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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여론 “국회의원 숫자 줄여라”

풍월 사선암 2012. 3. 16. 12:32

성난 여론 국회의원 숫자 줄여라

 

일본은 85명 줄인다는데 

 

국회의원 1인당 인구

한국 16만명 / 멕시코 21만명 / 일본 26만명 / 브라질 37만명 / 미국 70만명

   

파장을 앞둔 18대 국회를 향해 국민적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다. 일은 안 하고 제 밥그릇만 챙기는 우리 국회의원들의 고질병을 지켜보던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선 모양새다. 최근 국회 정치개혁특위(위원장 이경재 의원)는 선거구 획정 작업을 하면서 지역구 통폐합이라는 헌법의 권고를 무시하고 오히려 지역구 수를 늘리는 후안무치의 행태를 보였다. 작년에 세비를 인상하고 각종 수당을 신설한 18대 국회 앞에는 미처리 법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이미 선거전에 뛰어든 국회의원들이 언제 이 숙제를 할지는 불투명하다. 이 와중에 날아든 일본 국회의 세비 삭감과 의원 수 감축 추진 뉴스는 국민 감정에 불을 질렀다. 현재 인터넷과 트위터에는 이참에 국회의원 수를 100명으로 줄이자는 제안이 나오고 이에 대한 뜨거운 호응이 쏟아지고 있다.

 

‘6590’.

 

21일 현재 18대 국회 앞에 쌓여 있는 미처리 법안의 수다. 18대 국회에서 의원 발의나 정부 제출로 접수된 전체 법률안(13765)47.9%에 이르는 숫자다. 의원 발의 법안만 따지면 12077건의 법률안 중 절반이 넘는 6170건이 서랍 속에서 잠을 자고 있다.(정부 제출 법안은 전체 1688건 중 24.9%420건이 미처리) 잠자고 있는 법안 중에는 최근 논란이 된 대학 기성회비 문제를 해결할 국립대학 재정 회계법같은 긴급한 것들도 있다. 이 법안은 정부가 2008년 제출했는데 제대로 심의도 되지 않은 채 4년간 방치돼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세금 먹는 하마

 

국정의 발목을 잡는 우리 국회의 이런 한심한 생산성은 국회의원의 존재 자체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일을 하지 않는 국회의원이 도대체 왜 필요하느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국회의원한테 들어가는 엄청난 세금을 생각하면 더욱 분통이 터진다. 국회의원들의 한 해 세비는 124397420. 억대 연봉자다. 한 달에 10366443원씩 받는다. 2010년까지만 해도 국회의원 세비는 9869733원이었지만 작년에 5.1%를 인상하면서 억대 연봉자가 됐다. 세비와는 별도로 작년에 가족수당(매달 배우자 4만원, 20살 이하 자녀 1인당 2만원)과 자녀학비보조수당(분기당 고등학생 446700, 중학생 62400)도 신설했다. 한 번이라도 국회의원을 하면 65세부터 죽을 때까지 매달 120만원의 노후보장 연금도 받는다. 연간 15000만원, 선거 때는 3억원까지 정치 후원금도 걷을 수 있다.

 

국회의원 한 사람당 딸린 식구에 들어가는 돈도 엄청나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과 5급 비서관 각 2, 6·7·9급 비서 각 1명 등 모두 7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다. 5급 비서관은 원래 1명이었는데 2010년 의원들이 법을 고쳐 1명 더 늘렸다. 이들에게 드는 인건비는 연간 38000여만원이다. 국회의원 299명 전체로 치면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다. 의원들은 월급 120만원의 인턴도 2명씩 채용할 수 있다. 이런저런 비용을 다 합하면 의원 한 사람에게 들어가는 돈이 매년 5억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다 200가지에 이르는 특권과 국회의원을 뽑느라 국고에서 투여되는 선거비용(3000억원)까지 고려하면 국회의원 유지비용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이 세금 먹는 하마가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민주당 정부가 국회의원 세비를 8% 이상 깎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일본에서도 월 1294000(1940만원)의 세비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어 왔는데, 이번 세비 삭감은 소비세 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아픔을 고려한 조치라고 한다. 세비 인상만 봐온 우리로서는 무척이나 신선한 소식이다. 세비를 깎는 일본의 국회는 우리보다 생산성이 높다. 인구 대비 의원 수부터 적기 때문이다. 일본의 중의원 지역구 의원은 300명으로 우리의 지역구 의원(245)보다 많지만 일본은 인구가 13000만명이고 우리는 5000만명이다.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국민 수가 일본은 26만명인 데 반해 우리는 162000명에 불과하다. 이 숫자만 비교하면 우리의 국회의원 수가 일본보다 60% 정도 많은 셈이다. 미국은 일본이나 우리보다 인구대비 의원 수가 더 적다. 하원 1명당 약 70만명의 국민을 대표한다. 인구 31000만명의 미국은 이 하원의원 수 자체를 435명 이내라고 못 박아 놓고 있다. 미국은 1911년 이후 하원의원 수에 변화가 없다. 이밖에 인구가 19000만명인 브라질과 15000만명인 멕시코의 의원 1인당 대표성도 각각 37만명, 21만명에 이른다. 분명 우리는 인구 대비 최다 의원 국가군에 속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의원 수 안 줄이려 온갖 꼼수

