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마지막 날
한 남자가 병원을 찾아와 고민을 호소했습니다
.
“선생님. 저는 하루하루가 너무 지루합니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무얼 해도 의욕이 나지 않고 그저 어서 빨리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이렇게 무기력하게 산다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의사가 말했습니다.
“내가 아주 좋은 방법을 하나 가르쳐드리죠.
그것은 당신이 하루밖에 살 수 없다고 상상하는 것입니다.
침대에 누울 때도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잠에서 깰 때도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아내의 얼굴을 볼 때도 이것이 마지막으로 보는 것 이라고 생각하고
회사 동료와 점심을 먹을 때도 이것이 마지막 식사라고 생각해 보세요.
기차를 타고 지나가는 풍경을 볼 때도 다시는 이 모습을
볼 수 없을 거란 마음으로 바라보는 겁니다.
그래도 생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때 다시 저를 찾아오시죠.”
남자는 별 시답지 않은 말도 다 듣겠다는 표정으로 병원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를 탔습니다.
어스름한 저녁, 이제 막 노을이 물들기 시작한 도시는
아름다운 붉은색으로 물들고 있었습니다.
기차차창에 기대어 무심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던 남자는 장난삼아 이것이 내가 본 마지막 노을인가라는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그저 무심히 스쳐 자나가던 차창 풍경이
의미 있는 모습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풍경 하나하나에 눈길이 가고 모든 것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기찻길을 따라 서 있는 가로등의 불빛도 처음으로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20년이 넘은 세월을 매일 보던 노란 수은등 불빛이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설게 느꼈습니다.
기차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면서 남자는
이렇게 집에 돌아가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울컥 하는 마음과 함께 집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아내와 사랑하는 아이들이 너무나 보고 싶어졌습니다.
고생한 아내에게 아직 고맙다는 말도 못했는데,
아이들에게도 한 번도 제대로 안아준 적도 없는데,
사랑한다고 가족들 볼에 키스도 한번 못했는데,
오늘이 내 인생에 마지막 날이라면 못다 한 이야기,
못다 한 일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갖가지 후회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었습니다.
그는 집에 도착해 열쇠로 문을 열지 않고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대문이 열리고 황금색 불빛 아래 25년간 생사고락을 함께한
아내와 사랑하는 아이들이 따뜻한 미소로 그를 맞았습니다.
남자는 한참을 쳐다보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오래도록 꼭 껴안았습니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그는 바로 이 순간 내일부터 하느님이 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겠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결심했습니다.
남자의 얼굴에서는 환하게 빛이 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