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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

풍월 사선암 2012. 9. 15. 10:32

박지만·서향희 교도소? “문제있으면 건의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

 

◀대법관 출신의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박근혜 대선 후보의 외부 영입 1호작품으로 꼽힌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당사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안 위원장이 과거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했던 정신으로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정치쇄신 작업에 모든 걸 걸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간곡한 요청으로 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에 영입된 안대희(57) 전 대법관. 그는 자신이 정치적으로 조명되는 걸 대단히 꺼려했다. 당사 앞, 국회 앞 사진 촬영도 거절했다. 박근혜 후보와의 관계가 드러나는 어떤 사진도 찍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사 부근에서 야외 사진촬영을 할 때는 표정에 어색함이 역력했다. 두어 걸음 포즈를 잡는가 싶더니 금세 못하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안 위원장은 그 유명한 2003차떼기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영웅이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새누리당사에 마련된 정치쇄신위원장실에서 만난 그는 권력에 빌붙으려 대선자금 수사를 했느냐는 일각의 비판을 깊이 의식하는 듯했다. 그는 선출직이든 정무직이든 정치는 절대로 안 한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또다시 대통령의 친인척·실세 비리나 부패에 노출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고, 박근혜 후보의 친인척 비리 검증문제에 대해서는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치를 시작한 겁니까.

 

아닙니다.”

 

새누리당에 영입되면서 박 후보의 선거운동에 엄청난 힘을 실어줬는데, 정치행위가 아니라는 건 지나친 변명 아닌가요.

 

정치란 말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습니다. 개념이 모호합니다. 정당에 와서 일하는 게 정치면 모두 정치이겠지만. 장관, 대통령, 공직자도 다 정치 아닌가요. 제가 생각하는 정치는 출마 목적으로 하거나 투표 혹은 선거를 의식하는 겁니다. 선출직을 희망하거나 어떤 직위를 바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정치에 참여했다고 할 수 있나요. 제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한 게 정치라면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광의의 정치에 몸담았다는 걸 부인하지는 못할 겁니다.

 

하도 개념이 다양하니까 그렇게 해석하면 뭐,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치쇄신하러 온 거지, 정치하러 온 건 아니라는 생각, 항상 갖고 있습니다.”

 

몇 마디 질문과 답변 속에서 안 위원장으로부터 결벽증같은 게 느껴졌다.

 

왜 그렇게까지 정치란 말에 민감합니까.

 

정치란 말을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정치판에 뛰어들었다는 건 비하적 의미로 쓰이는 거 같습니다. 그게 싫습니다. 정치가 정상화되도록 기여해서 정치란 말이 좋은 말이다, 이렇게 만들고 싶습니다. 정치는 곧 비하의 의미가 아닌, 좋은 의미로 이해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램입니다.”

 

미래 일은 모르는 건데, 정치를 절대 안 한다고 할 수 있습니까.

 

전 자질도 없고 생각도 없습니다. 워낙 자유롭길 좋아하는 사람이구요. 하하하. 정치는 맷집 약해서 잘 못할 것 같아요.”

 

지금 말씀이 정치를 절대 안 하겠다는 직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출마는 아니더라도 정무직 공직 진출 가능성마저 닫아놓을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요.

 

정무직까지 (가능성을) 닫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쇄신이란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 위원장이 광의의 정치에 진출한 것은 박 후보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었다. 안 위원장은 여야 대선 주자들 중에 직접 정치쇄신을 주문하면서 만난 건 박 후보가 유일하다고 했다. 지난 710일 대법관에서 퇴임하고 며칠 뒤에, 그리고 824일 다시 한 번, 이렇게 두 번 만났다. 정치쇄신, 깨끗한 정치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그냥 도와달라고만 하길래, 뜻이 워낙 간곡해 받아들였다고 털어놨다.

 

박 후보가 당선돼 뭘 맡아달라고 해도 안 할 생각입니까.

 

가정적인 판단은 하지 않습니다. 실사구시 해야죠. 지금 현재로서는 분명합니다.”

 

그러다 나중에 공직 자리라도 가게 되면, 지금의 인터뷰가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리를 보고 이곳에 왔다면 안대희가 아니죠. 제가 수사할 때도 뒤를 안 보고 했어요. 남한테 잘 보이려 하거나, 검찰총장이나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어요. 그러면 그런 수사 할 수 없어요. 판결도 마찬가지였고, 이 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거 헤쳐나가지 않으면 쇄신 못 합니다. 저를 버림으로써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주변의 아끼던 분들이 어떻게 평가하던가요.

 

저는 좋은 뜻으로 들어왔다고 말했지만 박 후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왜 갔냐는 말도 합니다. 거꾸로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사람도 있고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분명한 것은 대법관직에 있을 때처럼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갖고 일할 거라는 점입니다.”

