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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엄마들이 털어놓은 '겉과 속'

풍월 사선암 2013. 7. 22. 12:25

강남엄마들이 털어놓은 '겉과 속'

  

내 집 전세 놓고 강남 입성

사교육비 마련 위해 파출부도

조급증에 자식들 학원 내몰아

소신 있는 엄마는 학원 거부도

사치는 일부대부분 알뜰족

 

()강남인들이 강남에 사는 아줌마 강남맘'에 대해 느끼는 부정적 이미지의 배경과 강남맘들의 복잡한 속내를 들여다 봤다.

 

최근 종영한 모 방송사 4부작 드라마스페셜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는 강남맘을 다뤄 화제가 됐다. 이 드라마는 강남맘의 에듀푸어, 엄마들의 네트워크, 치열한 교육전쟁 등 대한민국 엄마들의 치열한 하루를 다뤄 주부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소위 대한민국 상위 1%라는 강남. 그 중에서도 A급 지역은 집 한 채에 50~60억을 넘나들며 원어민 영어유치원비가 한 달에 200만원을 웃돈다. 4인 가족 저녁 한 끼 식사 평균가격이 20만원을 넘는다. 40평대 전세 값만 해도 10억원이 넘는 이곳에 사는 강남맘들의 이상하고도 특별한 이중생활(二重生活)과 그들의 이면을 들여다 봤다.

 

지난 19'불금'('불타는 금요일'의 약칭) 강남 청담동 모 처에 이 지역을 대표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부모들 4명이 모여 뉴시스 기자와 자유토론을 벌였다. 앉자마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수다가 시작됐고 주요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다. 단연 엄마들의 '열정 1'는 자녀 교육이었다. '강남맘의 블라인드 수다' 를 풀어서 정리해봤다.

 

강남맘의 특별함 1- ‘강남맘의 학구열

 

강남 모 처에 살고있는 A씨는 강북의 40평형대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고 대출금 등을 보태 강남에서 전세살이를 시작한지 벌써 5년째다. 가족은 남편과 아이 한명으로 3명이 전부다.

 

강남 주거를 포기하지 못해 자기 집을 내놓고 전세로 전전해 온 A씨는 흔히 생각하는 '강남맘'들과 달리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오전 9시께부터 마음이 급해진다. 먼저 낮에는 파트타임 파출부(청소)로 한탕을 뛰고 오후엔 마트의 계산대 아르바이트까지 나선다.

 

저녁이 돼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에 빛의 속도로 달려와 아이 간식을 챙기고, 학교와 학원 숙제를 함께 하고 나면 영어학원, 논술학원, 웅변학원, 축구학원, 수학학원, 피아노 학원 등 총 9개학원을 요일마다 바꿔가며 다니는 '학원 셔틀'이 시작된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지만 이런 강남맘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A씨는 "당시(5년 전)에는 강남에 들어오려고 전세방이든 지하 단칸방이든 가리지 않고 일단 이 (강남) 아이들의 무리 속에 내 아이를 집어 넣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이 우선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서울 어느 지역보다 전세금이 비싼데다 재래시장 물가도 다른 곳보다 최소 20~30%가 비싼 이 지역의 경우 수도권 외곽 아파트 2개 가격에 전세 거래가 한창이라며 "학군뿐만이 아니라 (학교와)거리도 가까워 (전세가)나오는 즉시 거래된다"고 말했다.

 

강남맘의 특별함 2- ‘강남맘의 사교육이란?’

 

이제 추억이 된 개그콘서트의 '사마귀유치원' 진학상담선생님 일수꾼의 유행어 중에 "우리 부모님은 무조건 숨만 쉬고 일만 하면 영어유치원, 웅변학원 ,피아노학원, 축구 학원 등에 갈 수 있어요"란 게 있었다.

 

강남 사교육 실태는 정말 심각하다. 초등학교 1학년생은 평균 6~7개 학원에 다니며 이들이 학원을 마치는 시간은 대략 저녁 8~9. 이 시간까지 엄마들은 학원 주변을 어슬렁거리거나 차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때론 삼삼오오 모여 '어느 학원이 좋다더라'는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경제 불황과 수능 입시 제도의 변화, 특목고 입학 전형 등이 바뀌면서 강남 학원열풍이 조금은 시들고 있다. 특히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엔 최근 학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며 공실이 늘어나고 있으나 그 자리에는 어김없이 소규모 교습소나 신종 개인과외 등이 들어서고 있어 아직 사교육 열풍이 잡혔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강남맘의 특별한 3- ‘강남 고교생 명문대 얼마나 가나?’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강남에 위치한 16개 고교 졸업생 중 서울대 합격자는 평균 145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정원의 1.9%에 불과한 수치다.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숫자에 재수생이 포함돼 실제 재학생의 서울대 진학은 전체의 1% 정도라는 사실이다.

