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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안 먹는데 지방간? … 복부 비만이면 위험신호

풍월 사선암 2013. 10. 22. 23:06

술 안 먹는데 지방간? 복부 비만이면 위험신호 

20'간의 날' 맞아 알아본 간 건강

 

◀고지방·고탄수화물·과음과 운동 부족으로 생기는 지방간이 현대인의 간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현대인의 간 건강이 비틀거린다. 국내에서 만성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2만 명을 넘어섰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최문석 교수(대한간학회 홍보이사)그동안 간암·간경화 같은 간 질환의 주원인은 B·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과 과도한 음주였다최근에는 고지방 식단과 운동부족으로 지방간 환자까지 는다고 말했다. 20일은 대한간학회에서 지정한 간의 날이다. 간의 날을 맞아 간 질환 바로알기를 주제로 현대인의 간 건강을 짚어본다.

 

# 증권사에 근무하는 강은주(가명··32·서울 서초구)씨는 최근 받은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지방간이 발견됐다. 검은 음영으로 보여야 할 간에 지방이 껴 하얗게 보였다. 강씨는 술도 거의 마시지 않고, B형 간염 예방접종도 맞아서 간 건강에 문제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15850으로 날씬하다. 다만 운동은 전혀 안 하고 고지혈증이 있다. 온종일 책상에 앉아 일을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을 땐 도넛·과자 같은 달고 기름진 음식을 입에 달고 산다.

 

지방 낀 간, 만성질환에 악영향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최근 급증하는 질환은 비알코올 지방간이다. 최문석 교수는 “B·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간 질환은 예방접종과 치료제 개발로 앞으로는 환자 수가 줄 것이라며 반면 비만과 관련한 질환이 늘면서 생기는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자는 급격히 는다고 예상했다.

 

간 건강에 취약한 중년 남성뿐 아니라 어린이와 20~30대 젊은층, 중년 여성도 더 이상 간 건강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간에 지방이 쌓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술을 많이 마셔 간이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를 제대로 활성화하지 못하는 게 널리 알려진 알코올 지방간이다. 비알코올 지방간은 너무 많은 지방이 한꺼번에 체내에 들어와 간이 과부하 상태가 되면서 지방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생긴다. 대한간학회가 건강검진 수검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은 비알코올 지방간이 있었다.

 

비알코올 지방간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간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뿐 아니라 고혈압·당뇨병·심혈관질환 같은 성인병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조용균 교수는 지방간은 건강을 위협하는 적신호라며 간염·간경변 같은 간 건강 악화와 동시에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갖기 쉽다고 말했다.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를 5년 동안 추적 관찰했더니 정상간인 사람에 비해 당뇨병·고혈압·지질이상·비만 같은 만성질환 발생률이 3배까지 올라갔다는 연구도 있다.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합병증도 더 많다.

 

뚱뚱한 사람만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 노출되는 건 아니다. 조용균 교수는 우리나라 비알코올 지방간의 특징은 정상체중에서도 지방간이 많다는 것이라며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 생기는 복부 비만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비알코올 지방간, 식습관 조절·운동으로 예방

 

지방간은 어린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정기 교수팀이 6~13세 비만어린이 80명을 대상으로 간 조직을 검사했다. 그 결과, 80명 모두 지방간이 있었고, 3분의 2 이상에서는 간 조직이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앞으로 비알코올 지방간 때문에 발생할 사회적 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우려하는 이유다. 조용균 교수는 어릴 때부터 지방간이 있는 아이는 간 질환과 성인질환에 더 많이 노출된다이미 익숙해진 생활습관 전반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년 여성도 고위험군이다. 폐경이 오면서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해 지방간이 늘어난다.

 

비알코올 지방간은 생활습관병이다. 식습관 변화와 운동으로 충분히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조용균 교수는 간경화까지 악화하지 않은 비알코올 지방간이라면 고지방·고탄수화물·고단당류를 피하는 식사조절과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 불릴 만큼 질병이 생겨도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비알코올 지방간도 마찬가지다. 간이 위치한 오른쪽 상복부가 뻐근하거나 피로감이 심해지는 증상이 간혹 있을 뿐이다. 대부분 건강검진에서 간기능이 나쁜 것으로 나와 우연히 알게 된다.

 

당뇨병이나 비만이 있는 사람은 불편한 증상이 없어도 간기능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최문석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높게 나온 사람 중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는 간 조직검사를 받아보고 간염·간경화 등으로 상태가 악화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간암·간경화 원인은 70%B, 15%C형 간염

정기적인 검진으로 조기 진단을

 

# 김호영씨(가명·52·서울 강남구)는 최근 간암 2기 진단을 받고 간 일부를 절제했다. 몇 년 전 건강검진에서 B형 간염 보유자라는걸 알았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복부에 단단한 덩어리가 느껴져 정밀검사를 받아보니 뜻밖에 간암세포가 상당히 퍼져있었다. 간염이 간경화를 거쳐 간암으로 소리없이 악화한 것이다.

 

B·C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은 우리나라 만성 간질환의 가장 중요하고 흔한 원인이다. 국내에서 간암·간경화 원인의 약 70%B형 간염 때문이고, 15%C형 간염이 원인이다.

