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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이시(棗栗梨枾)에 담겨진 심오한 의미

풍월 사선암 2013. 10. 22. 00:02

조율이시(棗栗梨枾)에 담겨진 심오한 의미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대추(), (), (), ()에는 아래와 같은 심오한 뜻을 두고 전해지고 있다.

 

대추()

대추나무는 암수가 한 몸이며, 한 나무에 엄청나게 많은 열매가 달리는데, 꽃 하나에는 반드시 열매 하나가 맺히고 나서 꽃이 떨어진다.

 

,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고 죽어야 한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대추는 통 씨라서 절개를 뜻하고, 순수한 혈통과 후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대추가 익으면 붉은색으로 임금님의 용포를 상징하며, 씨가 하나이고 열매에 비해 그 씨가 큰 것이 특징인데, 왕이나 성현이 될 큰 후손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의미와 죽은 혼백을 왕처럼 귀히 모신다는 자손들의 정성을 담고 있다고 한다.

 

()

밤나무는 땅 속 뿌리에 밤톨이 씨 밤인 채로 달려 있다가, 나무에 밤 열매가 열리고 난 후에 그 씨 밤이 썩는다고 한다. 그래서 밤은 자신의 근본을 잊지 말라는 의미와 자기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위패는 밤나무로 만들어 올린다고 한다.

 

유아가 성장할수록 부모는 밤의 가시처럼 차츰 억세었다가 "이제는 품 안에서 나가 살아라." 하며 밤송이처럼 쩍 벌려주며 독립된 생활을 시킨다는 것이다. 밤은 한 송이 속에 정상적인 씨알 세 톨이 들어 있는데 이것 역시 삼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

배는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황인종을 뜻하고, 오행에서 황색은 우주의 중심을 나타낸다고 한다. 배의 속살은 하얀 것으로 우리 백의민족에 빗대어 순수함과 밝음을 나타내 제물로 쓰인다고 하며, 배는 씨가 6개여서 육조(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의 판서를 후손으로 바라는 의미라고도 한다.

 

()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이 천지의 이치이지만 감은 그렇지 않다. 감의 씨앗을 심으면 감나무가 나지 않고 대신 고욤나무가 난다. 그래서 3~5년쯤 자라면 기존의 감나무에서 작은 순을 잘라와 그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그 순이 자라서 감이 열린다.

 

감나무가 주는 교훈은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다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는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을 붙일 때처럼 아픔이 따른다. 그 아픔을 격으며 선인의 예지를 받을 때 비로소 하나의 인격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나무 중에는 아무리 커서도 열매가 한번도 열리지 않는 나무가 있는데, 꺽어 보면 속에 검은 신이 없고 감이 열린 나무는 검은 신이 있다고 한다. 이것을 보고 부모는 자식을 낳고 키우는데 그 만큼 속이 상하였다는 흔적으로 생각하고 부모를 공경해야 하며, 감의 씨는 8개여서 팔방백(8도 관찰사, 8도 감사)의 후손을 바라는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제사상에 올리는 과일에 대추, , , 감이 오르는 것은 선조들이 늘 기리는 바램, 삶의 교훈과 존엄의 가치를 전통적으로 되새기게 하는 뜻이 있었다고 한다. 조상의 공덕을 기리고 추모하는 것은 자손 된 당연한 도리로서 조율이시(棗栗梨枾)에 담긴 이 뜻은 대대손손 잘 음미하며 알고 지켜가야 할 우리의 전통문화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