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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Part 1 의대, 어떤 아이들이 가나? 자연계 공신들의 전쟁터, 의대 

풍월 사선암 2013. 10. 4. 00:25

Special Part 1 의대, 어떤 아이들이 가나?

자연계 공신들의 전쟁터, 의대

 

왜 전교 1등은 대부분 의대를 지망할까요? 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학생들도 있지만 경제적 만족과 직업적 안정성, 의대를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지원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서울대 의대 몇 명,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 몇 명 등 플래카드를 붙이고 광고하는 사회 분위기 역시 의대 광풍에 한몫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학부모들도 의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로 자녀들을 보내고 싶어 하고, 의대 합격생을 선망의 눈으로 보는 게 사실이죠. 일부에서는 우수하고 잠재성이 무한한 자연계 학생들이 의대로 몰리는 현상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의대는 공부를 얼마나 잘해야 갈 수 있을까요. 의사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은 뭘까요. 또 의사의 좋은 점으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직업적·경제적 안정성이 미래에도 유효할까요. <미즈내일>이 짚어봤습니다.

 

 

 

공부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학생들이 의대에 간다. 최상위권 의대는 수능 전 영역에서 두 문제 이상 틀리면 합격을 바라보기 힘들단다. 1점 차이로 당락이 정해지고 서울과 지방이 결정되는 치열한 전장. 2013년 입시에도 자연계 상위 1%가 의대 합격선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들어가고도 의대 중도 탈락률이 7%에 이른다니 아이러니다. 이제는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지원하는 의대 쏠림 현상을 재고해봐야 할 시점이다.

   

올해 아들이 서울에 있는 의대에 입학한 박은희(가명, 48·서울 서초구 방배동)씨는 원래 아들의 목표가 의대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지난해 대학 입시에서 실패하고 재수 학원에 상담하러 갔더니 지방대 의대를 추천했다. 의대는 생각지도 않던 아이가 재수 학원에 다니면서 의대를 가고 싶어 했다. 학원 같은 반 친구들 중 ‘SKY’ 합격자가 20명이 넘었다. 서울에 있는 의대나 지방 의대에 합격한 아이들도 더 좋은 의대에 가기 위해 재수를 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도 의대로 결정한 것 같다.” 박씨는 피를 무서워하고 겁이 많은 아들이 의대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새내기로 대학 생활이 즐거워야 할 텐데 별로 재미없어하는 것도 또 다른 걱정. 학원 다닐 때는 최상위권 아이들이 모두 의대를 목표로 공부하고 학원 담임교사도 의대 출신이라 꼭 의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대학을 다니면서 포기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최상위권 아이들이 의대에 가려고 하는 이유도 박씨는 특별히 적성에 맞아서라기보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니까 꾸역꾸역 하는 게 아닐까반문한다.

 

이과에서 공부에 관해서는 내로라하는 아이들이 간다는 의과대학. 자연계 최고 인기 학과이며 커트라인도 가장 높다. 극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닥치고 공부, 닥치고 의대?

 

의대를 가려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엘리트로서 사회에 봉사하고 아픈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큰 꿈을 가지고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들도 많다. 서울 휘문고 신동원 교감은 다른 사람과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우수한 학생들이 적성에 맞지도 않는데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 의대에 지원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올해 최상위권 의대에 입학한 김영훈(21)씨도 어릴 때부터 의대를 목표로 했다. 공학 계열에서 성공하려면 높은 수준의 창의력이 필요하다. 냉정히 판단해보니 창의력보다 매뉴얼대로 꾸준히 공부하는 의대가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의대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와이즈멘토 조진표 대표는 자기 적성이 무엇이고 어느 분야에 적합할지 탐색한 후 의대를 결정한 학생들은 진로 성숙도가 높다며, 사회나 어른들이 형성해놓은 분위기에 휩쓸려서 무조건 의대 가고 보자는 경향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아이들이 공부에는 선수일지 몰라도 자신의 진로 결정에서는 빵점이다. 아이들은 의대가 똑똑한 애들이 가는 곳이라고 하면 그대로 따라간다. 의대 중도 탈락률이 전체 학과 중 가장 높은 것이 그 방증이다.”

 

요즘 의대 설명회를 하면 과고 출신이며 명문대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도 의대에 가고 싶다며 찾아온다고 한다. 오래전 이공계 명문대를 수석 졸업한 학생이 의대에 편입해 화제가 된 경우도 있었다. 의대 전문 허브엠디학원 공성철 원장은 상담하러 와서 다들 똑같은 얘기를 한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일부 엔지니어는 40대면 정년이라는 것이다. 수명 100세 시대에 의사는 자격증만 있으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평생 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직업적 안정성이 의대에 가려는 첫째 이유라고 말했다.

 

상위 1%에 들어야 합격 가능

 

의대는 부모 세대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공부를 아주 잘하는 학생들이 가는 학과였다. 그렇지만 그 시대 극상위권 학생들이 모두 의대를 지망한 것은 아니다. 전국 수석이 전자공학과나 물리학과를 지망하고, 실제 커트라인도 의대보다 높은 공대가 적지 않았다(25쪽 박스 기사 참조).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순간부터 의대가 공부 잘하는 이과 아이들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다. 요즘 의대는 전교 1, 2등이라면 당연히 지망하고 보는 학과로 인식되고 있다.

