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염량세태(炎凉世態) 세상

풍월 사선암 2014. 1. 18. 10:45

염량세태(炎凉世態) 세상 

 

어느 마을에 큰 부잣집이 있었습니다. 쇼카밧타라는 이름의 그 부자는 평소 일가친척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며 살았습니다.

 

그러던 그가 망하게 되자, 누구하나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부자였던 사람이 망하면 더욱 비참해지는 법인지 쇼카렛타는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 굶기를 밥 먹듯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 고향에 있다가는 굶어 죽고 말겠다." 그는 비장한 결심을 하고 고향을 떠나 어렵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면서 근검절약하며 저축한 결과 몇 년이 지나자 큰돈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이젠 고향으로 돌아가자."

 

쇼카밧타는 그간 열심히 모은 재산을 정리하여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십여대의 수레에 짐을 바리바리 싣고 많은 용인을 거느린 그의 행렬은 왕후장상의 행차를 방불케 했습니다. 이 소문을 들은 일가친척들과 이웃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그를 영접하려고 멀리까지 마중을 나왔습니다. 미리 이것을 알아차린 쇼카밧타는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고 행렬의 맨 앞에 서서 터벅터벅 걸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일가친척들과 이웃 사람들은 그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맨 앞에서 걷는 쇼카밧타에게 물었습니다.

 

"여보시오, 쇼카밧타 씨는 어디에 계십니까?"

 

허름한 옷차림의 쇼카밧타는 시치미를 떼고 뒤를 가리켰습니다.

 

"저 뒤에 오고 계십니다."

 

이 말에 사람들은 우르르 뒤로 몰려갔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럴싸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행렬의 맨 뒤에 있는 사람에게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쇼카밧타 씨는 어디에 계십니까?"

 

"그 분은 맨 앞에 계십니다."

 

"뭐라구요? 그 꾀죄죄한 사람이 쇼카밧타 씨라고요?"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맨 앞으로 달려가서 화를 냈습니다.

 

"우리들은 당신을 위해서 일부러 영접을 나왔소. 그런데 뒤쪽에 온다고 하면서 속인 까닭은 무엇인가?"

쇼카밧타는 씁쓸한 음성으로 대답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쇼카밧타는 뒤쪽의 수레 위에 놓여 있습니다. 내가 가난하여 배를 곯고 있을 때는 본 척도 하지 않던 여러분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급히 영접하러 나온 것은 아마 다른 까닭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영접하고자하는 재물은 저 뒤에 따르는 수레 위에 있으니 내가 여러분을 속인 것은 아닙니다."

 

이 말에 사람들은 얼굴을 붉혔습니다.

세력이 있을 때는 아첨하며 쫓고 권세가 없어지면 푸대접하며 냉대하는 세상인심을 다룬, 염량세태에 대해 쓴 글입니다.

  

우리도 이런 모습을 주위에서 많이 보아왔습니다. 아니, 저나 여러분도 이런 사람에 속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은 알고 있지요, 사람은 사람이 목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변함없이 사람을 대하고 자신이 어려웠을 때 도움을 받은 것이 있으면 상대가 어려울 때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여러분 중에서도 누군가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는데, 그 사람에게서 받은 것은 야멸찬 냉대뿐이어서 가슴이 아리고 시리게 아픈 적 있었을 것입니다. 이글은 바로 이럴 때 해답을 주는 글입니다. 쇼카밧타는 자신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을 냉대하는 것을, 그들을 원망하는 것으로 보내지 않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양분으로 썼습니다.

 

사람은 살다 보면 윗글과 같은 시련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진정한 사람은 주변의 사람이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살아간다면 방황으로 헛되이 보내는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것, 자신의 삶을 끝까지 초라하게 남겨 두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시죠. 우리의 삶에 찾아드는 시련이라는 화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절망하지 않는 노력뿐이라는 것을.

 

생각나는 사자성어가 하나 있네요.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 미리 미리 준비해 두면 근심할 것이 없겠지요. 있을 때 아끼고 저축하면 인정의 경박함, 염량세태(炎凉世態)를 탓하며 울 일도 없겠지요. 있는 것을 아끼고 노력으로 살을 찌우면 우리의 삶은 행복 쪽으로 저울추가 기울 수 있을 것입니다.

 

-화를 입지 않는 지혜이야기-

 

염량세태(炎凉世態) : 권세가 있을 때는 아부하고, 몰락하면 푸대접하는 세상인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