 

일도 안 하면서 의원 수가 많다면 그 수를 줄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의 현 제도에서는 국회의원 수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말처럼 국회의원 수를 줄일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 스스로 의원 수 줄이기를 기대하는 게 난망하다. 이는 최근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보여준 행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국회 정개특위는 19대 총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상태에서도 선거구 획정을 못하고 있다. 급기야 국회 정치개혁특위 선거법 소위원장인 주성영 의원이 21일 유권자들(부산 기장구 단독선거구 쟁취위원회)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당하기에 이르렀다. 국회 정개특위가 시간을 질질 끄는 이유는 선거구를 통폐합하거나 분할하면서도 여야 텃밭 지역구 의원 수를 가급적 줄이지 않는 묘수를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국회의장 산하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지난해 말 파주와 용인수지, 수원권선, 용인기흥, 여주·이천, 천안을 등 8개 선거구를 분구 또는 신설하되, 노원, 성동, 부산남구, 여수, 대구달서 등 5개 선거구는 통폐합하는 안을 마련했다. 2001년 헌법재판소가 지역구 조정 기준으로 인구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비율을 3 1, 이에 따른 지역구 인구 상한선을 31406, 하한선을 103469명으로 정한 데 따른 조정이었다. 하지만 여야는 이 통폐합안을 무시하고 무원칙하게 지역구를 이리저리 갖다 붙이는 게리맨더링을 시도하며 곳곳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지역구 오히려 늘리기

 

정개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주성영,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129일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선거구를 통폐합하지 않은 채 경기도 파주시와 강원도 원주시를 갑·을 지역으로 나누고 세종시를 신설하는 데 합의했다. 각 당에 유리한 지역구를 오히려 하나씩 늘린 것이다. 파주와 원주의 현역 의원은 각각 새누리당·민주통합당 소속이고 세종시는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선진당 몫인 셈이다. 반면 영·호남 지역구는 한 곳도 줄이지 않았다. 여야는 지역구를 3석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 의원 수(현행 5451)를 줄여 전체 의원 수는 유지키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런 여야 합의안대로 할 경우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남해하동군(201110월 말 현재 104342) 기준으로 용인기흥구(3.52 1), 천안을(3.04 1), 용인수지(3.03 1), 이천·여주(3.01 1) 등 인구 편차가 위헌 기준을 넘는 지역구가 속출하게 된다. 때문에 여야는 용인기흥구의 동백동을 인근 처인구로 편입시키고 여주를 가평·양평에 갖다 붙이는 등 무리수를 시도하고 있다.

 

지역구를 줄이는 대신 오히려 늘리는 역주행을 하고 있지만 사실 10년 전에 만들어진 인구 최소 지역구와 최대 지역구의 비율 3 1이라는 기준도 더 조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강하다. 미국 하원은 원칙적으로 모든 선거구의 인구가 균등하도록 정해 놓았고, 일본은 선거구 간 인구 차가 2 1, 독일은 1.3 1 수준까지를 합헌으로 인정하는 등 우리보다 기준이 엄격하다. 헌재도 10년 전 3 1이라는 기준을 마련하면서 현재 3 1로 정한 선거 구간 적법(適法)한 인구격차도 상당기간이 지나면 인구 비율 2 1을 기준으로 위헌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구 비율을 2 1로 하면 국회의원 수를 더 줄일 수 있다.

 

의원 세비를 8%로 깎기로 한 일본의 경우는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더 엄격하게 적용해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최고재판소가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두 배를 넘는 것은 유권자 1인이 행사하는 가치에 차이가 커져 불평등한 만큼 위헌이라고 판결함에 따라 인구 편차가 두 배를 넘는 지역구 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현행 300개의 중의원 선거구 중 5개를 줄이고 이와 함께 180명에 이르는 비례대표 의원 수도 100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 민주당 정부는 480명인 중의원 정원을 395명으로 줄이는 공직 선거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100명으로 줄이자

 

