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교단 등지는 선생님들

풍월 사선암 2012. 7. 20. 11:54

여교사 수업을 학생이 몰래 찍어 카톡으로교단 등지는 선생님들

 

50대 위주 명퇴 연령도 40대로 확산

"이젠 평생 교편은 옛말" - 툭하면 학생에 고소당하고 학교폭력 책임 추궁 불안불안

교사 사기 땅에 떨어져연금 받을 조건만 채우면 떠나겠다는 교사들 증가세

 

교직 경력 24년차인 서울 강북 지역의 중학교 여교사 A(51)씨는 3~4년 전부터 학생이나 학부모와 부딪히는 일이 잦아졌다. 한 학생이 A교사 수업 장면을 찍어 '우리 담임 공부 발로 가르친다'는 제목의 동영상을 카카오톡으로 반() 전체에 돌렸다. 학부모에게 전화했더니 아이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수업에 자신이 없어서 그러시느냐. 뭐가 그렇게 문제냐"고 되물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고 자주 설사가 나 병원에 갔더니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脫毛)와 장염이라고 했다. A씨는 정년을 10여년 앞둔 최근 명예퇴직 신청을 했다.

   

학생·학부모의 교권(敎權) 침해로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면서 정년을 채우지 않고 교단을 떠나려는 교사가 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8월 말 명예퇴직을 하겠다고 신청한 교사들이 지난해 같은 시기(592)보다 30% 늘어난 769명이었다. 명예퇴직 교사 숫자는 아직 많지 않지만, 8월 말 기준으로 2009256, 2010494, 2011592, 2012769명으로 급증세다. 명퇴 신청자격은 재직기간 20년이상 교사에게 주어진다. 최근'직업 안정성' 때문에 우수 인재들이 교사가 되겠다고 몰리고 있는 반면, 교직 생활을 오래한 교사들은 "더 이상 힘들어서 못하겠다"며 떠나려는 것이다.

 

교사들은 명예퇴직을 하면 62세 정년까지 남은 기간(최대 10) 동안 받을 월급여의 25~50%를 명예퇴직 수당으로 받고, 연금도 받는다. 명예퇴직을 해도 당장 경제적으로 급박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엔 "정년을 채우고 명예롭게 떠나자"는 교사들이 대부분이었다. 평생 교편을 잡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주로 50대 후반이었던 명퇴자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8월 명퇴 신청자 평균 교직 경력은 28, 나이는 53~54세가량 된다. 40대 신청자가 늘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지난 2월에는 공립학교 명퇴 신청자 중 40대는 약 5%(694명 중 36)밖에 안 됐지만, 8월에는 9% (585명 중 53)로 급증했다.

 

서울 강남 지역의 중학교 B(50)교사는 "휴대폰을 압수했는데 학생이 자기 휴대폰을 몰래 가져가 놓고 교사를 골탕먹이기 위해 '휴대폰 없어졌으니 물어내라'고 한 경우도 있다""생활지도를 하다가 아이들에게 봉변을 당하면 교직생활에 회의가 들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교총이 지난 5월 전국 초··고 교사 3271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증가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어봤을 때 94.9%'교육 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특히 '어떤 교육 환경 변화 때문에 명예퇴직이 늘어나느냐'고 묻자 '학생인권조례 추진 등으로 학생지도가 어려워지고 교권이 추락해서'라고 답한 비율이 70.7%에 달했다.

 

서울 동작구의 이모 교사는 "학생지도 경험이 많아 교단의 권위를 지킬 수 있는 중견 교사들이 떠나는 것은 학교와 학생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입력 : 2012.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