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공항에서 쓸 편지 - 문정희

풍월 사선암 2012. 9. 21. 11:54

 

공항에서 편지 - 문정희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나 지금 결혼 안식년 휴가 떠나요

그날 우리 둘이 나란히 서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겠다고

혼인 서약을 한 후

 

여기까지 용케 잘 왔어요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고

아니 오아시스가 사막을 가졌던가요

아무튼 우리는 그 안에다 잔뿌리를 내리고

가지들도 제법 무성히 키웠어요

하지만,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 주세요

병사에게도 휴가가 있고

노동자들에게도 휴식이 있잖아요

 

조용한 학자들조차도

재충전을 위해 안식년을 떠나듯이

이제 내가 나에게 안식년을 줍니다

여보, 일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내가 나를 찾아가지고 올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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