 

B형간염은 대부분 어머니로부터 신생아로 이어지는 수직감염으로 전파된다. 신생아 예방접종이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시작한 1980년대 초 이전에 태어났다면 B형 간염 유병률이 4~5%로 높다. C형 간염은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상처가 난 피부나 점막을 통해 전염된다. 한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간염으로 진행하고, 이중 30~40%는 간경변증·간암으로 악화한다. B·C형 간염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인 추적관찰로 간질환을 조기 진단·치료해야 한다.

 

B·C형 간염은 백신과 치료법의 발달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간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간염이 갖고 있는 위험에 비해 경각심이 낮아서다. 대한간학회가 간질환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도를 조사했는데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 중 본인이 감염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또 국민의 약 1%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추정되지만 검진율은 10%에 그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바이러스 간염이 간암의 가장 큰 위험인자인지도 잘 모른다. 최문석 교수는 금주·금연을 통해 간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오해해 간염을 조기 진단해야 한다는 인식조차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한간학회 김창민 이사장(국립암센터 소화기내과)아무리 좋은 치료법이 있더라도 자신이 간염에 걸린 사실을 모르거나 필요한 치료를 등한시한다면 간염으로 인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성 B형 간염, 내성 없는 약으로 완치 가능하다"

[인터뷰]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

 

◀안상훈 교수가 만성 B형 간염에서 간암이 되기까지 단계별 진행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40대 이상 중장년층 사망 원인 1위는 간암을 비롯한 간 질환이다. 간암은 약 80%가 만성 B형 간염에서 유발된다. 다행히 B형 간염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B형 간염에 걸리면 만성간염으로 진행되기 쉽다. 만성화하면 완치가 힘들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국내 환자는 유독 B형 간염 치료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 치료가 더욱 어렵다. 그런데 최근 만성 B형간염에 대한 완치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를 만나 B형간염의 완치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

 

-우리나라에 만성 B형간염 환자가 많다는데.

 

“B형 간염은 성인보다 대부분 태아 때부터 감염된다. 태아감염은 만성화하기 쉽다. 우리나라는 1983년에 예방 백신이 도입됐고, 1995년부터 신생아 접종이 의무화됐다. 그 이전 세대, 특히 40대 이상 중장년에서 만성 B형간염이 많은 이유다.”

 

-B형 간염치료제 내성환자가 많은가.

 

그렇다. 다른 나라보다 많다. 이는 치료제 선택과 관련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내성이 많이 생기는 약제 사용이 적었다. 또 내성이 생기더라도 신속히 두 가지 약제를 병합하는 치료(구조요법)에 보험적용을 해줬다. 적절한 대응이었다. 한가지 약제를 단독치료 하는 것보다 병합치료는 내성이 상당히 적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병합치료는 상당기간 보험에서 인정하지 않고 단일약제로 바꾸는 것만 인정했다. 단일 약제로 바꾸면 금방 또 내성이 생긴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비해 두 가지 이상 약제에 내성(다약제내성)을 보이는 환자가 많아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내성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내성이 생기면 약이 잘 듣지 않는다. 혈중에 바이러스 농도가 증가하고 결국 간염이 악화된다. 혈중 바이러스가 검출된다는 것은 바이러스 증식이 많다는 뜻이고, 간 질환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내성이 생기지 않는 치료제가 필요할 텐데.

 

“2008년도에 미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테노포비어(상품명: 비리어드)의 경우가 그렇다. 임상연구 결과, 6년간 내성 발생률이 0%로 나타났다. 내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고된 현재 유일한 B형간염 치료제다. 이 약만큼 내성에 탁월한 약은 아직 없다. 바이러스 억제 효과 역시 99%로 나타났다. 장기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201212월부터 보험이 적용돼 초기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완치도 가능한가.

 

치료 목표는 단기와 장기목표가 있다. 단기목표는 바이러스가 혈액에서 검출되지 않도록 억제한다. 장기목표는 억제상태로 유지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현재 내성 없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수준까지는 왔다. 약을 장기 복용한 일부 환자들은 투약 중단도 고려할 수 있다. 5년간 복용했을 때는 11% 환자에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졌다. 결국 완치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 약은 간경변이 호전돼 다시 간염상태로 돌아올 수도 있다. 내성 없이 오래 복용할 수 있기 때문에 완치 가능성을 연 것이다.”

 

-이미 간경변증으로 진행된 환자의 간 상태를 되돌릴 수 있다는 말인가.

 

만성 B형 간염 환자 348명을 대상으로 한 테노포비어 연구 중 간경변증이 있었던 환자가 96명이었다. 5년간 치료했더니 이중 71(74%)에서 간경변증이 개선됐다. 간경변이 진행된 사람도 되돌아 올 수 있다는 말이다. 열심히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간염은 완치 가능하고, 간경변도 돌아올 수 있다.”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증상이 없다고 약을 중단하면 다시 바이러스가 증식한다. 간혹 간염이 심각하게 재발해 최악의 경우 간 이식을 받거나 사망하기도 한다. B형 간염이 간경변증이 되면 무조건 간암이 되는 줄 알고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도 있다. 치료를 꾸준히 받았을 때 완치의 길은 분명히 있다.”

 

안상훈 교수는=연세대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로 재직하면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신약개발 국제자문위원으로 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 국가건강영양조사 간염분과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출처:중앙일보 / 2013,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