행(五行 : 木火土金水)의 상극(相剋) 관계에 따라 감정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나옵니다. 근심과 슬픔은 오행 중에서 금()에 속하므로 화극금(火克金)’에 의하여 상극이 되는 화()로 누그러뜨릴 수 있습니다. ()에 속하는 기쁜 감정이 근심과 슬픔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 우울하고 슬플 때는 크게 웃고 나면 마음이 풀어지게 됩니다. 코미디, 개그를 보면 되는 것이죠. 특히 가을은 오행 중에 금()에 속하므로 우울한 감정이 많은 편이니 웃는 일이 자주 있으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조선의 임금들도 막중한 국사의 중요 사항을 결정해야 하고 신하들의 도전, 그리고 왕비와 후궁 및 왕자들의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가 엄청났는데, 내시 중에 웃음내시가 있었다고 합니다. 웃음내시는 오로지 임금을 웃기는 일을 맡았으니 웃음거리를 이야기해 주거나 웃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줌으로써 왕의 스트레스와 근심을 풀어주는 역할을 맡았던 것이죠.

 

웃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웃음이 명약이란 사실은 틀림없지만 모든 감정을 웃음으로 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화가 많이 나서 간장이 상하게 될 때는 웃기보다 오히려 슬프고 비극적인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화를 내는 것은 목()에 속하는데 금()에 해당되는 슬픈 감정이 금극목(金克木)’으로 억제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크게 화날 때는 웃을 것이 아니라 울어버려야 마음이 풀어지고 속이 후련해지면서 가라앉게 됩니다.

 

가난한 살림살이로 온갖 짜증날 일이 많았던 70년대에 주부들은 밤이면 이웃집의 흑백 TV 앞에 모여 앉아 멜로드라마를 보면서 눈물 흘리며 그날그날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바람에 화병(火病)이 생기는 것도 어느 정도 예방이 되었을 겁니다. 한편, 기쁨이 넘쳐서 주체할 수 없을 때에는 공포 영화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쁨은 화()에 해당되는데 수()에 해당되는 무서운 감정이 수극화(水克火)’로서 화()를 제압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