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勞組 왕국’ 현대차] [2]‘490명 수퍼甲’ 현대車 대의원…“일 안해도 수당, 공장인력배치 맘대로”

풍월 사선암 2013. 9. 13. 17:08

[‘勞組 왕국현대차] [2]

‘490명 수퍼현대대의원일 안해도 수당, 공장인력배치 맘대로

 

-“공장은 대의원들의 정치판

공장마다 여러명매년 선거

노조계파 간 역학 관계 얽혀 노조 집행부조차 간섭 못해

 

-“대의원, 생산성 낮추는 진짜 원인

新車 라인 새로 생길 때마다 업계 표준 무시, 인력 요구주말특근 거부권도 휘둘러

 

현대차노조 조직.

 

현대자동차 공장에 가보면 짙은 남색 조끼를 입고 휴게실 등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각 공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장 활동가인 노조 대의원들이다. 울산 공장의 전직 노조 대의원 A씨는 "공장은 대의원들의 거대한 정치판"이라며 "회사도, 노조 집행부도 건드리기 어려운 존재가 바로 대의원들"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에 가입된 조합원은 총 46000여명. 이들 가운데 각 공장 조합원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된 노조 대의원은 490여명이다. 대략 노조원 100명당 1명꼴로, 공장마다 여러 명의 대의원이 존재한다. 현대차 노조를 집권당에 비유하자면, 대의원들은 전국의 지역구 국회의원 격이다. 해마다 열리는 대의원 선거는 계파별로 후보 4~5명이 경쟁할 정도로 치열하다. 임기는 1. 울산 공장엔 대의원이 250여명 있다.

 

현대차에는 노조 업무만 보는 노조 전임자만 111명이나 되는데, 이들 외에 노조 대의원들도 제대로 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현대차 관계자는 "공장의 생산성을 낮추는 진짜 원인은 노조 대의원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공장 인력 배치 좌지우지

 

대개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신차 라인에 인력을 투입할 때 생산에 필요한 적정 인력을 정한 '맨아워(Man-Hour)' 표준을 따른다. 하지만 국내에 있는 현대차 공장들은 '맨아워' 표준 없이 대의원들이 사실상 공장 내 인력 배치를 좌지우지한다. 회사는 신차 라인을 새로 만들 때 해당 공장의 대의원들과 투입할 인력 수를 협의한다. 그때마다 대의원들은 "기능이 더 복잡해져 노동 강도가 세졌다"며 추가 인력을 요구해 협상이 길어진다.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출고가 몇 달씩 늦어지는 원인 중 하나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를 제때 소비자에게 건네줘야 하는 회사 입장에선 대의원들 비위를 맞춰줄 수밖에 없다""'맨아워' 표준을 만들기 위해 노사 공동으로 외부 자문위원들을 초청했지만 대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 전직 대의원은 "대의원들은 인력 투입량을 표준화할 경우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게 될까봐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대의원은 주말 특근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협의를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회사를 압박하기도 한다. 특근 거부권은 노조 집행부도 간섭하지 못하는 대의원의 고유 권한이다. 지난 4월엔 노사가 합의한 특근 계획을 일부 공장 대의원이 거부하기도 했다. 노조원들 사이에선 "주말 특근을 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현대차 노조는 "특근은 공장 대의원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물러섰다.

 

일 제대로 않고 전환 배치도 거부

 

이처럼 현대차 노조 대의원의 영향력은 노조 집행부도 간섭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하다. 노조 집행부가 큰 방향은 지시할 수 있지만 각 공장 내의 노사 관계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대의원도 선출직인 데다 다양한 계파 간의 역학관계가 엮여 있기 때문이다.

 

대의원 출신의 한 직원은 "대의원들은 사측과 회의가 있다, 금속노조 회의에 참석한다, 연구 활동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작업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그러면서도 수당은 꼬박꼬박 챙긴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의원들은 회사가 맘대로 인사를 낼 수도 없어 견제할 방법도 없다"고 했다.

 

여유 있는 라인의 인력을 일손이 부족한 라인에 투입하는 '전환 배치'를 거부하는 대의원도 있다. 한 전직 대의원은 "조합원 입장에선 낯선 곳에서 일하는 것이 싫을 수밖에 없고, 대의원들은 다져놓은 표가 다른 라인으로 옮겨가는 것에 찬성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노조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울산 공장에서 만난 한 노조원은 "자기 맘대로 특근 거부하고, 작업 라인에 모습을 보이지도 않을 때는 문제다 싶지만 뭐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켜주니까"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각 계파와 대의원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 공장 전체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고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200억 주무르는 노조위원장, 지역사회서도

 

7개 계파 경쟁해 2년마다 선출, 밖에선 국회의원·市長과 교류위원장들 절반이 政界 진출

 

현대차 노조 지부장(위원장)은 강원 태백시 인구와 맞먹는 46000여명의 조합원을 대표한다. 조합비와 적립금 등 연간 200여억원의 돈을 주무른다.