 

그는 포스트 박근혜운운에 대해서는 천부당만부당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화일보가 사설을 통해 자신의 새누리당행을 비판한 것도 신경 쓰였다고 했다. 그 사설이 실린 후, 보수 성향의 문화일보마저 비판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타 언론사의 질의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안 위원장은 우파 중에도 저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고, 소위 좌파라는 사람 중에도 칭찬하는 사람이 있더라고 말했다.

 

저는 보수 진보 이런 구분을 싫어합니다. 보수는 지킬 것도 없는 거 지키는 사람 같고, 진보는 종북 이런 쪽으로 너무 나간 것 같아서요. 저 스스로는 개혁론자 같은데. 법원에서도 그렇고 검찰에서도 그랬고. 대법관 당시의 판결을 놓고 저를 우파라고 하는 건, 제가 사회 질서를 생각한 데서 오는 것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는 근로자나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판결을 많이 했습니다. 어쨌든 좌냐 우냐로 분류 당하는 거 싫어합니다.”

 

그래도 우리 사회는 이념적 스펙트럼을 따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굳이 말하면 중도 우파이지만, 사실 개혁론자라는 게 맞습니다. 역대 권력자들이 저를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돈 있는 사람도 안 좋아했고. 가진 사람에 대해 칼끝을 가장 많이 댄 사람 중 하나가 접니다.”

 

그는 인터뷰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라고는 했지만, 말이 굉장히 빨랐다. 무난한 인상 속에 드러나는 날카로운 눈빛, 때로 불쑥불쑥 올라오는 격한 말투가 다소 급한 그의 성질을 말해주고 있었다.

 

가방끈이 짧다고 하던데요.

 

대학교 졸업을 못했으니까요. 하하하.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학교 3학년 때 사법시험에 붙는 바람에 졸업을 못해서 중퇴 비슷하게. 그때는 행정과였는데 후에 법학과랑 합쳐졌지요.”

 

당내에서 피부로 느끼는 위원장의 위상은 어떻습니까.

 

와보니 당 행사 때 박근혜 후보 옆에 앉고 위상이 높아서 깜짝 놀랐어요. 역할 똑바로 해야겠다, 다지게 되고요. 결과가 증명하니까. 결과로 평가받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쇄신의 초점은 뭡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깨끗한 정치, 깨끗한 나라 만드는 거죠. 노무현 정부의 치적 중 하나는 정경유착이 많이 사라진 겁니다. 지금 남아있는 일부 공천 관련된 금품 수수가 없어지면 정치는 더 깨끗해지겠죠. 또 중요한 것은, 대통령 친인척·실세 비리입니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이들 비리가 생기면 정부와 정치권은 신뢰를 못 받습니다. 자기들끼리 다 해먹는다고 국민은 따라가지 않고요. 이명박 정권에서 벌어진 측근 비리가 앞으로 5년 또 노출되면 정치 환멸과 불신을 넘어 보수 우파는 부패의 덫에 끼어서 완전히 몰락하는 겁니다. 나라도 망합니다.”

 

쇄신 활동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과연 예민한 것을 다 다룰 수 있을지.

 

살아온 길과 결과를 보고 평가해 주세요.”

 

국민들은 박근혜 후보의 가족과 친인척 비리 처리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가족도 예외 없다는 말을 했어요. 법에 어긋나면 어긋난 대로 처벌받으면 되죠. 제 사촌도 교도소에 간 사람이 2명이나 있습니다. 박 후보가 자신의 친인척 측근 비리를 다 알 수가 없습니다. 4촌 이내만 40명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그들이 박 후보를 이용하는 거죠.”

 

후보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후보를 팔아서 호가호위하는 것 어떻게 막을 수 있죠.

 

한국에서 문제 되는 건 정실문화입니다. 선거문화 자체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지연 학연이 ABC로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합리적으로 거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가자는 거죠. 이게 어려운 부분입니다. 대통령 친척이나 친구 등에게 객관적인 업무 역량을 주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단절시키겠다는 게 저의 뜻입니다.”

 

박 후보와 관련돼 언론에서 제기해온 의혹 사항들에 대한 검증 작업은 벌이고 있습니까.

 

검증한다고 발표했고,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겠다고 했습니다.”

 

박 후보 친인척 검증 문제는 지금도 이르지 않은 것 같은데요.

 

문제가 있으면 그건 당연히. 정치쇄신특위의 일차적인 활동 목적은 제도 보완이고, 현재 문제가 있는 건 당연히 이야기해야죠. 시일이 걸리는 문제니까 양해 좀 해주시길.”

 

박 후보의 동생 박지만 씨와 서향희 변호사 부부 관련 의혹에 대한 검증과 처리가 가장 큰 관심입니다. 어떻게 할 작정인가요.

 

가정적인 판단은 하지 말자고 했잖습니까. 현재 드러난 일이 있나요.”

 

소문이나 언론보도를 몰라서 하시는 얘깁니까. 당내에서도 만사올통이라는 말이 나오는 판 아닌가요. 서 변호사는 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에다, 숱한 기업의 법률고문을 맡은 배경 등 의혹이 많지요. 가정적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는 말로 피해 가면 곤란한데요.

