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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원장 물러나 연구실로 돌아온 정운찬 前총리

풍월 사선암 2012. 4. 7. 17:11

[Why] [이한우의 聽談(청담)] 동반성장위원장 물러나 연구실로 돌아온 정운찬 총리

 

"못 이룬 꿈, 동반성장을 위해" 미소속에 비친 더 큰 꿈

세계경제 곧 요동칠 것나 아니라도 해결할 지도자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그들밖에 모르는 전경련

잘 사는 형님이 동생 챙겨 화목한 가정 만들어야지

그들은 그럴 생각 전혀동반성장 한발짝도 못 떼

 

'전경련은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필요에 따라서 해체의 수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톤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펜으로 직접 이렇게 고쳐놓았다. '전경련은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필요에 따라서〉 〈발전적해체의 수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일반적 독법(讀法)에 따르면 뒤쪽보다는 앞쪽이 본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다음날 언론에는 뒤쪽 문장이 '정운찬, 전경련 강도 높게 질타'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됐다.

 

◀ 정운찬 전 총리는동반성장 문화를 우리사회에 뿌리내리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으나 제대로 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역삼동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정운찬(鄭雲燦) 전 총리(65)는 앉자마자 문건 하나를 건넸다. 그가 1년 동안 맡았던 동반성장위원장 자리를 떠나며 발표한 사퇴의 변 '원고'였다. 원고를 읽어내려가는데 그 부분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이 문건은 또 하나의 뉴스를 만들어냈다. 바로 다음 문장 때문이다. '이제 저는 국민들의 삶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강자와 약자,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수도권과 각 지역, 나아가 남과 북이 동반성장하는 세상을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고자 합니다.' 총리까지 지낸 사람의 입에서 이 정도 발언이 나오면 평균적 기자라도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문'으로 읽어내지 않을 수 없다.

 

◀사퇴의 변을 발표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고쳐 쓴 원고.

 

정 전 총리의 고심을 읽을 수 있다. 마침 주식시장에서는 동반성장위원장 사퇴 후 연일 '정운찬 테마주'가 화제라는 기사도 찾아볼 수 있었다. 전격 사퇴 다음날(30)부터 그가 고문으로 있었던 인터넷서점 '예스24'와 디아이라는 회사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디아이 대표는 가수 싸이의 아버지이며 정 전 총리의 고등학교 후배다. 정 전 총리는 싸이의 결혼식 주례였다. 물론 이들 기업의 주가폭등은 정 전 총리의 대선출마설 때문이었다. 그와 묻고 답하고 묻고 피하는 공방은 3시간 넘게 이어졌다.

 

퍼주기밖에 모르는 與野

새누리당은 옛 민주당, 민주당은 옛 민노당 같아

이 위기에 인기투표 대선경제학자로서 걱정된다

 

"새누리당은 구 민주당, 민주통합당은 구 민노당 노선으로 가버렸다."

 

총리 출신 경제학자의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 주장은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전에도 이런 주장을 한 적이 있나?

"없다. 이번 동반성장위를 이끌면서 우리 대기업의 행태에 참으로 절망했다. 그 절망의 표시로 처음에는 해체를 주장하려다가 발전적 해체로 바꾼 것이다."

 

전경련은 뭐가 문젠가?

"전경련은 60년대 초 기업들이 정부에게 요구할 일이 있으면 그것을 전달해주는 창구역할을 맡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는 정부주도의 경제개발이 이뤄지던 때였기 때문에 그런 역할이 필요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다 알아서 세계를 상대로 돈 잘 벌고 있지 않나? 지금의 전경련은 대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데만 온 신경을 쏟는다. 이젠 형님(대기업)이 잘살게 됐으니 동생들(중소기업)을 도와 가정을 화목하게 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전경련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전경련이 '동반성장'에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몰랐나?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20101213일 출범 첫 회의 때부터 대기업에서 온 위원 하나가 '동반성장위원회의 법적 근거가 뭐냐'고 묻더라. 도발을 해온 거지. 한 마디로 동반성장 뭐 이런 게 싫다는 것 아니겠나. 그 후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그들의 비협조적 태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래서 어렵사리 출범은 했지만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다. 이후 회의가 거듭될수록 대기업들의 오만과 비협조 때문에 자괴감과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그래도 협력이익배분제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 나름의 성과를 얻어내지 않았나.

"그 점과 관련해 조선일보에 감사할 일이 있다. 2011년 들어 매월 회의를 했지만 대기업 쪽은 여전히 소극적이었다. 그 무렵 조선일보에 '자본주의 4.0'이 연재되면서 사회분위기가 동반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같은 여론이 없었다면 그나마의 성과도 얻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정 전 총리가 말하는 동반성장은 여야의 '경제민주화'론과는 다른 것인가?

