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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바둑룰 허점 많다! (하)

풍월 사선암 2014. 6. 7. 09:19

우리 바둑룰 허점 많다! ()

동형반복과 착수금지에 대해

  

바둑이 스포츠로 정체성을 확립한 시점이고, 세계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올림픽에 입성하려면 완비된 룰, 통일된 룰을 갖춰야만 한다. 여전히 보완하고 재검토해야할 부분이 적지 않다.

 

바둑은 심판 없이도 가능한 게임이라고 말한다. 다른 종목에 비해 분쟁의 여지가 적고 승패가 분명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분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정한 경기를 펼치기 위해선 공정하고 합리적인 룰이 적용되어야 한다. 모호한 부분이 있어선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지금까지 국내외 대국 현장에서 발생한 각종 규칙 위반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수집하고 유형별로 분류한 후, 보다 명쾌한 해결 방안을 제시한 연구논문을 발표한 김달수 아시아바둑연맹(AGF) 사무총장의 명지대 바둑학과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한국 바둑규칙의 문제점 분석 연구'가 눈에 띈다. 그동안 국내에서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바둑규칙에 대한 최초의 종합적인 연구 성과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김달수 박사의 논문에서 차후, 어쩌면 시급히 논의해 봐야할 몇가지를 현충일 연휴에 맞춰 2회에 걸쳐 요약, 연재한다.

 

일관성 없는 동형반복금지에 대해

 

1.

한국 바둑규칙에서는 상대방이 패로 때려낸 돌을 즉시 되 때려낼 수 없도록 금지(정확하게는 제한)하고 있다. 흑백이 서로 계속 패를 때려내면 같은 모양이 반복되어 바둑이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승부를 가릴 수 없게 되어 게임을 무효화 시킬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무효 게임을 방지하기 위해서 패라는 제도를 도입하였으며, 전국적으로 동일한 모양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한 것이 동형반복 금지이다.

 

1) 단패

<그림 1> 단패 기본도

 

<그림 1. 기본도>와 같은 모양은 2수 만에 동형반복이 되므로, 이 패의 주기는 2이다. 주기란 처음의 모양이 다시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수수를 말한다.

 

동형반복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동형반복이 나오기 바로 전까지 다른 곳에 두어, 전국적으로 변화를 준 다음 비로소 패를 되 때려낼 수 있다. 패의 주기는 2이므로 바로 전은 1에 해당한다. , 흑이 1로 패를 때려냈으므로 백은 바로 두지 못하고, <그림 2>와 같이 백은 다른 곳에 둔 다음, 흑이 응수를 하였을 때 비로소 패를 다시 때려낼 수 있다. 2, 3으로 두었으므로 <그림 1. 기본도>와는 더 이상 동형이 아니다.

 

<그림 2> 팻감 사용                                                      <그림 3> 3(양패+단패) 기본도

 

2) 3

<그림 3. 3(양패+단패)>는 실전에 가끔 등장한다. 오른쪽의 양패를 흑과 백이 모두 팻감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왼쪽의 단패는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바둑을 끝낼 수 없다.

  

<그림 3-12> 6의 결과도와 <그림 3. 기본도>는 같은 그림이 된다. 즉 동형반복이 된다. 왼쪽 단패만 보면 흑1로 패를 때려냈을 때, 오른쪽에 흑백이 팻감으로 쓴 수순(2+2=4)을 제외하면, 1로 때린 패를 곧바로 백6으로 되때려낸 것과 결과가 같다. 여기서 단패와 다른 것은 단패의 경우에는 팻감을 써서 판 위에 변화가 생겼으나, 3패의 경우는 판 위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점은 백6으로 팻감을 쓰고 패를 계속하겠다는 백의 주장이 바둑규칙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현행 규칙에서는 3패와 같은 동형반복은 쌍방이 합의하면 무승부로 처리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다. 만일 쌍방이 무승부로 하기로 합의하지 않고 ,양패를 팻감으로 쓰고 계속 패를 따면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바둑은 영원히 끝나지 않게 되어 있다. 이 상황은 어린이들이 바둑을 처음 배울 때 패를 둘러싸고 서로 양보 못하겠다고 옥신각신하는 것과 똑같다. 다만 어린이 경우는 주기 2의 단패, 이 경우는 주기 63패라는 차이밖에 없다.

