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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미사일협상 타결]北과 탄두중량 격차 없앴지만… 사거리는 8분의 1 수준

풍월 사선암 2012. 10. 9. 07:54

[한미 미사일협상 타결]과 탄두중량 격차 없앴지만사거리는 8분의 1 수준

 

미사일 지침 11년만에 개정 합의성과와 아쉬움

 

7일 발표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라 한국군은 북한 지역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억제력을 갖추게 있게 됐다. 무인항공기(UAV)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8090점 수준은 된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과의 미사일 전력 차가 크고, 민간 로켓 고체연료 개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북한 미사일기지 대부분 타격권

 

한국과 미국이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km까지 늘리기로 합의한 배경에는 북한에 크게 뒤지는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되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국제사회의 비확산(Non-Proliferation) 정책에 배치되지 않는 자위권 차원의 조치라는 점을 주변국에 이해시키기 위해 한미 양국이 고민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미 양국이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을 시작한 뒤 군 안팎에선 300km로 묶인 사거리를 1000km까지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3월 내외신 공동인터뷰에서 북한 미사일이 제주도까지 날아올 수 있으니까 (사거리를 늘리는 것이) 대칭적으로 우리도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제주도까지 공격할 수 있다면 한국도 최남단에서 무수단리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 1000km 탄도미사일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1000km까지 연장하면 베이징과 도쿄가 사정권에 들어가 중국과 일본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경우 2006년 사거리 6000km 이상인 대포동 2’(탄두 7501000kg 추정)를 시험 발사했다. 사거리에서는 남북 간에 최대 8배가량 차가 나는 셈이다. 하지만 사거리를 550km로 하자는 미국을 설득해 800km를 관철한 것은 상당한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탄두중량도 사거리 800km 기준으로 500kg에 머물러 절반의 성공이라는 지적도 있다. 2001년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에 참여했던 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예비역 소장)미국이 한국은 이 정도면 된다는 평가를 유지한 것이 가장 유감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사거리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트레이드오프를 적용하면 북한의 미사일기지 대부분을 타격권에 두는 사거리 550km 탄도미사일의 경우 미사일기지를 충분히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인 1t짜리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또 탄두 제작기술과 폭약 성능의 발달로 500kg의 탄두로도 파괴력에 문제가 없다는 반박도 만만찮다.

 

군 고위소식통은 이번 합의로 유사시 충청 이남 지역에서 북-중 접경지역의 핵과 미사일 기지, 지휘부까지 제거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갖추게 됐다“2015년 말 전시작전권 전환에 따른 안보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사거리 800km 수준이면 대전에서 북한 전역을 커버하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90점 정도는 주고 싶다고 말했다.

 

드론 개발 기반 마련

 

세계가 ‘UAV 시대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UAV의 탑재중량(항속거리 무제한 기준)을 기존 500kg 이하에서 2500kg 이하로 늘린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UAV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 지휘부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추적·감시할 수 있는 전략무기이고 공격무기를 탑재할 수도 있다. 당장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의 도입이 가능해진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UAV 개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군 당국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2010년대 후반을 목표로 중고도 UAV를 개발 중이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를 파괴할 수 있는 UAV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이 분야에 관해 한국이 상당한 기술을 갖고 있는 만큼 정찰과 공격 능력을 겸비한 무인기를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 고체연료는 별도 채널 협상

 

전문가들이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는 부분이 민간 고체연료 로켓 개발의 전면 허용이 무산됐다는 점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한국의 우주발사체용 대형 고체연료 로켓 개발을 금지하고 민-군 간 관련 기술의 이전을 막고 있는 기존 조항을 개정하는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 액체연료는 순간 추진력이 약해 발사 순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로켓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군사용에만 한정된 고체연료 추진체가 필수적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은 고체연료 기술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아직 한국은 액체연료를 개발하는 수준인데 굳이 의심을 살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우주개발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앞으로 교육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별도의 채널에서 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트레이드오프(trade-off) ::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면 탄두의 중량을 줄이고 탄두 중량을 늘리면 사거리를 줄이는 시스템. 어떤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하는 관계를 설명하는 경제 용어에서 비롯된 말이다.

 

:: 탄도미사일 ::

발사 초기에는 로켓의 동력으로 날아가다가 최종 단계에서 자유 낙하하는 방식의 미사일. 탄도(彈道)와 같은 포물선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다. 대기권 밖에서도 작동하고 속도가 매우 빨라 요격하기 어렵다.

 

:: 순항미사일

비행기처럼 날개와 제트엔진을 사용해 미리 입력된 좌표와 비행경로를 따라 비행하는 미사일. 레이더망을 피하기 위해 저고도로 지표면의 높낮이에 따라 장시간 비행할 수 있고 표적을 우회해 공격할 수도 있다.

 

:: 무인항공기(UAV) ::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원격으로 조종하는 비행기. 적외선감지기, 비디오카메라, 기상레이더 등을 장착해 적진을 정찰할 수 있고, 미사일을 탑재해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기사입력 2012-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