(이에 정 전 총리는 서가에서 지금은 폐간된 '계간 사상' 90년 가을호를 찾아 내밀었다. 대한민국이 막 민주주의를 향해 걸음을 내딛고 있던 상황에서 '민주화 어디까지 왔나'라는 제목으로 각계 전문가들이 민주주의 성숙의 문제를 진단한 기획인데 그 중 하나가 정운찬 당시 서울대교수가 쓴 '경제민주화, 잘 되고 있는가'였다.)

 

"전혀 다르다. 지금 새누리당의 경제노선은 과거 민주당의 그것이고, 지금 민주통합당의 노선은 과거 민주노동당의 그것이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은 부자로부터 뺏어 나눠주겠다는, 거의 '홍길동'당 수준이다. 이들 모두 경제민주화론이라기보다는 그냥 퍼주기 경쟁이다. 감당할 재원에 대한 고려도 없이 표만 얻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면 본인의 경제민주화론은 뭔가?

"대기업의 성과는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통한 중소기업 쥐어짜기에 힘입은 바 크다. 그렇다면 그 성과의 일부를 나눠줘야 한다. 이처럼 생산과정에서 나눔이 이뤄질 경우 전체 복지수요는 크게 줄어든다. 대신 성장은 이뤄진다. 이렇게 돼야 복지수요가 줄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하는 복지시스템이 갖춰진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논의는 생략한 채 결과의 나눔, 즉 퍼주기 경쟁만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 정 전 총리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 어딘쯤엔가 서 있다는 평을 받았는데 한나라당의 후신인 새누리당까지 과거 민주당 노선으로 좌클릭했다면 정 전 총리 홀로 오른쪽 끝에 남은 셈이다.

"그렇게 되나. 하하, 어느새 내가 그렇게까지 보수(保守)가 됐나?"

 

이때 그는 묻지도 않았는데 하나 덧붙일 말이 있다고 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싹쓸이식 기업행태의 출발점이 언제부턴지 아나? 원래 대기업이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못 넘어오게 만드는 제도는 박정희 대통령 때 생겼다. 그게 어느 정도 지켜져 오다가 한순간에 무너져내린 것이 2006년 노무현 대통령 때다. 진보라고 하면서도 대통령 주변을 포위한 경제적 신자유주의자들에게 홀딱 넘어가 대기업들에게 길을 터준 거다. 참여정부의 과도한 기업 간 경쟁유도 정책이 양극화를 키운 기본 원인이다. 그거 하나만 봐도 노 대통령은 경제정책 면에서 대통령 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정운찬 전 총리는이번 대선을 꿰뚫는 시대 정신도 역시 경제가 될 것이라며요동치는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한국 경제를 살리고 동시에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하는 어려운 조정을 해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한국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도 결국 '경제'

지난 대선 지배한 민심은 그저 잘 살게 해달라는 것

이번엔 동반성장 열망 커나라 안팎 위기 다 챙겨야

 

경제가 벼락치기로 되나

나도 요즘 안보공부 하지만 전문가 도저히 못 따라가

후보들, 학자 불러 과외?위기 해결이 그리 단순한가

 

참여정부의 오산

대기업이 중소업종 못하게 朴 前대통령이 만든 제도

정부 신자유주의자들이 규제 풀어줘 대기업만 살판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도 결국 경제다."

 

지난번 대선은 한 마디로 경제가 지배한 선거였다. 거기서 이명박 후보는 '닥치고 이명박'분위기에 힘입어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노선에 대한 비판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러면 이번 연말의 대선을 지배하는 시대정신이랄까 최대 이슈는 뭐가 될 것이라고 보나.

"역시 경제다."

 

동반성장이 중요하다는 말인가?

"그것은 절반이다. 2007년 대선 때는 국민들이 자신들을 잘살게 해주고 나라도 잘살게 해달라는 의미에서 경제에 올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 될 경제는 내용이 조금 다르다. 세계경제에 큰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한국경제의 방향을 잘 관리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동반성장을 이루는 아주 어려운 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에게서 그런 조정능력을 기대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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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경제학자인 본인은 할 수 있다는 뜻인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총리 하면서 안보의 중요성을 깨달아 총리 물러난 뒤에도 김희상 장군이 하는 안보포럼에 계속 참여해 '안보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그 분야 전문가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걸 느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어떤 후보는 열심히 경제학자들 불러다가 공부한다는데 지금 그런 수준의 공부로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세계경제의 위기수준이 단순한 것이 아니다. 올 연말 세계경제는 크게 요동칠 것이다. 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본인이 대선국면에서 역할을 찾으려 하는 것 아닌가?

