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풍월 사선암 2012. 9. 29. 09:56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 김용택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지겠고

 

무겁고 깨질 것 같은 그 독을 들고

아둥바둥 세상을 살았으니

산 죄 크다

 

내 독 깨뜨리지 않으려고

세상에 물 엎질러 착한 사람들 발등 적신 죄

더 크다    

 

 

김 용택 / 전북 임실군 덕치면에서 태어나 스물한 살 때 초등교사 임용고사를 통해 선생님이 되었다. 교사생활을 하면서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해 1982년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21인 신작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섬진강> 8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섬진강', '맑은 날', '그대, 거침없는 사랑', '그 여자네 집', '나무', '시가 내게로 왔다', ', 너는 죽었다' 등의 시집과 시선집을 펴냈고 김수영문학상과 소월시문학상을 받았다. 산문집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섬진강 이야기', '섬진강 아이들', '촌놈 김용택 극장에 가다' 등을 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 동시집을 꾸준히 발간하고 있다. 산골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시를 쓰며 살게 된 것을 가장 큰 행복이라 여기며 지금도 자신의 모교이자 근무지인 덕치초등학교의 아이들과 즐거운 입씨름을 하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순환을 지켜보며 그 풍경에 감동하고 전율하고 삶의 이유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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