 

3패의 주기(처음의 모양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의 수순), 1로 시작하여 백6으로 동형반복이 되므로, 6이다. 이 주기는 위의 그림과 같이 일일이 수순을 계산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계산해낼 수 있다.

 

패가 3개이고 각 패의 주기는 2이므로, 3× 2(, 백 각 1번씩 땀) = 6이 주기이다.

흑이 먼저 때려내면 백은 양패를 팻감으로 써도 패를 다시 때려낼 수 없다는 결론이다. 다시 말하면 3패의 주기는 단패 주기 2 + 양패 주기 4로 되어있으므로 양패를 제외하면, 단패와 똑 같이 패를 되 때려낼 수 없다. 그러므로 단패와 같이 다른 곳에 팻감(양패를 제외함)을 쓰고 나서 패를 되 때릴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3) 4(양패+단패 2)

2012년 분당 한국기원에서 아마추어 대국에서 양패 + 단패 2개의 형태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 모양은 <그림 3>에서 단패 하나가 더 있는 모양이다. 백은 사이좋게 한 패씩 잇자고 제안하였으나, 흑은 양패의 팻감이 있으므로 단패 2개를 모두 이겨 잇겠다고 주장하며, 백이 두 패를 다 양보하기 싫으면 백도 양패를 팻감으로 쓰고 계속 패를 따라고 주장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억지 비슷한 주장이 규칙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패 두개를 다 양보하면 백이 반집을 지므로 백도 양보할 수가 없었다. 만일 이대로 진행된다면 어느 한쪽이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계속할 수밖에 없다. 계속 실랑이 하던 중 주변에서 관전하던 아마7단들이 개입되어서야 이 사태를 반강제적으로 수습할 수 있었다. 결론은 이 바둑을 무효화하고 재대국하는 것이었다.

 

4) 장생

<그림 4>2013년 한국바둑리그에서 나온 안성준 4단과 최철한 9단의 대국에서 나온 장면이다. (수순을 처음으로 돌려놓고 한수씩 진행하시라.) 귀의 사활이 걸린 상황으로, 83으로 젖히자 백84에 먹여치고 흑85로 들어갔다. 살기 위해서는 이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전형적인 장생이 출현했다. 다음 백86으로 흑 두 점을 따내자 흑도 87로 백 두점을 따내 원래의 형태가 되었다. 이어 백이 88로 두자 동형반복이 되었다고 무승부 처리를 하였다.

 

<그림 4> 장생

 

88로 동형반복이 되었다는 당시의 해설은 잘못되었다, 먼저 흑87이 흑83의 동형반복이다. 87 - 83 = 4이므로 여기서 이 장생의 주기가 4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생의 문제는 위의 3패에서 제기한 문제와 본질적으로 똑 같다. 현행 규칙에서는 3패와 같은 동형반복은 쌍방이 합의하면 무승부로 처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만일 쌍방이 무승부 처리하기로 합의하지 않고, 서로 2점씩을 계속해서 따내면 어떻게 될까?

 

단패는 주기가 2이고, 3패는 주기가 6이며, 장생은 주기가 4이다. 현행 룰은 주기 2는 다른 곳에 팻감을 쓰고 되때려낼 수 있도록 조치를 하고, 주기 4와 주기 6은 그냥 방치한 것이다.

 

동형반복 문제의 대안

동형반복을 금지하여, 장생의 경우도 단패와 같이 다른 곳에 팻감을 쓰고 나서 2점을 때리게 하면 어떻게 될까? 그 변화를 다음과 같이 검토하여 본다.

<그림 4. 장생>의 흑 83을 흑1로 하여 <그림 5>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 <그림 5> 장생                                                            ▲ <그림 5-1> 팻감 사용

 

마찬가지로 수순을 처음으로 돌려 첫수부터 본다(이하 기보들도 동일). 5로 때리면 흑1의 동형반복이 되므로 흑5로는 단패와 같이 다른 곳에 팻감을 써야한다.