우리도 인터넷, 트위터 등에는 지역구를 소폭 조정할 게 아니라 국회의원 수를 대폭적으로 줄이자는 의견이 제시돼 호응을 얻고 있다. 예병일 코리아인터넷닷컴 대표이사는 최근 트위터에 국회의원 수를 100명으로 줄이자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이는 급속도로 리트윗되며 트위터를 달구고 있다. 예병일 대표는 국민이 나서서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의원에게 맡길 경우 지역구 조정이 합리적으로 되지 않기 때문에 지역구 조정 권한을 국회의원의 손에서 빼앗아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 이현출 정치의회팀장은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상설화하고 권한을 강화해 예측가능한 정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정치인에게 맡기면 답이 쉽게 안 나오는 것인 만큼 선거구 획정작업을 민간 등 외부에 위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국대 박명호 교수(정치학)통일 등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하면 현재 우리의 국회의원 수가 그렇게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직능 대표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현실을 감안해 지역구는 줄이고 비례대표는 늘리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계명대 김관옥 교수(정치학)“IMF 때 국회의원 수를 20명 줄였지만 곧 원상회복 되고 말았다결국 지역구 조정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의 손을 거쳐야 하는데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고 하면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를 줄여 오히려 개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192호] 2012.02.06

 

[다산 칼럼] 줄여야 하는데 늘리다니

 

의원 1인당 67000만원 비용인구당 의원수 ·2~4

 

국회의원 수가 299명에서 300명으로 늘어났다. 국회의원 1명당 연 6700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세비(歲費)14000만원, 보좌직원 7명과 인턴 2명 등 보좌진 연봉으로 39000만원, 각종 수당 및 지원금으로 14000만원 정도 지원받는다. 그리고 200여 가지의 각종 특권과 혜택을 받으며, 단 한번이라도 국회의원을 지냈으면 65세 이후 매달 120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국민 부담이 더 늘어난다.

 

국민 부담이 늘더라도 좋다. 그만큼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을 한다고 하면 얼마든지 수용하고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 안정된 생활과 국가의 장래를 위한 법안을 만들고 행정부를 감시하는 입법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그저 당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거수기 역할이나 하고, 무슨 일이 터지면 장관이나 기업인들을 불러다가 호통이나 치는 국회의원이 하나둘이 아니다. 해머로 문고리를 부수고, ‘공중을 날아다니며최루탄을 터뜨리는 의원들까지 있다. 국회의원이면 기본적으로 자신이 소속돼 있는 상임위원회나 본회의에 출석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 출석률이 매우 낮다.

 

그리고 정부예산을 면밀히 감시하고 심의해야 할 국회가 정치적 대립으로 회기 내내 티격태격하다가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 일을 앞두고 하루 이틀 전에 후다닥 해치워 버리는 것이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국익이나 국민의 편익을 위한 법안은 뒷전이고 개별적 이익과 이익집단에 포획되고,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법안은 밀어 붙인다.

 

국방에 매우 중요한 국방개혁법안과 국민의 80% 이상이 찬성하는 감기약이나 소화제 등 가정상비약 슈퍼 판매 허용을 골자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은 약사회의 반대에 부딪쳐 몇 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기업에 많은 부담을 주고 과잉·중복규제로 커다란 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법조인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준법지원인법을 통과시켰다.

 

이 외에도 예산이나 재원마련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역민원이나 표를 의식해 무작정 발의한 법안이 숱하게 많다. 이런 국회를 보면 세금 내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국회의원을 그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적으로 보면 그들은 우리 친구이고, 선배이고, 후배이며, 가족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왜 국회의원으로서는 지켜지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약속을 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줄 알면서도 입법하고, 진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목청을 높이는가?

 

우리 유권자들 탓이다. 정치인들의 최대 목표는 선거에서의 재선이다. 표를 얻지 못하면 선출되지 못한다. 특정 유권자 집단이 투표권을 무기로 정치인들을 위협하니 지역 민원을 챙겨야 하고, 특정 유권자 집단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어쩌면 궁극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사람들은 국회의원들이 아니고 그들을 선출한 우리 유권자들일 것이다. 정치인과 함께 유권자의 도덕성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아무리 도덕성 강화를 외쳐봐야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우리 정치 시스템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 때문이다. 우리 정치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와 정치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거의 모든 국민들이 정치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고 정치 과잉 현상이 나타난다.

 

정부와 정치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완화, 민영화, 재정규모의 축소 등으로 작은 정부를 구현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국회의원의 권한을 필요한 정도로만 제한하고,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인구 16만명당 한 명꼴로 인구 60만명에 의원 한 명꼴인 미국과 26만명당 한 명인 일본에 비해 훨씬 많다. 작은 정부와 국회의 규모,권한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리의 정치 수준을 높이고 국민들이 편안하게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실질적인 방법이다.

   

한국경제 입력: 2012-03-04  /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