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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팅엔젤스 "하루 4시간 가정방문 서비스 인기"

풍월 사선암 2012. 6. 22. 09:04

간호사출신 30대 미모,노인 쓰러지자 `그만`

비지팅엔젤스 김정연 부장 "하루 4시간 가정방문 서비스 인기"

 

중풍으로 누워있는 남편(70)을 수년간 뒷바라지해온 아내가 있다. 아내 나이는 67세로 남편 못지 않게 자식의 부양이 필요하다. 하지만 남편을 수발하느라 본인 건강을 챙기는 일은 정작 뒷전이다.

 

오래 전부터 자식들은 어머니에게 간병인을 두자고 설득해 왔다. 그러나 아내된 도리로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하겠다고 손사레 치는 어머니. 긴 병에 효자(孝子)도 효부(孝婦)도 없다는데 가족들은 어머니의 지친 심신을 두고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가정방문 케어(care)서비스 업체인 비지팅엔젤스의 김정연(32·사진) 부장은 18일 인터뷰를 하며 이 노부부 가족의 얘기부터 꺼냈다. 3년 전 비지팅엔젤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처음 만난 가족이었다.

 

"가족들의 요청으로 서울 방배동 집에 찾아 갔었어요. 어머니는 저를 처음에는 불편해 하셨지만 이내 앉은 자리에서 4시간 동안 내리 얘기를 털어놓으시더라고요. 봇물 터지듯 그동안 쌓였던 게 터져나온 거죠. 체력이 고갈돼 이제는 힘들다는 얘기부터 당신의 인생 고비고비, 얘기하시는데 도저히 중간에 끊을 수가 없었어요. 회사에서는 왜 아직 안 들어오냐고 전화통에 불이 났고요."

 

김 부장은 자식들도 설득시키지 못한 이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여 하루 4시간씩 가정방문 케어 서비스를 받게 했다. 당시 어머니가 원했던 것은 남편을 제대로 돌볼 수 있도록 하루 몇 시간만이라도 자신의 체력을 보충하는 일. 이런 마음을 잘 헤아린 김 부장에게 어머니는 누구보다 신뢰감을 보였다.

 

김 부장은 "지금 생각해도 그 때 4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면서 "가정방문 케어 서비스의 보호자가 될 분과 신뢰를 잘 쌓는 일이야말로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비지팅엔젤스가 제공하는 가정방문 케어 서비스에서 위 60대 아내는 보호자가 되며 70대 남편은 수혜자가 된다. 김 부장은 비지팅엔젤스에서 이와 같은 보호자 상담과 함께 수급자를 위한 간병인과 요양보호사를 선별, 연결하며 관리하는 일을 총괄하고 있다.

 

수급자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등급을 받은 경우 가정방문 케어 서비스 이용료의 15%만 지불한다. 나머지는 국가에서 지급하므로 보호자와 수급자의 경제적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

 

예컨대 가정방문 케어 서비스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신청하는 하루 4시간짜리 서비스의 이용료는 하루당 39740, 이를 주 5일 이용했을 경우 총 198700원이 든다. 하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판정을 받은 수혜자들은 이 비용의 15%29800원만 주 5일 서비스료로 지불하면 된다.

 

김 부장은 "60대 미만 자녀들은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벌기 위해, 60대 이상 자녀들은 버티다 버티다 연락하는 경우가 참 많다"면서 "뿌리 깊은 유교사상 영향에 가정방문 케어 서비스 신청을 처음에는 망설이지만 합리적인 가격과 간병인들이 제 가족처럼 돌보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꾸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장기입원환자에 대한 김 부장의 전문성은 망설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간호사 출신으로 누구보다 장기입원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을 잘 알기 때문이다.

 

◀비지팅엔젤스 김정연 부장(맨 오른쪽)이 김현수 대표 및 직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한 신경외과 병동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간호사로 일하며 본 환자들의 대부분은 고령으로 인한 척주나 뇌혈관 질환자 등 장기입원환자들이었다.

 

"처음에 사고 혹은 질병으로 케어가 필요한 가족이 생기면 길지 않은 기간 동안은 보호자들이 가족끼리 돌아가면서 케어를 합니다. 하지만 케어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족들은 탈진하며 잠깐의 휴식이라도 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건강한 대상이 아닌 환자 케어이다보니 몇 배가 더 힘들죠. 그런데 막상 간병인을 구하려고 해도 믿고 의지할만한 분을 구하는 일은 정말 어렵고요."

 

당시 김 부장은 병원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 간병인 서비스가 각광받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때마침 은퇴를 한 김 부장의 아버지가 비지팅엔젤스 코리아를 창업하게 됐고 아버지의 권유에 자연스럽게 간호사 일을 그만두고 합류했다.

 

김 부장은 "물론 현재 월급은 간호사를 할 때의 3분의 2수준에 불과해요. 하지만 아버지를 따라 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또 좋아하는 일을 하니 보람은 2~3배 더 크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비지팅엔젤스를 창업하려는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교육도 도맡고 있다. 비지팅엔젤스가 1500만원 소규모 자본금으로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알려지며 최근 문의하는 전화가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그는 "비지팅엔젤스의 프랜차이즈 점주는 누구나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요양보호사와 간병인의 최종 관리자로서 관련 돌봄 서비스를 A부터 Z까지 다 알아야하는 것은 물론이다"고 강조했다. 점주가 케어 서비스의 현장 내용을 잘 모를 경우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이 달라질 때마다 사업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지팅엔젤스 김현수 대표가 고객들과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다행히 김 부장의 철저한 사전 교육 덕택에 점주들은 시행착오를 대폭 줄여나가고 있다.

 

"신기하게도 요즘은 30~40대 점주 분들이 증가하는 추세에요. 우리 사회가 고령화돼갈수록 실버산업의 필요성을 젊은이들이 먼저 알아보는 것이죠. 또 점주분들은 사회복지학과 전혀 무관한 전공자들이 대부분이에요. 노인복지학 등을 공부한 사람들은 이 일이 힘들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거나, 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도전을 하지 않아요. 오히려 실버산업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관이 없는 점주들이 마치 백지처럼 제 교육내용을 흡수하시는데, 그럴 때 또 다른 보람을 느끼죠."

 

보호자와 수혜자,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교육까지 하며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해 보이는 김 부장은 올해 사업 목표로 지역 거점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비지팅엔젤스의 총 사업체는 67곳으로 이중 서울·경기권이 40곳 이상을 차지한다.

 

김 부장은 "지방으로 갈수록 가정방문 케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참 많지만 지역 거점이 마땅치 않아 돌봄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앞으로는 지방에서 더 많은 요양보호사를 배출해 시골 구석구석까지 파견하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고 말했다.

 

매경 기사입력 201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