 

<그림 5-1>과 같이 흑5로 팻감을 썼을 때, 백의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왼쪽 그림과 같이 흑의 팻감을 불청하고 백6으로 패를 해소하는 것,

 

다른 하나는 아래 <그림 5-2>와 같이 백6으로 받는 것이다. 6으로 받으면 비로소 흑7로 때려낼 수 있다. 5와 백6이 두어졌으므로 더 이상 앞서와 같은 동형이 아니다. 이는 단패와 동일한 방법이다. 단패는 한 점씩 따내기를 하는 것이고 장생은 두 점씩 따내기를 하는 것만 다르다. 6으로 받으면 백6부터(그것이 <그림 5-3>) 2차 주기가 시작된다.

 

 

▲ <그림 5-2> 동형이 아니다                                                   ▲ <그림 5-3> 장생 2차 주기수순

 

2차 주기의 시작점 백6 + 장생주기 4 = 10으로 백10이 동형반복점이 된다.

그러므로 백10으로는 곧바로 때려내지 못하고 다른 곳에 팻감을 써야 한다. 이 팻감에 대해 흑은 받지 않고 패를 해소할 수 있다. 만일 받는다면 다음 <그림 5-4>와 같은 진행이 된다.

 

<그림 5-4> 장생 3차 주기 시작도

 

10의 팻감에 대해 흑11로 받으면 비로소 백12로 때려낼 수 있다. 3차 주기는 흑11부터 시작한다. 11 + 장생주기 4 = 15, 15번째 수가 동형반복이 된다. 따라서 흑15의 수로는 다른 곳에 팻감을 써야 한다.

 

이 장생의 주기는 1차는 4, 2차는 9, 3차는 15, 4차는 20 과 같이 공식처럼 외울 수가 있다. 1차 주기에서는 흑이 팻감을 써야 하고, 2차 주기에서는 백이, 3차는 흑이, 4차는 백이 팻감을 쓰는 식으로 진행이 된다.

 

규칙의 대외 공표

1992년 한국바둑규칙의 제정 및 2009년 한국바둑백서에 한국바둑규칙 전문이 수록된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이 있었으나, 대외적으로 일반인(바둑팬)에게 발표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아마추어는 한국바둑규칙을 모르는 상태에서 바둑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바둑인은 2집이 나야 산다고 알고 있으나, 현행 규칙에서는 들어낼 수 없으면 산 것이고, 둘어낼 수 있으면 죽은 것이다로 되어 있다. 이러한 개정된 규칙을 알고 있는 아마추어는 거의 없고, 프로기사도 아마도 반 이상이 현행 규칙을 자세히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럼 위 문제점들을 포함한 개선방안은?

 

1) 착수의 개념 정립

착수의 의미를 다시 정의해 볼 필요가 있다. 바둑용어 자체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바둑에서의 착수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는 걸 말한다.

 

바둑판(반면, 반상)에는 361개의 점(교차점)이 있다. 361곳 중 어느 곳에도 자유롭게 둘 수 있다. 이를 착수라고 한다. 착수한 돌은 바로 위, 아래, 오른쪽, 왼쪽의 돌과 줄()을 따라서 연결된다. 이를 활로(연결)이라고 한다.

 

정의 1 : 착수 후 선()으로 인접된 교차점 중 어느 한곳이라도 비어있으면(활로가 있으면) 반상에 존재한다.

 

▲ <그림 1> 활로                                                                           <그림 2>

 

<그림 1> 왼쪽 흑 한 점의 활로는 A, B, C, D 4곳이다. 백의 돌이 A, B, C에 있을 경우 흑의 활로는 D만 남게 된다. <그림 2> 오른쪽 흑 한 점의 대각선 교차점인 E, F, G, H는 활로가 아니다.

 

<그림 2>에서 백이 A의 곳에 두면 흑 두 점의 활로가 없어진다. 활로가 없어진 돌은 반상에서 들어낸다. 이를 따냄이라고 한다. 흑이 A의 곳에 두면 흑의 활로는 오른쪽과 같이 B, C, D, E, F5개가 된다.

