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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이유없는 공포

풍월 사선암 2014. 11. 7. 08:30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이유없는 공포

 

심장 멎을 듯, 머리 깨질 듯'공황장애' 4년 만에 57% 급증

위험·불안한 일 없어도 두려움 느끼고 가슴 쿵쿵신경전달물질 분비 비정상

발작 잦으면 치료 서둘러야

 

공황장애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공황장애란 특별한 원인 없이 돌발적으로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느끼면서 가슴이 조이거나 머리가 깨질 듯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 지난해 공황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48237명으로 20053759명보다 57%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고속도로 운전하다가 갑자기 놀라면 공황발작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지도 않고 특별히 불안하다고 느끼지도 않는데 갑자기 가슴이 쿵쿵 뛰고 머리가 아프고 손발에서 땀이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가 있다. 이를 공황발작이라고 한다. 공황장애는 공황발작이 1달에 최소 2~3회 이상 반복되는 상태이다.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고속도로나 다리에서 차를 몰다가 갑자기 이유 없이 놀라거나 불안감을 느껴 감속하는 경험을 흔히 하는데, 이것이 공황발작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공황장애는 운전 중 발작이 일어나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등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대인기피증이나 넓은 곳에 나가지 못하는 광장공포증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놀라거나 두려워해야 할 일이 전혀 없는데도 불안·공포심과 함께 심한 흉통 또는 두통 등이 나타나는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공황장애로 이어져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

 

국내 공황장애 경험자 40~50만명 추정

 

공황발작과 공황장애는 뇌의 '청반핵'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청반핵은 우리 몸에 이상이 닥쳤을 때 경보장치 역할을 하는 부위인데, 이곳의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청반핵의 이상이 왜 생기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전체 인구의 10% 정도는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공황발작을 경험하고, 전체 인구의 2~3%는 평생 동안 한 번은 공황장애를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40~50만명 정도가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과거에 경험한 것으로 의료계는 추산한다. 대체로 소심하거나 예민한 성격일수록 발병 위험이 크며, 유전적 요인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공황장애를 앓은 식구가 있는 사람은 발병률이 3배 이상 높다는 연구가 있다""과거에 정신적 충격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을 경험한 사람도 공황장애를 경험할 가능성이 다른 사람보다 높다"고 말했다.

 

심장·뇌혈관질환으로 흔히 오해

 

공황발작이나 공황장애가 처음 생겼을 때, 이를 정신과 질환이라고 인식하기는 매우 어렵다. 김모(47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얼마 전 잠을 자다가 갑자기 가슴이 아파 잠을 깼다. 김씨는 숨이 점점 차오르더니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느낌이 10분 이상 계속돼 자신이 협심증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김씨는 심장내과에서 심장초음파검사, 운동부하검사 등을 받았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김씨는 결국 담당 의사가 정신과에 의뢰해 검사한 결과 공황발작으로 진단됐다. 홍진표 교수는 "공황발작은 대부분 극심한 가슴 통증이나 두통 등과 함께 증상이 나타난다""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응급실에 가서 심장마비나 뇌졸중 여부를 검사한 뒤 문제가 없으면 공황발작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신과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특별한 질환이 발견되지 않고 13가지 진단 항목<체크리스트> 4가지 이상 증상이 심한 공포감·불쾌감과 함께 나타나면 공황발작으로 진단한다.

 

음주·커피는 증상 악화시키므로 삼가야

 

공황발작이 처음 나타나면 일단 반복되는지 여부를 지켜보고, 발작이 반복되어 공황장애로 진단되면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홍진표 교수는 "인지행동치료에는 공포감을 느꼈던 장소 등을 다시 찾아가 실제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하는 방법 등이 사용되며, 약물치료는 항우울제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약물치료는 통상 6개월~1년 정도, 인지행동치료는 처음 두 달은 1주일에 한 번, 이후에는 한두 달에 한 번씩 진행한다. 하지만 공황장애는 치료를 받더라도 30% 정도는 10년 안에 재발하므로 한 번 발병하면 자신의 상태를 꾸준히 체크해야 한다.

 

·커피·수면부족·스트레스 등은 공황발작과 공황장애를 악화시키므로 삼가야 한다. 강은호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술은 마실 때보다 깰 때 뇌신경이 활성화하면서 불안감을 유발하고, 커피는 마실 때 카페인이 신경 계통을 흥분시켜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 박노훈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