"그와는 별개다. 나 아니라도 정말 우리나라가 당면하게 될 가장 중요한 문제를 유능하게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차원에서 하는 말이다. 누가 하고 안 하고는 부차적인 문제다."

 

맞는 말이긴 한데 우리의 정치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금 우리의 대통령선거는 일종의 인기투표다. 세계 10대 강국 안에 드는 대한민국을 5년 동안 이끌게 될 대통령을 뽑는데 인기투표식으로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미국처럼 정치시스템이 안정돼 있으면 일정 수준에 오른 인물을 뽑기만 하면 큰 문제 없이 나라가 돌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정당조차도 후보나 당선자로부터 배제된다. 공당은 사라지고 정당 안팎의 당선자 사조직이 사실상 여당 역할을 한다. 이 말은 곧 그만큼 후보 개개인의 역량이 절대시된다는 의미다. , 그렇다면 이런 사조직에 의한 선거문화를 고치지 못할 경우 뛰어난 역량의 후보를 고르는 것이 차선이 되지 않겠나? 이런 상황에서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후보들만 거론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한국경제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걱정을 안 할 수 있겠나?"

 

박근혜씨와 문재인씨는 그렇다 해도 안철수씨의 경우 자기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고, 대기업의 횡포를 비판하는 등 정 전 총리와 비슷한 노선을 보이고 있지 않나?

"그 문제에 대해서는 비슷한 생각인 것 같더라."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

 

개인 안철수나 기업인 안철수가 아니라 '잠재적 정치인' 안철수를 평가한다면.

"하고 싶지 않다."

 

박근혜나 문재인씨에 대해서는.

"박근혜 위원장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 있고 문재인씨는 글쎄, 국가지도자가 될만한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 그만의 콘텐츠도 뭔지 잘 모르겠고."

 

한미 FTA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거웠다.

"경제적으로만 보면 찬반 모두 이유가 있다. 찬성한다고 보수, 반대한다고 진보는 아니다. 문제는 한미 FTA가 나온 시점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지나면서 한미관계가 너무 멀어졌다. 한미 FTA는 한미관계를 개선하는 부수기능이 있다. 그리고 교역규모와 시장이 커진다는 점에서 경제학자가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오히려 우파진영에서 경제적 손익논리로 밀고나간 것은 정직하지 못하고 효과적이지도 못했다."

 

국무총리 1

재벌·대북 강성인 정부균형추 역할 해야겠다 생각

세종시 총대멘 건 내 소신정치논리에 진정성 흐려져

 

동반성장위원장 1

학자로서 평생의 관심사대통령 진정성 믿고 맡아

정부가 정말로 애썼더라면, 인기 그지경 안됐을텐데

 

'소신''변신' 논란 속의 2009

 

그를 오래 안 사람들은 평이 엇갈린다.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 인물로 평하는 사람도 있고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2007년 대선 때까지만 해도 한때 그는 이명박 후보에 맞설 수 있는 '충청권 대항마'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20099월 이명박 정권의 총리로 지명받아 청문회를 거칠 때 민주당으로부터 유독 강한 비판의 대상이 된 것도 '진보'색깔인 줄 알았던 그의 우향우 '배신'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결국 그는 혹독했던 청문회를 마친 후 "남의 눈의 티끌은 대들보처럼 보면서 저의 눈의 대들보는 미처 보지 못한 것 같아 자괴감을 감출 수 없다"는 유명한 '반성문'을 발표해야 했다.

 

그때 청문회로 이미지가 많이 망가졌다.

"개인적으로 크게 문제 될 행동을 하지 않았으니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사회 지도층 중에 나만큼 깨끗한 사람이 어디 있냐고까지 생각했다. 선배의 부탁으로 '예스24' 고문 맡았던 일 때문에 서너 시간 시달릴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집문제도 그렇고 병역문제도 그렇고. 하루아침에 부도덕한 사람으로까지 몰리니 참 당혹스러웠다."

 

당시 언론에서도 늘 재벌개혁을 주창한 김종인 전 의원과 패키지로 민주당 사람인 양 분류되지 않았나.

"내가 총리 지명됐을 때 박지원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연애는 민주당이랑 하고 결혼은 한나라당이랑 했다'. 뭐 크게 틀린 말은 아니겠지."

 

총리라는 자리가 그렇게 좋았나.

"균형추 역할을 해야겠다는 나름의 사명감이 컸다. 이명박 정부가 친()재벌적이고 대북정책은 너무 강성이었다. 이럴 때 나 같은 사람이 희생을 하더라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총리로서 주력한 일은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세종시 문제의 총대를 멘 것 아닌가?