 

이투스청솔 입시연구소에서 발표한 전국 의대 정시 결과자료에 따르면 전국 상위 1%에 들어야 의대에 합격할 수 있다(1 참조). 서울대는 상위 0.01%, 연세대는 0.15%에 드는 학생이어야 안정권이다. 이투스청솔 입시연구소 오종운 평가이사는 “2013년 서울대, 연세대 의예과 실제 합격선은 4개 영역 만점(표준점수 기준)에서 ±2점 수준이다. 고려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양대 아주대 등 수도권 의예과의 최초 합격선은 상위 누적 0.04~0.16% 이내였고, 수도권 의예과의 최종 합격선도 0.2% 이내였다고 분석했다. 지방 의대의 합격선도 높다. 울산대 0.25%, 인제대 0.2%, 순천향대 0.35% 등 최종 합격선이 최초 합격선보다 내려가는 것을 고려해도 상위 누적 0.5% 이내일 것으로 추정된다. 합격선이 낮은 편인 대구가톨릭대학교나 원광대 의대도 상위 1%에 들어야 합격이 가능한 것으로 보았다. 신 교감은 의대는 출신 대학이 중요하지 않다.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가와 어디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했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지방대 의대도 합격선이 낮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 원장은 의대 정원이 1500여 명이다. 전국의 고등학교가 2천 개다. 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해도 의대에 갈 수 없다. 2013년 서울대 정시 선발인원이 20명이었다. 이과에서 전국 50등 안에 들어야 서울대 의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의대 정원 대폭 늘어

 

의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반가운 소식 중 하나는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2015년 폐지됨에 따라 의대 정원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증가한다는 것. 일선 학교에서는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의대를 준비하라고 권유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의대 입시를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앞으로 몇 년이 호기가 되고 경쟁률도 치열할 전망이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정원 조정 결과에 따르면 의대 정원은 현 고3이 입시를 치르는 2014년까지는 작년과 같은 1538명을 선발하지만 점차 인원을 늘려 2015~2016년에는 2533, 현 중3이 입시를 치르는 2017년에는 3118명을 선발한다. 반면 의전원에서는 올해 1687명을 선발하고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감축, 2017년에는 218명을 선발할 예정이다(2 참조). 공 원장은 의대 정원이 늘어남에 따라 현 고3들은 의대를 준비하다가 실패하면 1천 명가량 인원이 늘어나는 내년을 보고 재수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서울대 의예과 95, 연세대 77명 등 1538명을 선발하는 2014년 의대 입시에서 수시로 뽑는 인원은 710. 전체 인원의 46%에 이른다. 단 상위권 대학에서 수시 비중은 서울대가63.2%, 연세대 58.4%, 성균관대 64.3%, 울산대 70% 등 매우 높고 이들 대학은 논술 고사를 치르는 일반 전형의 비중이 높다.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은 수시 모집 일반 전형 우선 선발에서 학생부 30%에 논술 고사 70%를 반영한다. 반면 지방 의대일수록 학생부 전형의 비중이 높은데, 관동대 동아대 서남대 순천향대 등은 학생부 100%로 선발한다. 일반적으로 서울 상위권 대학은 논술(일반) 전형에서 4개 영역 중 3개 영역 1등급 등 꽤 높은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요구하고, 상대적으로 학생부의 반영 비율이 낮은 특징이 있다. 반면 수능최저 학력 기준이 낮은 일부 지방 의대는 학생부 반영 비율이 높은 편이다.

 

2014년 의대 입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준 대학은 서울대. 2013년 입시에서 수시 비중이 79%로 정시에 비해 월등히 높았던 서울대는 올해 수시 비중을 63% 수준으로 낮췄다. 대신 정시로 뽑는 인원을 20명에서 35명으로 늘리고, 수시 지역 균형 선발 인원을 28명에서 40명으로 늘렸다. 반면 수시 일반 전형 인원은 47명에서 20명으로 대폭 줄였다. 일반 전형이 과학고나 영재학교 학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올해 서울대 의대 신입생 중 단일 학교로는 서울과학고가 10명으로 가장 많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진표 대표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받는 이공계 인재 발굴을 위해 세워진 과학고에서 많은 학생이 의대로 진학하는 현상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인성 중요한 요소로 평가

 

최근 의대 입시는 성적보다 인성이나 적성을 높게 평가하는 추세다. 성적 차이는 1~2점에 불과한 뛰어난 학생들 중에서 어떤 학생들이 의사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면접을 실시하는 대학에서는 면접이 당락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공성철 원장은 강조했다. 2013년 서울대 입시에서도 수능 4개 영역 모두 만점을 받은 학생 세 명 중 두 명은 탈락했다고 한다. ·적성 면접을 통해 의사의 자질인 소통 능력, 공감 능력, 판단력, 문제 해결력 등을 성적보다 우선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서울대 수시 일반 전형 면접에서는 70분 동안 7개 방에 들어가서 7명의 교수와 차례로 상황 면접, 연극 면접 등 다중 미니 면접을 치렀다. 지식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더 어려워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서울대를 비롯해 고려대 아주대 울산대 등이 면접을 실시하나, 비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서울대의 사례가 다른 학교에 미치는 영향도 눈여겨볼 일이다. 의사가 되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인성, 왜 의사가 되려고 하는지 등 기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져볼 때다.

 

 

취재 조진경 리포터 도움말 신동원 교감(서울 휘문고등학교조진표 대표(와이즈멘토오종운 평가이사(이투스청솔 입시연구소공성철 원장(허브엠디학원) 자료제공 교육과학기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