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내 인생에 후회하지 말아야 할 일

풍월 사선암 2013. 1. 2. 23:38

 

 

내 인생에 후회하지 말아야 할 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생각만 해도 슬프다. 내게 직접 일어난 일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사람들 가운데 그런 일이 일어나면,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리다. 사랑이 떠나고 난 자리는 채워지지 않는 영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버지가 내 곁을 떠난 지 벌써 36, 참으로 긴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아버지는 내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계시는 것만 같다. 물론 순간순간 아버지가 그리워 몸살을 할 때도 있다. 다시 아버지를 만날 수만 있다면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건대, 아버지와 얼굴을 마주하고 같이 있고 싶던 순간들도 있었고, 아버지 품에서 나는 특유의 향기를 맡으며 아버지와 같이 잠들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다. 나는 아직도 아버지만 생각하면 어린 아들이 되고 만다. 내가 사랑하고 존경했던 아버지가 떠난 내 인생의 자리는 아쉬움 외에 다른 것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언젠가 나에게도 사랑하는 자녀들과 이별을 맞이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내가 아이들의 곁을 떠나야 하는 순간, 나는 어떤 말들을 하고 어떤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지 종종 생각해 본다. 그런 순간이 온다면 우선 내 자녀들과 배우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듣고 싶다. 나의 존재를 가장 가치 있게 만들어준 가족, 평생 내게 인생의 즐거움의 근원지가 돼준 가족보다 감사한 사람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얼마 전 후배의 자녀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자신의 살붙이를 떠나 보낸 아비의 아픔 어린 표정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다. 내 살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에게 친구 같은 아들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꿈을 다 펼쳐 보지 못한 아들의 주검 앞에 그는 절규했고 한없이 아파했다.

 

많은 이들이 장례식장에 찾아와 아비의 비통한 모습에 소리 없는 눈물을 훔치며 떠나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아픔보다 더 큰 아픔은 없다.

 

나는 오늘도 아버지로서 나의 모습을 뒤돌아봤다. 내가 먼저 자녀들을 떠나든, 혹시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이지만 자녀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한다면 어떠했을까? 그 순간까지 후회 없는 사랑을 나눴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나는 내 생각과 고집대로 이끌려고 아직도 허둥댄다. 자녀들에게 부족함 없는 사랑이 아니라 부족함을 확인하며 살게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와 다시금 다짐한다. 아픔을 생각하기 이전에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랑을 자녀들에게 줘야겠다고 말이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은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만은 두렵다. 언젠가 내가 떠나고, 또 떠나 보내는 날, 이별의 아픔보다 함께한 사랑의 추억들이 더 생각나도록 오늘을 살고 싶다.

 

모든 남자들이 그렇듯 나도 내 일에 빠져들면 나도 모르게 가족들과 거리를 두게 된다. 이제는 일하듯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자녀들이 많이 성장해 이제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자녀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사랑의 이야기들을 꽃피워야겠다.

 

이제부터라도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한 번뿐인 인생, 내 인생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들 중 하나가 가족들과 함께 사랑의 추억을 남기는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사랑을 말하고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내 인생에 후회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가족사랑이다.

 

- 이의수의 마흔 이후 남자의 생존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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