"그것은 원래 내 소신이기도 했다. 세종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자족기능 보완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게 정치논리에 휩쓸려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지금은 그쪽에서도 '정운찬이 말한 대로 하는 건데'라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감정에 휩쓸리다가 자기 밥그릇 차버린 경우가 아니겠나?"

 

결국 세종시 문제는 뜻대로 되지 않았고 이듬해 8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총리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한 중견기업 사장을 만났더니 이민을 가고 싶다고 했다. 대기업의 후려치기가 너무 심해 기업하고 싶은 의욕이 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실상을 알아보니 IMF 이후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쥐어짜기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대통령께 이 문제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그때는 별 반응이 없더라. 그리고 20108월 총리에서 물러나고 얼마후 연락이 와서 '당신이 관심 가졌던 동반성장위원회 만들기로 했으니 당신이 맡아서 해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주변 친구들이 '총리까지 한 사람이 무슨 그런 위원장을 맡느냐'고 반대했다. 그러나 동반성장은 경제학자로서 내 필생의 관심사였기 때문에 기꺼이 맡았다."

 

대통령과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 같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풀고자 하는 내 열정에 그다지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위원장직을 내던진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의 비협조였지만 제대로 힘을 실어주지 않은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도 있었다."

 

대통령은 실제로 친재벌, 친대기업이었나.

"물론 2008년 세계경제위기 상황에서 그것을 돌파하는 수단으로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경제학자인 나도 인정한다. 문제는 그로 인해 더욱 심각해져 가는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진심으로 애쓰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데 있다."

 

애를 썼는데 홍보가 안 됐다는 것인가, 애쓰는 강도가 충분치 않았다는 것인가?

"(잠시 생각하다가) 후자다. 그때부터 동반성장을 위해 대통령이 나서고 정부가 열심히 했더라면 대통령 인기가 이 지경은 되지 않았겠지. 실은 지금이라도 동반성장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의 지지는 회복될 것이다."

 

"남은 일생을 동반성장 '전도사'"

 

이번 주 내내 '정운찬 테마주' 기사가 났다.

"디아이 대표인 싸이 아버지는 내 후배고 내 아내와 싸이 어머니도 친구다. 내가 서울대총장으로 있을 때 싸이 어머니가 주례를 부탁했다. 난 주례를 잘 안 섰기 때문에 사양했는데 '우리 애가 가수라서 안하겠다는 거죠' 이랬다. 이런데 어떻게 안 할 수 있나? 그런데 무슨 테마주냐."

 

요즘 하루는 어떻게 지내나.

"나는 예나 지금이나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사람을 많이 만난다. 아내는 그래서 사람 좀 가려서 만나라고 하는데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두루 많이 만나는 것이 좋다. 그러다가. 그런 일(아마도 신정아씨와 관련된 논란을 가리키는 듯했다)도 당했지만 지금도 많이 만난다. 어제는 조순 선생님을 뵈었고 얼마 전에는 변형윤 선생님도 찾아뵈었고. 주로 학계의 선후배 학자들을 만나지만 그 밖에 여러 분들을 만난다. 특히 이헌재 전 장관님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분이다. 얼마 전에는 정몽준씨도 만났고 총리 때 당대표 했던 이재오씨도 만났다."

 

정말 대선출마 준비는 하는가 안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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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끔 기사 같은 데서 '정 전 총리의 측근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을 보면 뭔가 주변에서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분명히 말하지만 측근은 없다. 나한테 들은 이야기도 '측근'운운하며 기사를 쓰더라."

 

요즘 관심있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

"신동준씨가 쓴 '후흑학'을 재미있게 읽었다. 얼굴은 두껍게(), 가슴은 시커멓게()."

 

 그거 청나라 말기의 제왕학인데. 본인의 얼굴이 덜 두껍고 가슴이 덜 시커멓다고 생각해 자기단련용으로 읽은 건가.

"세상에는 얼굴이 두껍고 가슴이 시커먼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도대체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지를 이해해보려고."

 

본인의 저술계획은 없나.

"2006년 서울대 총장 물러나고 나서 야구에 관한 책을 쓰려고 했는데 아직 못쓰고 있다. 또 중학교만 나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제학책을 쓰고 싶은 욕심도 있고."

 

인터뷰를 마치며 그의 다음 도전이 무엇이 될지는 그도 알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꿈은 그가 하고 싶어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꿈은 아닌 것 같아서다.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그가 이 말을 꼭 넣어달라고 했다. "어느 자리건 남은 일생을 동반성장 '전도사'로 살고 싶다".

 

입력 : 2012.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