 

공식적으로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이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위원장보다도 더 크다.

 

현대차 노조는 해마다 조합비 110여억원을 금속노조에 내고, 절반 정도인 60여억원을 돌려받아 쓰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금속노조에 내는 110억원은 금속노조 한 해 예산(350여억원)30%를 차지한다. 조합원 수로도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15만명)3분의 1쯤 된다. 그래서 현대차 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한 2006년 이후 선출된 금속노조 위원장 3명이 모두 현대차 출신이었다.

 

노조 지부장은 사내에선 사장급인 공장장과 협상을 벌인다. 대외적으로는 울산의 지역구 국회의원, 시장과 대등하게 교류한다.

 

정계·노동계로 진출한 현대차의 역대 노조위원장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 지부장은 회사가 노조에 지원했던 3300cc짜리 제네시스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출입 검색이 면제되고 일하는 노조원들만큼 각종 수당을 포함한 연봉을 받는다"고 말했다.

   

2년마다 치러지는 노조 지부장 선거에서는 울산공장 내 힘 있는 7개 계파가 치열하게 경쟁한다. 지부장을 배출한 계파는 노조 집행부는 물론이고, 각종 위원회의 요직을 차지한다. 각 계파는 지부장을 내기 위해 연합하기도 한다.

 

문용문 현 지부장도 2개 강성 계파가 힘을 모아 당선된 경우다. 차기 지부장 선거는 이르면 이달 말쯤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 1987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현대차 노조 지부장을 지낸 사람은 총 11명이다. 현 지부장을 제외한 전직 지부장 10명 가운데 6명이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등의 핵심 간부로 올라가거나, 민주노동당 등을 통해 정계에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간부들은 이른바 '외유'를 하고도 회사로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노조원은 "전직 지부장은 현장에 복귀해도 공장 라인에서 일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설] 소비자가 울산 공장 보고서도 國內産 현대차 사겠는가

 

조선일보 기자가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의 i30 자동차 생산라인을 돌아보며 직접 세어보니 근로자 160명 중 생산 라인을 벗어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동료와 잡담하는 사람이 59명이나 됐다. 작업시간에 일하지 않고 '딴짓'하는 사람이 3분의 1이나 됐다는 것이다. 그러다 퇴근 무렵이 가까워져 오면 근무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사복(私服)으로 갈아입고 공장을 나서는 근로자가 수두룩했다.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은 전혀 딴판이다. 모든 근로자가 작업시간 벨이 울리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하고 라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퇴근 때는 종료 벨이 울린 다음에야 라인을 떠났다. 작업시간 중에 스마트폰을 보거나 잡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근무 중 휴대전화를 쓰다가 네 번 적발되면 바로 해고다.

 

미국·일본·독일 자동차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시간 중에 빈둥거리는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다. 선진국에선 생산직만이 아니라 사무직 근로자들도 근무시간을 엄격하게 지키고 업무에 집중하는 게 보편적인 근무윤리로 자리 잡았다.

 

근무 태도의 차이는 곧바로 생산성 격차로 나타난다. 자동차 한 대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현대차 울산 공장은 30.3시간으로 앨라배마 공장 14.4시간의 두 배가 넘는다. 선진국 자동차 공장인 닛산은 18.7시간, 포드는 20.6시간, GM21.9시간이다. 이런 생산성으로 만든 국내산 현대차가 무슨 경쟁력을 갖겠는가.

 

생산라인에 필요한 표준인원을 실제 투입인원으로 나눠 생산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편성효율도 현대차 국내공장은 53.5%에 지나지 않는다. 53.5명이 할 일을 100명이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작업 강도가 느슨해 슬슬 놀면서 일하는 인력이 많다. 앨라배마 공장은 91.6%이고 현대차 다른 해외공장들도 대부분 편성효율이 90% 안팎이다.

 

현대차 국내 노조는 자신들의 노동 강도(强度)가 지나치게 높다며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례(年例)행사처럼 파업을 벌여왔다. 올해도 주말 특근 거부와 임단협 부분파업으로 빚은 생산 차질이 13만대가 넘는다. 현대차 노조가 만약 경영 주체(主體)라면 생산성과 편성효율이 이 모양인 국내에 새 공장을 세우겠는가 아니면 해외에 나가겠는가. 현대차 노조가 만약 소비자라면 이 모양의 울산 공장 근무기강을 보고서도 안전성을 굳게 믿고 국내산 현대차를 살 생각이 나겠는가. 현대차 노조는 양심(良心)을 회복해야 한다.

 

입력 : 2013.09.13 03:19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