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미안하다 - 정호승

풍월 사선암 2014. 5. 9. 19:13

 

미안하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정호승(1950~ )

 

사랑에게 가려면 첩첩(疊疊) 연봉(連峰)을 넘어야 한다. 먼 길을 가야 한다. 단 한 사람에게 가는 사랑의 여정은 만만하지 않다. 게다가 아무리 바삐 가더라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매번 늦은 때가 된다.

 

산이 우뚝 솟아 있고, 산봉우리를 넘자 또 아득한 길이 있다. 나는 형극의 여로(旅路)를 외롭게 가고 있다. 여러 겹 겹치고 겹쳐 있는 산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을 지나 나는 너에게로 가고 있다.

 

마침내 나는 너에게 다다르지만 너는 눈시울이 젖고, 울고 있다. 너무 늦게 이른 것이다.

 

나는 너에게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울먹이며 말한다. 이 가슴 뭉클한 말은 너의 곁에서 내내 사랑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슬픔이 많은 세상이다. 그러나 당신만 울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너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이제 우리 헤어지지 말자. 사랑을 완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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