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월의 쉼터/MBC사우회

세상에 이런 일이

풍월 사선암 2012. 6. 4. 00:00

세상에 이런 일이

 

건강을 원하십니까?

강원도 오대산 방아다리 약수터에 가 보세요.

기적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할머니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든 다섯 나이에도 귀가 훤하게 잘 들린다.

세상일에 달통해서 어떤 사람과도 막힘없이 대화한다.

 

허리가 꼿꼿하다.

얼굴과 피부가 검버섯 하나 없이 깨끗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 종일 일해도 피곤한줄 모른다.

숲속에 멋진 집을 지어놓고 숙박 손님을 맞이한다.

 

다음 사진을 보세요. 얼마나 멋집니까?

 

 

두 채나 되는 집에 손님이 끊이질 않습니다.

한번 왔다간 사람은 반드시 다시 옵니다.

 

아침 식사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아침을 대접합니다.

반찬이래야 산에서 할머니가 직접 따온 곰취 잎사귀와 산나물, 직접 담근 하얀 백김치가 전붑니다. 그런데도 누구나 평소보다 두 배가 넘는 밥 한 대접을 너끈히 먹고 더 달라고 합니다.

 

80년 전의 옛날 얘기도 엊그제 일처럼 또렷합니다.

 

日帝時代 황해도 연백평야 부잣집에서 태어난 할머니. 부잣집인데도 여자들에게는 공부 가르치면 안 된다어른들의 고집 때문에 초등학교 문전에도 못 가봤습니다.

 

18살에 8남매의 맏며느리로 시집온 할머니. 그런데 그게 하루에 한 가마씩 쌀을 씻어 밥을 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은 종갓집이었습니다.

 

시집온 지 5년 만에 6.25가 터졌고, 대학생이던 남편은 군대에 입대했다가 다음해 3월 전사했습니다. 그 후, 서울 종갓집에서는 홀로된 맏며느리가 염려돼서 바깥출입을 일체 금지시키고 35년간 집안 살림만 시켰습니다.

 

그러다가 20여 년 전, 환갑 되는 해, 지금의 방아다리 약수터에 옮겨 와 민박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운명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묘한 것일까요?

지난 60년 동안, 남편이 어디서 전사했는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수년전에 국방부 유해발굴단이 할머니네 민박집에 왔다가 할머니 사연을 듣고 조사해봤더니, 바로 옆 방아다리 약수터에서 전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얼마나 기막힌 일입니까? 그 후, 할머니는 아침마다 일어나면 그쪽을 향해서

여보, 지난밤 잘 잤소?” 라고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야기는 무궁무진합니다.

 

정열적인 할머니는 멋진 빨간 치마를 두르고 지냅니다. 그래서 방아다리 약수터 할머니는 멀리 진부읍내까지 빨간 치마 멋쟁이 할머니로 소문나 있습니다.

 

초등학교 문전에도 안 갔는데 오리지널, 드라이브, 인터넷...이런 영어 단어를 쉽게 사용합니다.

 

할머니는 여든다섯 살이나 됐는데도 부엌에 나가 장작으로 불을 때서 방을 뜨겁게 달궈 놉니다. 손님방의 이불과 요를 정리하고 방 청소를 합니다.

 

 

 

방아다리 약수터 할머니 집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은 일생을 두고 잊혀 지지 않는 멋진 추억을 안겨 줄 것입니다.

 

밤하늘에 펼쳐진 별들의 천국, 수억 개의 별들이 손에 잡힐 것처럼 바로 머리위에서 가깝게 보이는 밤은 난생 처음입니다. 할머니 집에서 바라본 별은 왕별처럼 평소보다 열배는 더 커 보입니다. 할머니는 손님이 밤에 잠자리에 누워, 별 보면서 잠자는 추억을 만들어주려고, 다락방에 밤하늘을 바라보는 창을 만들었습니다.

 

손님, 별 하나, 나하나, 별둘, 나둘.....하면서 잘 자요이것이 할머니의 저녁 인사입니다.

 

지난 주 보여드린 백김치에 산나물, 곰취에 싸 먹는 아침 밥.

한 대접이 모자라 더 먹은 손님은 그 맛을 못 잊어 다음에 다시 옵니다.

 

한번은 서울에서 온 할아버지 한분이 이렇게 맛있는 아침밥은 평생 처음이라 말하고 돌아간 뒤 할머니를 서울 집으로 초청했습니다.

 

서울에 가서 그 분의 집을 구경하는데 한나절이 걸릴 정도로 그 분은 엄청난 부자였답니다. 그 밖에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사과상자를 보내오고, 맛있는 떡을 보내옵니다.

 

그리고 추운 겨울에 신으라고 양말을 한 박스씩 보냅니다. 이런 선물들을 할머니는 동네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줍니다. 방아다리약수터 동네에서 할머니는 인기가 좋습니다.

 

부잣집 딸인데도 초등학교 문전에도 못 갔고, 시집온 지 5년 만에 남편을 전쟁터에서 잃고 홀몸이 됐으며, 자식도 없이 35년간 바깥출입도 못하고 지냈던 할머니.

 

그러나 해마다 66일 현충일이 되면, 친정집 6남매 가족과 자손들, 8남매 시집 식구 가족과 자손들이 국립묘지에 모여 할머니와 함께 하루를 보냅니다. 할머니는 올해도 버스를 타고 머나먼 오대산 방아다리 약수터에서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아갈 계획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전화 : 033-336-6844, 033-335-9027 

 

- 유희근의 세상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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