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여인 / 김은희

풍월 사선암 2012. 6. 29. 17:35

 

여인 / 김은희

 

여인이란 말은

여자란 말보다 신비롭다.

 

,

봉긋 솟아오른 가슴과 잘록한 허리

女人,

수세기 동안 계집으로 천대받던

여자들이,

제대로 사람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女人이라 써놓고

내 오늘 찬찬히 들여다보니

저자에 널린 투박한 옹기가 아닌

백자처럼 매끈하게 기인 목을 하고

수렴 속에 다소곳이 앉아

책장을 넘기거나, 수를 놓거나, 난을 치거나

혹은,

교교(皎皎)한 달빛아래

슬며시 반라(半裸)를 적시우고

해초 같은 머릿결 치렁거리며

낭창낭창 걸어가는

농염한 뒤태,

서리서리 안개 젖은 깊은 산중에

이슬 먹고 피어난

한 떨기 고결한 수선화가 보인다

 

여인의 모습이

온갖 몽환적 판타지를

끝도 없이 피어낸다.

 

여인은 눈부시지만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나 초라하지 않으며

요염하나 요사스럽지 않다.

 

여인이란 말은

가볍거나 헤프지 않아,

남자들은 그런 여인을

밤잠 설치며 동경하고 추앙하지 않는가.

 

.........

사이엔

범접할 수 없는 그윽한

향취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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