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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組 왕국' 현대차] [3·끝] 지난 23년간 405일 파업… "울산, 美디트로이트처럼 쇠락할까 우려"

풍월 사선암 2013. 9. 14. 23:42

['勞組 왕국' 현대차] [3·]

지난 23년간 405일 파업"울산, 디트로이트처럼 쇠락할까 우려"

 

- 전문가들 "노조 스스로 못 변해"

   노조, 해외공장 보곤 "놀랍다"정작 울산서는 얘기도 못 꺼내

 

- 현대차, 勞使 공멸 피하려면

   해외생산 늘어 사측 교섭력 커져무너진 근무기강도 바로 잡아야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올해까지 27년 중 23년을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였다. 총 파업 일수는 405일에 달한다. 파업을 안 한 해는 1994년과 온건파였던 이경훈 전 노조 지부장이 이끈 2009~2011년 등 4년뿐이었다.

 

이처럼 파업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면서 현대차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20044900만원에서 지난해 9400만원으로 10년 새 2배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은 3228만원에서 36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단협 부분 파업에 들어간 지난달 2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10일간 부분 파업을 벌이고 두 차례 주말 특근을 거부해 노조의 요구 사항을 관철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도 10차례 부분 파업 등을 통해 기본급 97000원 인상 성과급 350%+500만원 품질 향상 성과 장려금 50%+50만원 사업 목표 달성 장려금 300만원 등을 받아냈다. 현대차 울산 공장의 전직 노조 간부는 "현대차 노조엔 일단 '파업부터 하고 보자'는 관행이 뿌리박혀 있다"고 말했다.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처럼 내닫기만 하는 노조

 

올해 임단협 때 현대차 노조가 사측에 제시한 요구는 무려 180여개에 달했다. 각 계파가 경쟁적으로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공약을 내놨기 때문이다. 김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호소문에서 "(국내) 소득 상위 5%, 세계 자동차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는 현대차 노조원들이 올해 교섭에서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요구를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을 정도다.

 

현대차 근로자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봉 비교 표

 

조합원 46000명의 현대차 노조는 힘 있는 7개 계파로 쪼개져 있다. 강경 성향 3, 중도 3, 온건 1곳이다. 이들은 임단협 때마다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선명성 경쟁을 벌인다. 그 바람에 협상이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온건파가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해도 결선투표에선 강경파들이 연합해 판을 뒤집는 경우도 있다.

 

"기형 노조 키운 회사 책임도 커"

 

이런 기형적인 노조는 결국 회사가 키웠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현대차는 2000년대 초 단체교섭에서 노조에 크게 밀렸다""이후 노조가 이를 이용하고 경영진도 노조 비위를 맞춰주면서 적당히 넘어가려고만 해왔다"는 것이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 경영진의 잦은 노무 라인 교체도 문제를 악화시키는 데 한몫을 했다고 말했다. 경영진이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노무 라인을 교체해 노조로 하여금 자기들이 흔들면 마음대로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최 연구위원은 "파업이 사라진 현대중공업은 20년 넘게 인사·노무 라인에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근로자들을 교육했고, 노조가 서서히 변했다"고 말했다.

 

단번에 해결할 방법은 없지만

 

현대차 노사가 변하지 않으면 울산이 미국의 쇠락한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정치화된 현대차 노조가 스스로 변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조 간부들을 생산성 높은 해외 공장으로 데려가 견학시키면 그 자리에선 '놀랍다'고 얘기하면서 막상 귀국해서 노조원들 앞에 서면 '경쟁 업체를 이기기 위해 양보하자'는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투쟁 일변도로 나간다는 것이다.

 

최영기 연구위원은 "그동안 회사가 환율 효과 등으로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환율 효과도 없고 결국 노사 관계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 노조 문제는 20년 넘게 누적된 것이어서 한 방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현재 국내 본사와 3개 공장에 6만여명을, 해외 7개 공장에 24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과 미국에 추가로 공장을 짓는 것을 검토 중이다. 그만큼 해외 일자리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

 

유지수 한국자동차산업학회 명예회장은 "현대차 근로자의 임금이 지나치게 높고 생산성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회사의 경영 전략을 집행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근무 기강이 무너진 점"이라고 했다. 그는 "힘의 균형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올해 처음으로 해외 공장 생산량이 국내 공장 생산량을 넘어서 회사 교섭력이 크게 강화됐다"면서 "지금이 노사 관계를 재정립할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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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는 노조가 弱者, 그땐 시민들도 응원이젠 노조가 인데어떤 국민이 용인하겠나"

 

[현대노조 간부출신인 어느 선배의 고백]

"계파 경쟁 위해 무리하게 公約, 자신들 이익에만 집착한다면 국가 경제에 걸림돌 될 뿐"

 

"1980년대엔 노사 관계가 너무 불평등해 노조가 과도한 행동이나 요구를 하더라도 사회적 약자로 용인됐고 시민들도 응원해줬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현대차 노조가 ''이에요. 어떤 국민이 현대차 노조를 응원하겠습니까."

 

1987년 현대차 노조 출범에도 참여했던 노조 간부 출신의 50대 근로자 A씨는 "강경 노조에 몸담았던 우리조차 노사 관계가 언제까지 소모적이고 대립적인 관계로 가야 하는지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 노조가 해마다 파업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노조가 집행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임단협에 임하고, 각 계파가 경쟁적으로 대결 수위를 높이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원 사이에서도 '이건 너무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노조 집행부는 '우리처럼 힘 있는 공장에서 이런 걸 요구해야만 대한민국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본다'는 논리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임단협에서 자녀가 대학에 불합격하더라도 회사가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요구안을 낼 때도 이런 논리를 댔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처우는 자신들보다 못한 사내하청 정규직화 문제에 대해선 입 다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사내하청 노조는 전원 정규직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그런 주장이 이 문제를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할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사내하청 노조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며 "다만 회사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속 연수를 일부분이라도 산입해 주는 방법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6년까지 3500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는 등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A씨는 회사 측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안을 내세우면서도 그것을 합리화하는 논리 중 하나가 재벌의 부도덕성, 부의 세습입니다. 정몽구 회장이 어디 자기 힘으로 회사를 세웠나요. 그러니 노조는 '편법으로 세습한 부를 나눠 갖는 게 뭐가 나쁘냐'고 주장하는 겁니다."

 

A씨는 노동운동이 더 이상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기업에 사회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만큼, 노동자도 지역사회에 봉사도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적어도 국가 경제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되지요."

 

최종석 기자 / 메신저입력 : 2013.09.1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