 

포괄적으로 말하지 않았습니까. 문제가 있으면 건의할 것입니다. 아니라면 아니다라고 말할 거구요.”

 

만의 하나, 박지만 서향희 부부를 교도소에 보낼 수 있다는 말도 건의할 수 있나요.

 

문제가 있으면 건의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교도소 보내는 것은 후보자가 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하는 것도 아니죠. 법률에 따라 해야지. 가정적 질문에 가정적 답변하기 어렵지만 절대 감추거나 왜곡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나중에 두고 보시면 알 겁니다.”

 

특위 조직은 다 완료됐습니까.

 

특위 위원은 저를 포함해 9, 거기에 전문위원이 7~8명 있습니다. 아직 활동의 타임 테이블이 다 나오진 않았지만 공약화하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이미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연구가 많이 돼 있어 큰 무리는 없습니다.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박 후보는 물론 누구에게도 상시보고는 하지 않습니다.”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하면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천명한 민주당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10분의 1 수준이란 가이드 라인에 맞춰 수사를 끝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민주당이 10분의 1을 넘겼죠. 상대적으로 한나라당보다 적게 받았다는 거지, 의미하는 바의 효과는 거뒀습니다.”

 

대선자금 수사 이후 새누리당은 철퇴를 맞았고, 박근혜 대표가 새로 선출돼 천막당사시대를 열었습니다. 결국은 그게 박 후보의 정치적 재기를 가능케 한 밑천이 된 것 같은데.

 

그래서 박 후보가 저를 영입했나요. 하하하. 그런 생각이 드네요.”

 

대검 중수부장 시절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접촉이 있었을 텐데, 그분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좋은 분입니다. 스타일이 담백하고 훌륭한 분인 거는 확실합니다. 진실성도 있고.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인간적으로 참 훌륭합니다.”

 

야권 유력 주자인 문 후보 측에서도 도와달라고 한 걸로 아는데.

 

말 안 하겠습니다. 이렇게 (새누리당에) 와 있는데 말하는 거는 좀.”

 

여야에서 공히 영입 제의를 받았는데 새누리당을 택한 것은 왜입니까.

 

박근혜, 문재인 모두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박 후보는 그것을 실현 시킬 만한 의지와 세력이 더 있고 더 강하다고 봅니다. 박 후보는 세력과 힘을 갖고 있는데 문 후보는 어떨까성공하길 원하겠지만 뜻을 펼칠 여건은 되는지. 생각을 더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박 후보라고 확신하고 결심한 겁니다.”

 

옆에서 지켜본 정치인 박근혜를 평가하면.

 

제가 말할 입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진정성이라는 표현은 쓸 수가 있습니다. 지도력이 있는 거죠, 나를 데리고 왔으니까요. 믿음도 있고요.”

 

박 후보의 인혁당 재건위 사건 발언 어떻게 봅니까.

 

후보께서는 아버님 때문에 말을 잘 못하는 거 같습니다. 제 생각은 명확합니다. 새누리당도 찬성해서 만든 과거사위원회에서 다 정리된 겁니다.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고, 이를 근거로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됐고, 보상도 됐습니다. 정리된 일을 갖고 왈가왈부할 건 아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인혁당재건위 사건에 대한 성격을 규정해주시죠.

 

재심 판결에서 강압적 수사에 의해 증거가 없었다라고 정리된 일입니다. 다시 그걸 정쟁의 장으로 끌고 온 게 이상한 거죠. 박 후보는 아버님이 관련된 거니까 그렇게 말했지만, 왜 모르겠습니까. 과거사위에서 정리하고 재심 판결 나왔다는 거를.”

 

노 전 대통령과는 연수원 동기죠.

 

연수원 동기가 많습니다. 노 대통령, 새누리당의 진영 정책위의장, 안상수 전 대표도 있구요.”

 

판사들이 종종 튀는 판결이다, 좌충우돌 판결이다 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습니다. 조언 한 말씀.

 

참 어렵습니다. 판결은 법률가의 양심에 따라 혼자 하는 거라서 더 어렵습니다. 법관은 정말 오만하지 않아야 하고요, 자기 생각이 100% 맞는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나도 틀릴 수 있다고 여기고, 교만하지 말아야 합니다. 무엇이 훌륭한 결정인지 자기를 낮춰서 판단해야 합니다.”

 

안 위원장은 자기를 낮춘다는 말을 부연 설명했다. 오만과 독선은 편견의 원인이며, 편견은 잘못된 판결을 이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접적 생활경험을 많이 하고, 이를 통해 직관력을 높이는데 힘써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대화를 많이 나누고, TV 드라마도 보고, 이렇게 해서 판결하는 게 법전만 보고 하는 판결하는 것보다 좋은 거 아니냐고 말했다. 오는 12월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뭘 할 것인가를 다시 한 번 묻자 돌아온 답은 자유인으로 돌아가겠다였다.

 

인터뷰 = 허민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