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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분… 한국 세 번째 추기경에 염수정 대주교

풍월 사선암 2014. 1. 15. 00:16

, 한 분한국 세 번째 추기경에 염수정 대주교

 

222일 바티칸 교황청서 서임식옹기 구우며 신앙 지킨 순교자 집안

교황 선출하는 콘클라베 참석 권한

 

12일 교황청이 한국의 새로운 추기경으로 서임한다고 발표한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공식 서임식은 다음 달 22일 열린다. 동아일보DB또 한 명의 한국인 추기경이 탄생했다.

 

천주교 염수정 서울대교구장(71)이 한국의 새 추기경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 염수정 대주교를 포함해 19명의 새 추기경을 지명했다. () 김수환 추기경(1969)과 정진석 추기경(2006)에 이은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이다. 추기경 서임식은 222일 로마의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다. 염 추기경은 80세 미만의 추기경이라 교황 선출권도 갖는다. 정진석 추기경(83)은 교황 선출권이 없다.

 

염 추기경도 교황청의 지명 사실을 12일 오후 늦게야 알았을 정도로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서울대교구장 비서실장인 허영엽 신부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교구장님과 산책하다 오후 820분경 외부 전화를 받으면서 추기경 지명 사실을 알았다교황청의 사전 연락도 없었고, 주한 교황청대사관이나 주교회의도 사실을 몰라 교황청 홈페이지를 통해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추기경 지명 소식을 듣고 개인적으로 영광이지만 매우 두렵고 받아들이기 힘든 소명이다. 주어진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 기도하겠다고 말했다고 허 신부가 전했다. 서울대교구는 1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축하식을 열 계획이다.

 

염 추기경은 옹기장이와 숯쟁이 신앙의 순교자 집안 출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43년 경기 안성에서 53녀 중 여섯째(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18세기 한국 교회 초기 무렵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인 그의 집안은 박해를 피해 충북 진천에서 옹기를 굽는 사기장골에 살면서 신앙을 지켜냈다. 가톨릭교계에 따르면 염 추기경의 어머니는 임신한 순간부터 아들이면 사제가, 딸이면 수녀가 되도록 성모님께 바치겠다고 기도했다.

 

염 추기경 일가는 한국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3형제 신부를 냈다. 염 추기경에 이어 동생 수완, 수의도 사제가 됐다. 염 추기경이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서울 동성중학교 재학 시절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하다 가톨릭계의 한 잡지에서 소신학교(성신고등학교) 입학 안내문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70년에 가톨릭신학대를 졸업하고 같은 해 12월에 사제가 됐다. 서울 불광동성당과 당산동성당 보좌신부로 사제 생활을 시작했다. 평화방송 이사장,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이사장을 맡았다.

 

서울대교구 주변에서는 염 추기경의 장점으로 친화력과 추진력을 꼽는다. 교구장을 맡은 뒤에는 신중하게 활동했지만 언제나 신자들과 함께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신부로 사랑받아 왔다. 젊은 시절에는 축구를 좋아했고, 수영과 테니스, 스키에도 일가견이 있다. 교구장이지만 최창화 몬시뇰 등 동기 사제들과 여전히 격의 없이 어울리고,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날려 후배 신부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일화도 있다.

 

염 추기경은 항상 기도하는 사제로 알려져 있다. 후배 신부들을 만나면 부족한 사람이 주교가 돼 하느님께 송구스럽다면서 늘 기도 속에서 하느님 도우심을 청했다.

 

염수정 교구장은 한마디로 준비된 분이다. 신앙을 비롯한 좋은 의미에서 고집이 센 분이다.” 염 추기경의 신학교 동기 최창화 몬시뇰이 평소에 하는 말이다.

 

중도 보수 성향의 염 추기경은 지난해 11월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가톨릭교회 교리서에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다. 이 임무를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평신도의 소명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정의구현사제단 등의 정치 참여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단독]“두렵습니다, 능력이 모자라서꿈을 꿉니다, 모두가 형제되는 

 

[염수정, 세 번째 추기경]

염수정 추기경 인터뷰

 

◀1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앞마당에서 열린 염수정 추기경 임명 축하식에서 정진석 추기경(왼쪽)과 염 추기경이 손을 맞잡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저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웃을 넘어 형제처럼 살아가는 꿈입니다.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13일 오전 8시경 서울 명동대성당 서울대교구청 3층 집무실에서 만난 염수정 추기경(71)의 소감이다. 교구청 안팎은 전날 염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격 발표로 흥분과 감동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교구 사제들과 회의를 마친 뒤 계단을 통해 집무실에 들어서던 염 추기경은 축하한다는 인사를 듣고 나서도 한동안 침묵 속에 미소를 지었다.

 

발표가 전격적이었습니다.

 

저도 매우 놀랐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주님 세례 축일인 12일 추기경 임명을 하신 것은 뜻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웃 사랑을 넘어 세상 사람들이 형제처럼 지내도록 힘쓰라는 가르침이 느껴집니다. 오늘 새벽에 부족한 사람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이 축일은 예수님이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받았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번 추기경 임명을 포함해 세상을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교황님의 표현은 때때로 조금 다르지만 일관된 메시지는 평화입니다. 자신들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라는 말씀도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지난해 사제들의 정치 개입 문제 등으로 가톨릭 내부의 분열이 심각했습니다.

 

무척 힘들고 안타까웠습니다. (작고한) 구상 시인은 자신의 시에서 눈에 백태가 끼면 세상을 바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일부이지만 그런 모습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집과 욕심을 버리면 서로가 순리에 맞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어머니 기도로 오늘의 내가 있어

 

서임식때 교황께 방한 요청할 것

 

이날 집무실 주변은 염 추기경의 큰형 염수운 씨 부부를 비롯해 축하 인사를 위해 방문한 신자와 신부들로 분주했다.

 

염 추기경은 전날 추기경 임명 발표 뒤 축하 전화에 잠이 부족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괜찮다고 했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염 추기경은 이날도 평소처럼 오전 5시 반경에 일어나 기도한 뒤 교구청 식당에서 보직 신부 9명과 누룽지, 고구마, 과일 주스 등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염 추기경은 이 자리에서 전날 발표 때문에 바빴는데 모두 수고했다. (추기경 임명이) 갑작스러워 놀랐다. 능력이 너무 부족해 두렵다. 여러 신부의 도움과 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달 22일 추기경 서임식이 있습니다. 교황을 만나면 어떤 얘기가 화제가 될 것으로 봅니까.

 

아직.”

 

혹 교황의 한국 방문도 요청할 생각입니까.

 

그럴 생각입니다. 여러 차례 한국 교회에서 방한을 요청했지만 이번에 뵙게 되면 다시 한 번 방한을 요청드릴 겁니다.”

 

순교자 시복시성(諡福諡聖·순교자를 복자 또는 성인으로 추대하는 것)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 정말 큰 축복입니다.”

 

추기경 임명 뒤 아들이 신부가 되도록 기도했던 어머님이 떠오르지 않았습니까.

 

어머니는 출산을 통해 저를 낳아 주셨을 뿐 아니라 제가 영적으로 하느님 안에서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준 분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처럼 어머니의 기도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4-01-14 03:00:00 / 김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