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정의 행복

풍월 사선암 2013. 1. 2. 21:37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정의 행복

 

한 사업가의 아내가 자신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대해 이렇게 말해 왔다.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때는 남부러울 것이 없이 넉넉한 지금이 아니라 가난을 몸에 달고 살았던 쪽방시절이었노라고 말이다. 돈만 없을 뿐 그때는 날마다 따뜻한 마음으로 격려하며 누구보다도 서로를 아꼈다고 한다. 밥상 위에 차려진 반찬이 보잘것없어도 마음만은 풍성했던 시절이라고 할까. 하지만 부자가 된 지금 값비싼 물건들이 집안을 채우고 있지만, 여전히 향수에 젖은 그때 기억들이 영원한 노스탤지어처럼 뭉게뭉게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1953년 미스필리핀대회를 발판으로 마르코스를 만나 화려한 인생을 살았던 여인 이멜다 마르코스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편 마르코스가 통치한 21년 동안, 그녀는 해외를 방문할 때마다 여행가방 200개를 가지고 다니면서 호화쇼핑을 하였다. 1986년 마르코스가 쫓겨나 망명한 후 궁전 같은 저택이 공개되었을 때 3000켤레의 구두와 수많은 드레스가 발견되었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구입한 화려한 옷들과 구두들은 이멜다의 행복을 지켜주지 못했다. 이처럼 돈을 통해 행복을 얻으려 했던 사람은 쾌락은 맛보지만 쾌락의 대가는 항상 참혹했다. 행복의 보증수표는 결코 돈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돈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7년 영국 런던대 연구진은 행복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 위해, 우선 영국인 1만 명을 대상으로 개인에게 일어난 사건들이 현재의 행복도에 얼마만큼 변화를 주었는지 물었다. 이어 보통 사람이 매년 얼마의 돈을 벌어야 행복도가 올라가는지 연구한 후 두 자료를 비교했다. 그 결과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은 약 55700만 원의 연봉 상승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고, 결혼은 연간 9870만 원을 얻으며, 배우자와의 사별은 연간 16000만 원을 잃는 것과 같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를 주도한 나타부드 포우드사비 박사는 원활하고 잦은 인간 관계가 행복의 비결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돈으로 행복에 대한 여러 가지를 환산해 보았지만, 과연 이 비용으로 잃어버린 행복을 대신 채워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어렵지 않게 아니다라는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이 있다고 해서 살 수 없는, 그러나 의외로 공짜로 가질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게다가 더 반가운 사실은 그 가운데 행복한 것들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나의 지난 결혼생활을 봐도 그렇다. 거기에서 얻어진 행복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 속에서 태어난 사랑스러운 첫 딸아이의 밝은 미소, 옹알이, 갖가지 예쁜 모습들은 상상만 해도 행복 그 자체다. 그 후 하나님께 선물 받은 이란성 쌍둥이를 가슴 가득 안았을 때의 행복감, 그 또한 세상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행복이었다.

 

아이들 셋과 함께 눈 내리는 날이면 눈싸움을 하고, 개울에서는 물놀이를 했었다. 한가로운 낮 시간에는 양팔에 아이들을 눕히고 가슴에 한 아이를 올려놓은 채 낮잠을 자곤 했는데, 그때의 행복감이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모든 것들이야말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거저 얻은 것들이다. 이것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돈이 가져다 줄 수 없는 사랑이 내게 준 선물이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돈으로 얻을 수 없는 행복을 상당 부분 포기하며 살아왔다. 언제까지 돈을 위해 행복을 포기하고 살고 싶은가? 한번 진지하게 자신에게 질문해 보자.

 

- 이의수의 마흔 이후 남자의 생존법 -

첨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