 

정의 2 : 착수 후 내 돌의 활로가 없는 경우

1. 상대방 돌의 활로가 없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돌을 들어낸다.

 

 <그림 3>                                                                         <그림 4>

 

<그림 3>에서 흑1로 오른쪽과 같이 두면, 흑과 백이 모두 활로가 없는 형태가 된다. 이럴 경우에는 먼저 둔 흑을 기준으로 하여, 흑의 활로가 없지만 백의 활로도 없으므로 먼저 백의 돌을 들어낸다.

 

2. 상대방의 활로는 있는데, 내 돌의 활로가 없을 경우에는 내 돌을 들어낸다.

 

<그림 4>와 같이 흑1로 두었을 때, 백의 활로는 A에 있으나, 1의 활로가 없으므로 흑의 돌을 들어낸다. 이 경우에는 동형반복이 되므로 착수를 금지한다.

 

2) 착수금지

<그림 5>와 같이 흑A로 두는 것은 스스로 잡히는 모양이 되므로, 일명 자살수(suicide)’라고 불린다. 한국의 현행 바둑규칙에서는 두는 순간 활로(活路)가 없는 곳은 둘 수 없도록 하여 이러한 자살수를 금지하고 있으며, 그래서 착수금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림 5> 자살수

 

그러나 이러한 자살수를 모두 금지하는 것은, 바둑판의 361 교차점 어디에나 둘 수 있다는 바둑의 기본 전제조건에 위배된다. 이러한 자유롭게 착수할 수 있는 것을 금지할 때는 그에 걸맞은 이유가 있어야 한다.

현행 규칙에서 자살수를 금지하는 것은 다음 아래 <그림 6>과 같은 경우에는 타당하다.

 

착수 전인 <그림 6>과 착수 후의 결과인 <그림 6-2>가 같은 모양이 된다. 이를 동형이라고 한다. 동형이 계속되는 것을 동형반복이라고 하며, 동형반복이 계속되면 바둑이 끝나지 않으므로 이를 금지한다. 자세한 사항은 동형반복참조할 것.

 

그러나 <그림 6>과 같이 동형반복의 문제 때문에 금지시킨 자살수를, 지나치게 일반화하여 앞서 <그림 5>와 같이 활로가 없는 모든 착수를 금지한 것은 잘못이다. 오히려 <그림 5>와 같은 자살수를 허용하는 것이 바둑 발전에 도움이 된다. 자살수 자체는 한집 손해이지만 팻감으로 활용을 할 수 있어, 변화수가 많아지며 바둑을 더 재미있게 둘 수 있다.

 

3) 동형반복 금지

앞서 언급한 동형반복을 참조.

 

4) 교대착수 의무화

한판의 대국을 2단계로 나눈다. 공배를 다 메우기까지의 단계는 권리단계로 어느 일방의 착수포기가 가능하다. 이로써 접바둑도 바둑규칙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현행 규칙에서는 공배를 메우기까지의 단계는 의무적으로 동등착수를 하게 되어 있다. 현재의 접바둑은 바둑의 기본전제인 동등교대착수 조건에 맞지 않는다. 즉 백이 일방적으로 착수를 포기하여 동등교대착수를 위반한 것이다.

 

공배를 다 메운 후 사활문제나 끝내기 문제로 서의 의견이 다를 경우에는 이의 제기를 한 사람이 먼저 두고 이후 의무적으로 교대착수를 한다. 그러면 귀곡사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김달수 박사논문에서 언급한 것 중에는 이 외에도 재고해 봐야 할 룰이나 개념정리가 필요한 부분이 더 있으나, 중요한 몇가지만 추려 소개했다. 바둑이 스포츠로 정체성을 확립한 시점이고, 세계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올림픽에 입성하려면 완비된 룰, 통일된 룰을 갖춰야만 한다. 여전히 보완하고 재검토해야할 부분이 적지 않다. 한시바삐 서둘러야 할 부분이다. <정용진, 김달수>

 

오로IN 2014-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