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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자산업 이끈 두 巨人, 세계가 인정

풍월 사선암 2012. 5. 2. 07:57

한국 전자산업 이끈 두 巨人, 세계가 인정

 

구인회 LG·이병철 삼성 창업주, 미국 소비자가전협회 명예의 전당 헌액

진주 지수초등 동문인 그들, 필생의 라이벌로 지내며 세계 선두권 기업 만들어

 

한국 전자산업 발전을 이끈 고(구인회 LG그룹 창업주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1일 미국 소비자가전협회(CEA)가 선정한 '명예의 전당(Consumer Electronics Hall of Fame)'에 나란히 헌액됐다.

 

한국전쟁 후 폐허 위에서 전자산업을 개척하고 글로벌 기업을 만든 두 거인(巨人)의 업적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CEA는 전 세계 전자회사 2000여곳으로 구성된 단체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의 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개최하며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 61년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자동전화기로 구인회(가운데) 창업주가 시험 통화하고 있다. LG는 라디오·TV·세탁기 등도 국내 최초로 개발 생산했다. /LG 제공

 

구인회 창업주와 이병철 창업주는 서로 닮은 점이 많다. 구 창업주는 1907년 경남 진주에서, 이 창업주는 1910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났다. 나란히 진주 지수초등학교를 졸업한 동문이다. 훗날 구 창업주의 3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이 창업주의 차녀 이숙희씨와 결혼해 사돈을 맺기도 했다.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경쟁한 필생의 라이벌이었다. 이들의 뜨거운 경쟁의식은 삼성과 LG가 현재 TV·디스플레이·휴대전화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구인회 창업주가 먼저 1958년 금성사(LG전자)를 설립해 전자산업에 뛰어들었다. 이듬해에는 미제나 일제 밀수품 라디오밖에 없던 이 땅에서 최초로 국산 라디오를 생산했다. 냉장고·흑백TV·세탁기·에어컨도 LG가 국내 최초로 개발·생산한 가전제품이다. 1960년대엔 전력·통신용 케이블, 전화기·교환기 등을 개발·보급해 통신 대중화에 기여했다. "남이 안 하는 것을 하라. 뒤따라가지 말고 앞서가라"는 그의 기업철학은 LG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바탕이 됐다.

 

◀ 1976년 삼성본관에 설치된 그룹 종합전산실 가동식에서 이병철(가운데) 창업주가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 둘째는 이건희 현 삼성전자 회장. /삼성그룹 제공

 

이병철 창업주는 무역·제당·모직 등으로 사업을 시작한 뒤 1969년 삼성전자공업(현 삼성전자)을 세워 전자산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사돈인 구인회 창업주는 전자업계에 과당경쟁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삼성의 진출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LG가 주도하던 TV·냉장고·세탁기 시장에서 맹렬한 추격전을 벌여 업계 수위를 다투게 됐다. 삼성은 창립 9년 만인 1978년 흑백TV 200만대를 생산해 일본 마쓰시타전기를 앞질러 연간 세계 최대 생산기록을 세웠다. 이병철 창업주는 1977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삼성이 종합 전자회사로 성장하는 주춧돌을 놓았다. 인재제일(人材第一)이라는 그의 경영이념은 삼성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CEA2000년부터 매년 세계 전자산업 발전에 기여한 인물 10여명을 명예의 전당에 헌액하고 있다. 첫해에 모리타 아키오(소니), 마쓰시타 고노스케(파나소닉), 유진 맥도널드(제니스), 데이비드 사노프(RCA) 창업자 등이 헌액된 후 올해까지 170여명이 선정됐다. 한국인으로는 퀄컴·제너럴인스트루먼트 등에 근무했던 백우현 전 LG전자 사장이 2004년 헌액됐다. 올해 명예의 전당에는 위성라디오방송 '시리우스'를 창업한 로버트 브리스크먼, 컴퓨터 마우스 개발자인 더글러스 엥겔바트 등이 구인회·이병철 창업주와 함께 선정됐다. 게리 샤피로 CEA 회장은 "전자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이들 리더의 비전과 열정이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입력 : 2012.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