 

강남 고교 졸업생 중 재수생의 비율은 2010년 기준 60~70%에 달한다. 국내 한 중앙일간지는 당시 강남 전체에서 재수를 하지 않고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은 97명이라고 밝혔다. 전체 졸업생 7600명에서 1% 정도가 서울대에 진학한 셈이다.

 

'강남맘'이란 신조어가 처음 생겼던 90년대 당시 거북할 정도로 지나친 부모의 교육열과 다른 지역 부모들의 부러움와 눈총을 받으며 성장한 아이들이 보여준 성적치고는 초라하다.

 

심지어 학부모 B씨는 "'학군수요'는 부동산 업자들이 만들어낸 사기극이라며 "자식들의 미래를 위한다며 한 달 최소 500~1000만원을 사교육비로 쓰는 게 보통이지만 이 모두(학군 효과)는 허구이고 허수다"라고 말한다.

 

강남맘의 특별함 4- ‘강남맘의 사치

 

쇼핑의 거리 압구정 현대백화점에서부터 청담사거리까지 명품 매장만 100여 개에 달하는데 그 비싼 땅 위에 차려진 고급 매장이 매달 손실을 보면서 홍보만을 위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수요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대한민국 상위 1%에 해당하는 소위 준 재벌 이상으로 구성된 '그들만의 문화'에 가깝다. 우리가 관심있는 강남맘의 실상은 어떨까? 이에 대해 강남맘들은 답한다.

 

모 강남맘 커뮤니티사이트에 따르면 '강남맘은 똑 부러지게 2가지 스타일로 나뉜다'는 것이다. '귀족을 흉내 내는 스타일''그냥 죽어라 알뜰한 스타일'이 그것이다.

 

'강남맘'들은 사치스럽게 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그녀들도 학부모가 되는 순간부터 살인적인 사교육비에 시달리며 생활비 절약을 위해 알뜰한 짠돌이 엄마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백화점에 안가고 고급 제품을 안 쓰는 게 아니라 물건을 구입할 때 어떻게든 알뜰하게 효율적으로 구입하기 위해 머리를 짜낸다는 것이다.

 

강남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강남맘 C씨는 말한다. "다른 강남엄마들처럼 지금부터 치열하게 이것저것(공부를) 시키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길과 그들과 동떨어져서 자신만의 노선(노하우)을 걸으면서 그들로부터 완벽하게 '(따돌림)' 당하면서 사는 길선택은 엄마 몫"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극성맞거나 ''를 선택하는 엄마들보다 때로는 흔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소신을 따지기도 하며 사는 엄마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강남맘의 특별함 5- ‘강남맘들 간의 특별한 커뮤니티

 

강남맘 D씨에 따르면 주위에는 교육에 열 올리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따 당하지도 않는 엄마들도 꽤 있다. 가끔 팔랑 귀에 흔들렸다가 다시 중심을 잡는 그냥 평범한 엄마도 많다는 것이다. D씨는 이 이야기를 계속 풀어갔다.

 

엄마의 소신에 따라 아이가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많다. 사실 대부분의 공부(창의력, 논리)가 학원에서 가르친다고 무조건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엄마와의 놀이를 통한 소통, 친구와의 소통, 책 등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길러질 수 있는 것을 엄마들의 조급한 마음 때문에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몬다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흙에서 이 풀 저 풀 뜯어 보며 풀이름을 배우고 자라나는 생명을 감지해가는 아이와 학원에서 샘플이나 책으로 배우는 아이와의 차이를 떠올려 보자. 물론 내 아이에게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그 부분을 학원에서 채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조건 학원행은 반대이다.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좀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아이가 아닌 스스로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 삶으로 초점을 맞추면 그렇게 어려운 일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남이라서 더 교육을 시키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강북이든 강서든 치열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무엇보다 엄마의 소신이 중요하다.

 

강남맘의 특별함 6- '강남맘은 없다'

 

우리 사회에는 강남맘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각이 적지 않다.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서울대 법대 수석 장학생이 나오기도 하고 이들은 흔히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라고 자기주도 학습법을 소감으로 말한다. 이런 미스터리 대상들을 보면 '외계인'이란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학습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화려한 '강남맘'은 없었다. 강남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상위 1% 소득자가 아니더라도 안정된 가정 속에서 부모와 자녀가 자유롭게 소통하고 부모가 가정과 아이의 교육에 관심을 쏟는다면 아이에겐 그만큼 행복한 미래가 열릴 가능성이 커진다.

 

'강남맘'은 사치와 교육열에 미쳐 사는 아방궁의 안주인들이 아니다. 오히려 자식이 먹는 고깃국에 자신의 고기를 다 덜어주고 뒤에서는 숭늉으로 허기를 달래던 과거 60~70년대 보통 어머니와 결코 다를 바 없는 그런 평범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 인터뷰에 응해주신 주부님(강남맘)들께 감사드립니다. 본 내용은 강남에 사는 30~40대 주부 4명과 대화형식으로 자유롭게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고 참가자들의 요청에 따라 사진과 신상 정보는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뉴시스 2013.04.22 김태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