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카카오는 기간통신 사업자”
by 최호섭 | 2012. 06. 22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이 카카오톡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mVoIP와 망 중립성에 대한 2차 포럼을 열었다. 지난 6월15일에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망 중립성을 주장하는 측의 목소리를 담았다면 이번 자리는 통신사들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동통신사들은 mVoIP, 더 나아가 망 중립성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을까.
음성 수익에 심각한 영향
네이버나 포털, 유튜브가 쓰는 트래픽도 많지만 결국 이통사들이 mVoIP 위주로 논란을 삼는 것은 역시 음성 통화 수익에 대한 우려다. 가장 시급하면서도 사실 고민을 해 봐야 하는 이야기다. 음성 통화는 이동통신사들의 가장 중요한 수익 요소다. SK텔레콤의 정태철 CR전략실장은 “현재 수익에서 음성과 데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7대3이다. 반면 트래픽 이용량은 최대 75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한 SK텔레콤 기준 2010년 투자액이 2조7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3조1천300억원 수준으로 2년새 1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데이터 이용량이 아주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에 비해 수익은 정체에 접어들면서 마이너스 성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통신사들의 논리다.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의 상당수가 데이터 망을 위한 것인데 이렇게 깐 망이 전체 수익의 70%를 만들어주는 음성 통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mVoIP를 도와주는 꼴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 망을 이용해 사업을 하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서비스 업체들이 망 투자에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유다.
일반 전화망 역시 몇 년 새 VoIP를 이용한 인터넷 전화 가입자가 1100만명으로 기존 PSTN의 37%를 대체했다. mVoIP도 통신망의 속도와 서비스 품질이 좋아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쉽게 열어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쓰면서 보통 2~3만원대 요금을 내던 가입자들이 요금제를 5~7만원으로 바꾸었고 3개 통신사가 매년 천문학적인 순수익을 내고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것만으로 논란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수 있다.
데이터 트래픽 심각
이 역시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카카오 보이스톡은 한 시간 통화에도 10MB 남짓으로 직접적으로 쓰는 용량은 많지 않다. 통신사들은 아무리 작아도 4천만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쓰면 엄청난 부하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입자 수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아직 카카오톡이 데이터 트래픽 부담을 얼마나 주는지 정확히 밝히지는 않고 있다. 네트워크 관련 업체들은 mVoIP보다 접속이 빈번한 일반 카카오톡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한 바도 있다.
데이터 가치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해 볼 필요가 있다. 장윤식 한국MVNO협회장은 “데이터는 용량으로 볼 것이 아니라 가치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똑같이 10MB를 썼다고 해서 모든 데이터가 같은 것이 아니라 유튜브 동영상을 본 것과 웹브라우저를 연 것, 메시지 채팅, mVoIP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더 높은 가치를 주는 특정 서비스에 대해서는 따로 요금 체계를 매길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는 mVoIP를 떠나 망 중립성,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환경에 있어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요소다.
기간망 사업자로 분류, 규제 필요
망 중립성을 떠나 최근 떠오르고 있는 이슈다. KT 김효실 상무는 “카카오톡 가입자가 약 4천만명으로 집계되는데 그에 비해 3개 이동통신사에 가입된 스마트폰 이용자가 2500만명 정도”라며 “이 정도 규모의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는 사업자라면 단순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기간통신 사업자”라고 주장했다.
기존 070 전화들과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장윤식 MVNO 협회장 말을 들어보자. “070전화가 쓰는 VoIP 기술과 카카오톡이 쓰는 mVoIP 기술은 뿌리가 같습니다. 이 사업자들도 다 규제 내로 들어왔어요. mVoIP도 하나의 서비스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규제, 요금 체계 등이 따로 마련돼야 합니다.”
카카오톡은 지난 주 같은 자리에서 열린 포럼에서 논점을 벗어난 발목잡기라고 반응했지만, SK텔레콤 정태철 실장은 “현재 카카오톡의 경우 통신서비스를 범죄에 악용해도 범죄의 증거를 잡아낼 수가 없다”라며 “통신사에서 어떤 회사의 어떤 서비스를 이용했는지 확인하더라도 흔적이나 통화 내역 등이 관리가 안 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약관 따라 속도 제한했다”
카카오톡이 주장한 것처럼 6개마다 1개씩 의도적으로 패킷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지난 기사를 통해 전한 바 있다. 이번 포럼에서도 전병헌 의원이 통신사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SK텔레콤과 KT 모두 카카오톡에 대해 기존 약관에 따라 5만원 이하 요금제를 쓰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속도 제한을 통해 보이스톡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요금제에 따라 7Kbps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때문에 문자 메시지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mVoIP는 제대로 되지 않는데 요금제 정보를 포함시키지 않은 카카오의 자료는 왜곡됐다는 얘기다.
실제 다른 mVoIP 서비스 업체들도 트래픽 손실율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카카오톡에만 의도적으로 제한을 걸었다는 주장은 100% 수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감정 싸움으로 갈 문제는 아냐
현재 mVoIP와 망 중립성 문제는 이통사와 서비스사 간의 심각한 감정 싸움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은 요금을 내고 쓰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제공돼야 한다는 입장과 막대한 투자 비용을 들여 본래 사업에 영향을 받는다는 입장은 절충 자체가 어려운 문제다.
섣불리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동통신 환경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시장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라며 “그 동안 디바이스와 인프라의 발전이 이뤄져 왔다면, 지금은 정책적인 발전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단순 이통사와 카카오톡 사이의 다툼이 아니라 해외 사업자가 들어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국내 사업자들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인 협상이 필요하고 앞으로도 새로운 서비스들이 나올 수 있도록 모바일 생태계에 대해 그림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두 번에 걸친 포럼을 마친 뒤 전병헌 의원은 양쪽의 입장을 모두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신사는 음성에서 7대3 수익이 나기 때문에 무료 통화 서비스 관련해 위기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는 처음부터 새로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전병헌 의원은 “그동안 공공재인 주파수를 독점적으로 세 이동통신사가 나누어 썼고 경쟁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과점 체제라고 볼 수밖에 없을 만큼 보호와 배려 속에서 성장해온 데 대한 공공적인 책임도 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기술이 너무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과 정책을 다루는 기관들에서 긴밀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전의원은 망 중립성에 대한 이야기는 급하지만 빠르게 진행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일이지만 이번 논의로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을 앞당길 것을 주장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ICT 생태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데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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