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해적(海賊) 기지

풍월 사선암 2012. 3. 11. 00:29

[횡설수설/이형삼]‘해적(海賊) 기지 

 

영국 해군의 넬슨 제독은 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프랑스-스페인 연합함대를 대파하고 전사했다. 해군은 시신의 부패를 막기 위해 넬슨의 관에 럼주를 가득 채웠다. 그런데 영국에 도착해 관을 열어 보니 술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넬슨을 흠모한 병사들이 그의 영령과 하나가 되려고 관에 구멍을 뚫고 술을 빼 마셨다. 영국 해군이 럼주를 넬슨의 피(Nelson’s Blood)’라고 부르는 이유다. 해군의 생명은 명예와 전우애다. 영국의 왕족과 귀족이 주로 해군 장교로 복무하는 것도 그런 전통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군대는 공동선을 위한 희생의 마지막 보고(寶庫). 우리는 모두가 공유해야 할 시민이상주의와 애국심의 결연한 표현을 군대에 맡겨 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미군을 가리켜 지금까지 다수가 소수에게 이렇게 많은 것을 부탁한 적도 없고, 소수가 다수에게 이토록 많은 것을 베풀고 그 대가를 이렇게 적게 요구한 적도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김지윤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28)제주 해적기지 건설 반대! 강정을 지킵시다라고 쓴 아이패드 화면을 들고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양식이 있는 트위터리안들은 격분했다. “거북선은 해적선이고 이순신 장군은 해적 두목이냐는 반응도 있었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해군이 해적이면 육군은 산적이냐고 되물었다. 아니면 천안함은 해적질을 하다 공격당했단 말인가. 오는 26일은 천안함 46용사 2주기다. 아무리 철없는 20대라 해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아무리 경박한 공간이라 해도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는 없는 말이다.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장을 지낸 김 씨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한승수 국무총리와 대학생 시국토론회에서 고대생인 것이 오늘처럼 창피한 적이 없다며 정부를 비판해 고대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국방비 삭감, 징병제 폐지 같은 공약을 들고나온 그가 진보당 청년비례대표로 선출되면 이번 총선에서 최종 비례대표 순번 10번 안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누구 덕에 발 뻗고 단잠을 이룰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입력 2012-03-08 /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

 

 

 

[사설] 해군을 海賊으로 몰고, '정권 잡으면' 하고 윽박지르는 야당

 

통합진보당 '청년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 나선 스물일곱 살 난 김지윤씨가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海賊)기지'로 부르는 글을 자기 트위터에 올렸다. 진보당 경선 신청을 접수시킨 이후의 일이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고문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서 발파 공사를 지휘하던 정인양 해군 제독에게 "4·11 총선에서 야대(野大)가 되면 기지 예산은 없고 12월에 정권이 바뀌면 더더욱 그렇다. 공사를 해두면 기정사실화할 거라고 믿는 건 오산(誤算)이다. 당신이 (공사 강행에) 책임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총선 승리를 위한 연대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 양당이 연대해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이기게 되면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적 좌파(左派) 연립정부가 들어선다. 바다를 지키는 군인을 해적(海賊)으로 몬 몰지각한 젊은이가 집권당 의원이 되고 국책 사업 진행을 맡은 해군 장성에게 나중에 책임을 묻겠다는 정치인이 여당의 실력자가 되는 세상이 온다는 말이다.

 

김씨는 자신의 '해적' 발언이 논란을 빚자 "정권과 해군 당국을 비판한 것인데 해군 사병들을 해적으로 부른 것처럼 왜곡한다"고 말을 돌렸다. 쫓기는 타조처럼 모래밭에 대가리만 묻은 채 제 모습을 숨기려는 꼴이다. 이런 수준이니 국민한테 "그럼 이순신 장군도 해적 두목이란 말이냐"는 야단을 맞아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김씨는 "제주 해군기지가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적 해양 지배를 하려는 미군의 '합법적 해적질'을 돕게 된다"고도 했다. 이 정신 나간 젊은이가 헛소리를 해대는 동안 중국은 제주도 남쪽 이어도 해역이 자기들의 배타적경제수역에 들어간다며 이곳을 해양 감시선 정기 순찰 지역에 공식 포함했다. 아무리 요즘 세태가 그저 반미(反美)만 갖다 붙이면 '개념 연예인' '개념 지식인' 소릴 듣는다고 하지만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젊은이들이 이런 수준이라니 나라의 장래가 걱정이다. 일부 좌파 인사와 정치인이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미 해군이 이용하고 그럼 중국이 반발해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떠들어온 지난 4년 세월이 철부지들에게 준 악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다.

 

민주통합당은 재·보선 연전연승(連戰連勝)에 취해 벌써 정권을 잡은 듯한 기분인 모양이다. 그러나 해군을 '해적'으로 부르는 철부지들과도 손잡고 아무나 "정권 바뀌면 두고 보자"고 윽박지르는 일이 거듭될수록 역풍(逆風)의 씨앗도 커갈 것이다

 

조선일보 / 2012-03-09

 

 

 

海軍海賊이라니대한민국이 통탄한다

 

4·11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 제주해군(海軍)기지를 해적(海賊)기지라고 지칭하는 통탄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 테러가 벌어졌을 정도로 국회의원들의 자질 저하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체성과 안보를 부정하는 세력이 정치권에서 활개치는 현실은 이와는 차원이 다른 국기(國基)의 문제다.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 최종 대상자 5명 가운데 한 사람인 김지윤씨는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주 해적기지 반대합니다. 제주 해군기지는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할 해적기지에 불과합니다고 썼고, 이 글이 전파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김씨의 발상은 남해 해역에 대한 방어는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이며, 이에 참가하는 해군은 평화 파괴 세력이라는 논리다. 김씨는 2006년 고려대 재학중 보직교수 9명을 17시간 동안 감금한 사태로 출교 조치를 당한 뒤 고대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인물이다. 이러한 행태와 국가관을 가진 사람을 국회의원 후보군에 포함시킨 통합진보당은 물론 이 정당과 연대하지 못해 안달하는 민주통합당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국방부는 영해를 수호하는 장병이 해적이면, 천안함 46용사도 해적이냐면서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 입장을 밝혔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북한 해안기지는 의적(義賊)기지냐’‘거북선은 해적선이고 이순신 장군은 해적두목이냐는 비판글들이 쏟아졌다.

 

김씨는 8일 자신의 블로그에 제주해군기지가 미국의 합법적 해적질을 돕게 된다는 점에서 해적기지라 할 수 있다는 글을 올리며 한발 더 나아갔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7이어도, 그것은 섬이 아니라 암초라며 남해 해군력 무용론을 폈다. 대한민국 국민 주장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중국은 오는 8월부터는 첫 항공모함 바랴크호를 이 지역에 투입하겠다고 한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은 역사적으로 해군력이 약화됐을 때 외세의 침략을 받아 국토가 황폐화하는 뼈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통합진보당은 민군 복합항 문제를 떠나 해군기지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안보 해체를 노리는 종북(從北)의 전략이다. 이런 정당이 민주당과 연대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노리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안보 자체를 위협하는 이런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엄중한 심판을 해야 한다.

 

문화일보 / 입력201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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