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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풍월 사선암 2012. 7. 20. 11:21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로 바뀌었는데 아직도 한 줄 서기 습관

사고 27(한 줄 서기 8년새) 늘어

 

걷거나 뛰다가 넘어져 옷자락 끼는 사고로 연결

무게가 한쪽으로만 쏠려 편 마모로 기계 수명 단축

 

지난 16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지하 승강장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진행 방향 오른쪽에는 퇴근하는 넥타이 부대가 일렬로 늘어섰고, 왼쪽은 일부 회사원들이 바쁘게 내려가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는 빨리 가기 위한 시설이 아닙니다. 두 줄로 서서 안전하게 이용하세요'라는 입간판이 있었지만, 30분 동안 에스컬레이터 왼편에 서서 가는 행인은 볼 수 없었다. 왼편은 '바쁜 사람', 오른편은 '덜 바쁜 사람' 전용으로 굳어져 있었다.

 

이 같은 '한 줄 서기'1998년 일부 시민단체에서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성숙한 에스컬레이터 문화를 보여주자"며 벌인 운동이 확산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한 줄 서기 운동 이후 안전사고가 눈에 띄게 늘고, 에스컬레이터 고장 건수도 잦아지자, 뒤늦게 한국승강기 안전관리원과 지하철 운영 기관들은 2007년부터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 운영) 관계자는 "두 줄 서기를 홍보하기 위해 직원들이라도 일부러 왼쪽에 서고 있다"면서 "하지만 뒤에서 올라오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고, 심지어 욕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박상찬(30·회사원)씨는 "두 줄 서기 캠페인을 벌인다는 것을 알고 가끔 왼쪽에 서보지만, 뒤통수가 따가워 멈춰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를 권하는 안내 간판이 서 있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왼편을 비워놓은 채 오르내리고 있었다.

 

지난 5월 서울 동작구 한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걸어 내려가던 이모(74)씨가 미끄러지면서 뒤로 넘어져 갈비뼈 두 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씨는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핸드레일을 잡으며 내려가던 중이었다. 지난해 8월에는 대구광역시 수성구의 한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걸어 올라가던 이모(79)씨가 중심을 잃고 넘어져 오른쪽 팔이 골절되기도 했다.

 

승강기안전관리원에 따르면 한 줄 서기 문화 정착 직전인 2002년 에스컬레이터 관련 사고는 4건에 불과했으나, 2004920064320081082010109건으로 늘었다. 8년 만에 27배 넘게 증가한 것. 같은 기간 에스컬레이터는 9178대에서 22571대로 2.5배 늘어났을 뿐이다.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 등 관련 기관 관계자들은 한 줄 서기 관행이 사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왼쪽에서 걷거나 뛰는 사람들은 핸드레일을 잘 잡지 않기 때문에 넘어지기 쉽고, 넘어지면 옷자락이 에스컬레이터 사이에 끼며 사고로 연결된다는 것. 승강기안전관리원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 계단 높이는 20로 일반 비상계단(15)보다 높다"면서 "걷거나 뛰면 넘어질 확률이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라고 했다.

 

에스컬레이터 고장률도 증가 추세다. 서울메트로는 "하중이 오른쪽으로만 쏠리기 때문에 편마모가 발생해 기계 수명이 짧아졌다""에스컬레이터를 빨리 교체하는 만큼 세금이 더 들어간다"고 했다. 관련 업계는 편마모 현상으로 인해 20~25년이던 에스컬레이터 수명이 최소 2년 정도 짧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6년째 정착되지 않는 두 줄 서기 집중 홍보 캠페인을 다시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