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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10人 릴레이 탐구 ⑦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풍월 사선암 2013. 7. 8. 08:23

'어록' 5권 만든 대통령 意中 해설자國政 곳곳 '입김'

 

['파워 10' 릴레이 탐구]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 즉시 대응 강조하는 '수석' / 24년간 당직자로 와신상담, 총리 주례보고에도 꼭 참석 

- '苦言 못 한다'는 비판도 /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 높지만 쓴소리 할 수 있을지는 의문

 

지난 3일 청와대 기자실에서 오후 간담회를 하고 있던 이정현(李貞鉉·55) 홍보수석은 휴대전화에 뜬 발신번호를 보더니 말을 하다 말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남이 듣지 못하게 차 안에 들어가 전화를 받는 그를 보며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VIP(박근혜 대통령)구먼."

 

대통령의 '意中 해설자'

 

이 수석은 가끔 식사를 하다가도 숟가락을 내려놓고 전화를 받으러 나간다. 그는 내색하지 않지만 태도나 말투에서 전화 상대가 박 대통령이란 사실이 드러날 때가 많다.

 

어떤 사안을 두고 논쟁이 생겼을 때, 이 수석이 박 대통령 의중(意中)의 해설자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취임 초기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국토교통부 고위 당국자가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이 수석은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것은 대통령의 뜻이었다"며 그동안 박 대통령이 했던 발언을 죽 늘어놓았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잘 알고 박 대통령의 뜻을 그대로 집행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공석인 정무수석 역할도 사실상 함께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이 수석이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선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은 사석(私席)에서 이 수석에 대해 "그분은 한 번도 제가 하지 않은 말을 옮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수석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했던 중요 발언과 연설을 A4용지에 정리한 뒤 제본해서 책처럼 만든 '박근혜 어록(語錄)'5권 갖고 있다. 그는 이 어록을 종잇장이 해질 만큼 자주 읽는다.

 

국정 곳곳에 입김이 미치다 보니 자연히 '왕수석'이란 말이 나오지만, 그는 이런 소리를 제일 듣기 싫어한다. "나는 졸()수석"이라며 같이 일하는 행정관들에게도 "정부 부처나 외부에 완장 찬 것처럼 고압적으로 대하려면 사표 낼 각오를 하라"고 말한다.

 

총리 주례보고에도 참석

 

지난 63일 박 대통령은 이남기 전 홍보수석의 사의 표명으로 공석(空席)이 된 홍보수석에 이정현 당시 정무수석을 수직 이동시켰다. 이 수석은 새벽 5시쯤 일어나 조간신문 등에 난 주요 기사를 점검하고, 오전 620분쯤 서울 관악구 봉천3동의 집을 떠난다. 640분쯤 청와대에 도착하면 경호실에 딸린 이발소에 들른다. "기자들에 대한 예의로" 머리를 정돈하고 7시쯤 바로 기자실로 출근한다.

 

지난 20113월부터 암() 투병 중인 아내가 입원 치료를 받는 기간에는 병실에 들렀다가 출근한다. 아침식사는 비서동인 위민관 구내식당에서 한다. 저녁 약속이 있어 오후 630분쯤 밖에 나갔다가도, 9~10시쯤 사무실로 돌아와서 보고서를 읽는 날이 많다. 퇴근 시각은 보통 11시를 넘긴다.

 

'현안 즉시 대응'을 강조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수행하면서도 각종 회의에 꼭 참석한다. 지난 정부까지 홍보수석이 참여한 적 없는 총리 주례보고에도 빠지지 않는다. 새벽이나 심야에도 장관이나 수석들에게 바로 전화를 거는 일이 잦다.

 

苦言 못 한다는 비판도

 

그의 적극성에 대해서는 호평이 많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 비서실장으로 이 수석과 자주 접했던 노웅래 의원은 "해결이 되든 안 되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야당(野黨)의 말도 일단 열심히 듣는다"고 말했다. 전남 곡성 출신인 그가 호남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와주려고 하기 때문에, 민주당 내 호남 의원들은 특히 그에게 호의적이다.

 

반면 친박(親朴) 내부에서조차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으로는 갑()인데 고언(苦言)을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의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붙임성 있게 야당과 소통하려고 하지만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그는 사석에서 "나는 항상 대장(박 대통령)'이런 칭찬도 있고 저런 비판도 있다'고 말씀드린다""장점이 3개라면 단점도 3개 말씀드리고, 판단은 그분의 몫"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24년간 당직자로 와신상담

 

"복사하던 이정현이 정무수석이 됐다." 지난 219일 박 대통령이 그를 정무수석에 내정하자, 새누리당 일각에선 이런 말이 나왔다. 이 수석은 1984년 민정당에 입당해, 2008년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이 되기까지 24년간 당료(黨僚) 생활을 했다. 주로 홍보 분야에서 일했던 그가 대변인실에서 자료를 복사해 주거나, 잡무(雜務)를 거들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 2004년 총선 직후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이 그를 수석부대변인으로 임명했을 때부터 '박근혜 맨'이 됐다.

 

그는 주변에 "정당 간사부터 차장, 부장, 국장, 국회의원, 최고위원까지 모든 단계를 밟아 청와대에 왔다""어려운 일이 있어도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난 촌놈이 여기까지 왔으면 본전 이상이란 생각을 하면 힘이 난다"고 말하곤 한다.

 

김진명 기자 / 메신저입력 : 2013.07.06 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