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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부, 과거사 외면하면 결국 일왕에 누 끼치는 것

풍월 사선암 2012. 8. 17. 10:19

 

일 정부, 과거사 외면하면 결국 일왕에 누 끼치는 것

 

독도 연구 55년 최고 권위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

MB 갔든 안 갔든 우리 영토

·일관계 악화, 독도 왜 갔냐우리가 문제 제기해선 안 돼

 

◀최서면 원장은 ·일 관계에서 영토는 영토, 친선은 친선이란 입장은 확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취임 초 갔더라면 더 의미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 관계에서 영토는 영토, 친선은 친선이란 입장을 확고히 해야 한다. 영토와 친선 문제를 결부시키면 항상 불안해지고 동요되기 쉽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55년 간 독도를 연구해온 사학자 최서면(84) 국제한국연구원장은 한·일 갈등에 대응하는 방법을 이렇게 제시했다. 67주년 광복절인 15일 자택에서 본지와 인터뷰한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터져나온 일본의 반발과 관련 대통령이 갔든 안 갔든 우리 영토는 우리 영토라고 쐐기를 박았다.

 

그는 취임 초에 의지를 갖고 갔으면 더 의미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면서도 ·일 관계가 나빠질 수 있는데 왜 갔느냐고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는 데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1952년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평화선을 발표하면서 독도문제가 제기됐지만 우리 선조들은 그보다 일찍 미 군정 시절인 47년 학자들이 독도를 답사했을 정도로 우리 영토 의식이 강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국제법적으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일본은 1905년 국제법상 무주선점(無主先占) 원칙을 이용해 독도를 몰래 편입했지만 당시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렸다고 입증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우리는 구한말 황제 칙령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독도(당시엔 石島)를 울릉도에 편입한 분명한 기록이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도폭파 발언에 대해서도 본말이 전도됐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한·일 국교정상화(65)가 이뤄지기 몇 년 전에 박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김종필씨가 오노 반보쿠(大野伴睦) 자민당 부총재를 도쿄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오노 부총재가 독도를 일본에 넘겨주면 경제지원을 하겠다고 회유했다. 이에 김종필은 독도를 내줄테니 대마도(쓰시마)를 달라고 맞받아쳤다. 오노가 파안대소하자 김종필이 독도는 한국인이 스스로 폭파할 지언정 일본에 넘길 수 없는 우리땅이라고 역설했다고 최 원장은 증언했다. 박정희의 독도폭파 발언도 진짜 독도를 폭파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당시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최 원장은 미래 한·일 친선을 위한 복안도 제시했다.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진정한 속죄의 순간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40여 년 간 일본에서 살았지만 일본 친구에게서 광복절 축하를 못 받았다일본인들은 전쟁은 나빴다고 말은 해도 일본이 일으켜 잘못됐다는 말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인들이 유달리 사과에 인색한 배경에 대해 그는 유럽에는 속죄 문화가 있지만 일본 신도(神道) 문화에는 그런 요소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의 반성 단계를 가톨릭의 3단계 회개·용서 과정에 빗댔다.

 

히로히토(裕仁) 일왕이 “36년 통치가 잘못됐다1단계를 넘겼다면,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같은 일을 반복하면 안 된다고 말해 2단계를 충족시켰다고 평가했다. 피해보상의 3단계는 일본 정부와 총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최 원장은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3단계를 잘 처리하지 못하면 일왕에게 누를 끼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도 문제로 한·일 관계가 극한으로 치달을 경우에 대해 최 원장은 필요하면 우방국 내부 갈등 관리 차원에서 미국이 나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입력 2012.08.17 03:00 / 수정 2012.08.17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