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월의 쉼터/MBC사우회

하늘같은 아버지 마음

풍월 사선암 2013. 9. 25. 10:28

 

하늘같은 아버지 마음

 

추분(秋分)이 지나고 나니 가을비가 온다.

밭에 심은 배추, , , 갓 위에 촉촉이 내린다.

 

그러니 하늘의 축복을 받은 김장채소 걱정은 안 해도 될 듯싶다.

헌데 집 앞 소나무에다 집을 짓고 알을 깐 후, 산란(産卵)을 하고 있는

비둘기가 비에 젖어 걱정이 된다.

 

이 때 집사람이 갖다 주는 여러 가지 우편물 속에

손으로(手記)쓴 주소 봉투가 눈에 띄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분이 보내온 것인데, 안 내용도 요즈음은 볼 수 없는 手記이다.

 

“歲月流水와 같이 흘러 XXX 을 못 뵈온지 오래 되었습니다.

저는 저의 집 사람이 떠나고 난 후 三男 XXX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三男海運事業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요사이 不景氣가 되어서 苦戰하고 있습니다.

 

三男1954년 생으로 京畿中.高等學校 韓國外國語大學 英文科卒業하고

海運系統에서 오래 일 하였읍니다.”

 

아들의 취직을 부탁하면서

“希望職種放送廣告, 貿易會社BUYER유치, 證券會社SALES 사원등등.”

이라 적혀 있었다.

 

편지를 꼬박 꼬박 다 읽고 나서

“어르신! 회갑이 다 된 아들 걱정 집어치우시고 어르신 몸 건강이나 하세요!”

하려다 아뭇소리도 못했다.

 

거룩한 아버지의 따뜻한 맘을 상하게 할 수가 없어서였다.

우리의 마음인들 그분과 다를 게 있겠어...

 

그분은 한국전후 한국복구를 위해 한국에 와있던 UNKRA( 國際聯合 韓國再建團)

통역관이었고 큰 아들은 서울에 있는 K대학교 교수이다.

도하신문에서 경제에 관련된 그의 글을 자주 읽을 수 있었는데

서울시 교육감에 출마했다 떨어진 후에는 자취를 감췄다.

 

하찮은 나 말고도 그 분은 여럿한테 아들 취직 부탁을 했을성 싶은데

아들들이 알고나 있을까...?

 

비온 뒤 가을 하늘은 더 푸르고, 더 높고, 더 넓게 보였다.

 

늘 하늘같은 아버지의 사랑만큼이나, 어머니 사랑이 바다처럼 깊다면...

아버지 마음은 하늘처럼 높다는 걸 편지를 읽으며 알았다.

 

- bellee 님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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