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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10人 릴레이 탐구 ⑩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풍월 사선암 2013. 7. 27. 08:45

'대화록 難局'서 타협 리더십'스킨십 부족' 지적도

 

['파워 10' 릴레이 탐구]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강경투쟁보다 대화·타협 우선 '귀태' 홍익표 바로 사퇴시켜스스로 "실용적 의회주의자"

술 전혀, 골프도 별로 안즐겨유일한 취미가 3영화관람

 

민주당 전병헌(田炳憲·55)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유력 후보였던 우윤근 의원을 제치고 새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주변에선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12표 차이나 벌렸다. 그는 김한길 대표와 호흡을 맞추며 신주류 지도부를 이끄는 쌍두마차가 됐다.

 

전 원내대표는 자신이 공약한 대로 6월 국회에서 '() 지키기 입법'을 주도했고, 여러 고비를 넘기면서도 '국정원 국정조사'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그는 최근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으로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퇴근도 미루고 국회에서 대책회의를 할 정도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당 고위정책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친노와 비노 양쪽에서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 당혹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구주류에선 "강한 야당을 기치로 내걸었던 전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의 NLL 공세에 유화적으로 대처해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 "싸워야 할 때 싸우지 못해 밀려 버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신주류 의원들은 "회의록 열람을 '구속적 당론'으로 정하는 바람에 새누리당 전략에 말려들었다""좀 더 냉철하게 판단했어야 했다"고 했다.

 

강경 투쟁보단 타협 노선

 

그러나 전 원내대표는 "욕을 좀 먹더라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국회 정치를 복원하겠다""회의록 실종 진상 규명은 특검에 맡기고 소모적 정쟁을 중단하자"고 했다. 대여 관계에서도 벼랑 끝 대치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신을 '실용적 의회주의자'라고 부른다. '귀태(鬼胎)' 발언을 한 홍익표 원내대변인을 하루 만에 당직 사퇴시킨 것도 전 원내대표였다. 강경파가 반발했지만 그는 "국정조사를 진행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득했다. 그는 국정조사를 진척시키기 위해 진선미·김현 의원에게 특위위원에서 사퇴해 줄 것을 4~5일 동안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원내대표는 의원들과 스킨십이 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지만, '미니 의총'을 통해 접촉 면을 늘리고 있다. 그는 23~254~5개 상임위별로 의원 30여명씩을 모아 회의록 실종 사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그는 이번 사태가 계파 싸움으로 번지는 것도 최대한 막고 있다. 회의 때마다 "당내 어느 한 세력에 사태의 책임을 전가하는 건 무익하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계파 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정세균 상임고문계'로 분류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천하 삼분지계에선 전략 달라야"

 

전 원내대표가 강경투쟁 노선으로 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안철수 의원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자주 입에 담는 고사성어도 '천하 삼분지계(三分之計)'. 그는 "민주당이 강온(强穩) 전략을 잘 구사해 합리적인 국회 운영을 하지 못하면 실망한 국민의 시선이 안 의원에게 쏠린다""과거에는 야권 지지층이 '미워도 다시 한 번' 민주당을 선택했지만 정치권이 세 갈래로 나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또 "이미지가 괜찮은 여성 대통령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곤 한다. 이명박 정부를 상대하던 방식이 박근혜 정부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거칠고 강경한 투쟁적 자세로는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려우니 좀 더 섬세한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영리하지만 친화력 부족" 비판도

 

전 원내대표는 고려대 학보사 기자를 하다 198729세 때 김대중 전 대통령 대선 캠프 홍보전문위원으로 정치권에 들어왔다. "DJ와 함께 가장 많은 회의를 했던 정치인"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자네는 아이디어가 많고 머리 회전이 빨라 과속할 수 있으니 세 번만 더 생각하고 움직이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영리하지만 독선적인 면이 있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술을 전혀 못하는 데다 골프도 즐기지 않아 대인 관계에 약점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전 원내대표는 "맥주든 소주든 한 잔만 마시면 10분 뒤 얼굴이 흙빛이 돼 쓰러진다""지역구에서는 아내가, 여의도에서는 동료 의원들이 대신 마셔준다"고 했다.

 

그의 취미는 '3대가 함께 하는 영화 관람'이다. 그는 "83세 모친과 아내, 아들, 딸과 함께 매주 1편씩 영화를 보고 평론회를 갖는다""정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유일한 순간"이라고 했다.

 

최승현 기자 / 메신저입력 : 2013.07.27 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