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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열풍 이끄는 세 황제

풍월 사선암 2011. 12. 23. 20:21

[Amazing Korean Talent!] K-Pop 열풍 이끄는 세 황제

 

메이저 연예기획사 SM·JYP·YG한류 삼국지

음악 세계에서 해외진출 전략까지 전혀 다른 색깔을 추구한다

 

런던이 케이팝에 미쳐간다(London is going K-Pop crazy).” 얼마 전 한 영국 신문의 1면 톱을 장식한 기사 제목이다. 영국뿐만이 아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는 물론 페루, 멕시코 등 남미국가의 젊은이들도 케이팝(K-Pop)의 묘한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간다. 그들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뭘까? 일본에서는 K-Pop 가수들을 아이돌이 아티스트로 진화했다고 평가한다. 여기에는 아이돌 가수들을 직접 양성하고 기획하는 연예기획사들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한류의 최전선에 선 K-Pop 아티스트를 길러낸 SM·JYP·YG 엔터테인먼트의 경쟁력을 정밀 취재했다.

  

"링딩동~링딩동 링~디기디기링딩동~”

러시아 모스크바 중앙부에 위치한 붉은광장’. 어디선가 익숙한 노랫말이 흘러 나오자 순식간에 20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광장 중심부로 몰려든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대열을 갖추는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 9월 말 MBC 기획특집 프로그램 엔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깜짝 플래시몹현장이 방영됐다. ‘플래시 몹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지정된 시간과 장소에 모여서 퍼포먼스를 벌이는 일종의 이벤트를 말한다. 수백 년간 러시아 권력의 중심이자, 수많은 역사적 사건의 무대가 됐던 붉은광장에 외국가수의 노래가, 그것도 대규모 군단의 퍼포먼스와 함께 울려퍼진 건 보기 드문 광경이다. 샤이니 멤버들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물을 흘렸다. K-Pop의 열기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의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반짝 인기가 아니다. 이미 ‘K-Pop’이라는 하나의 독창적인 음악 장르로 자리매김하면서 세계 젊은이들의 몸과 마음을 강타한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원더걸스, 2PM, 2NE1, 빅뱅, 카라 등 해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만도 어림잡아 열 팀이 넘는다.

 

외신도 K-Pop 열풍을 앞다퉈 보도한다. 영국의 BBC와 프랑스 언론은 유럽을 정복한 K-Pop 열풍을 기획기사로 다루었다. 그들은 특히 한국 연예기획사들의 전략과 독특한 아이돌 가수 양성과정에 관심을 나타냈다. 그중에는 케이팝 열기의 뿌리에 기획사들의 철저한 계산이 있었다는 분석도 포함돼 있다.

 

이들의 분석대로 K-Pop이 일으키고 있는 () 한류열풍의 배경에는 국내 메이저 연예기획사들의 힘이 컸다. 특히 이수만, 박진영, 양현석이 이끄는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JYP 엔터테인먼트(이하 JYP) 그리고 YG 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다수의 한류 아이돌 그룹을 배출해 요즘 한류의 트로이카로 불린다. 회사 규모 면에서나, 전략 면에서나 다른 기획사보다 월등한 인프라를 갖춘 이들 회사는 개성 넘치는 대표의 성향에 따라 음악의 세계도 확연히 구분되는 듯하다.

 

이들에게 한류 삼국지라는 이름을 붙여보면 어떨까? 세 군단을 각각 ··중 한 나라에 빗대보면 흥미롭게도 상당히 닮은 대목이 나온다. ‘한류 삼국지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군사력과 전략 최고, 위 나라 ‘SM 군단

 

미국의 10대 팝은 전성기 때도 이처럼 생산적이지 않았다. 미국의 어떤 리얼리티 쇼나 TV, 메이저 기획사들에서 발굴하려고 안달할 정도로 가치가 있다.”

 

지난 1023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가 끝난 뒤 현지 언론이 쏟아낸 찬사 가운데 하나다. <뉴욕타임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샤이니, F(x)SM 소속 가수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현장에서 지켜본 기자가 이들 가수의 매력을 조목조목 분석하면서, 이번 ‘SM군단의 뉴욕 공연을 위와 같이 평했다. 3시간 30분이 넘게 진행된 이날 공연에는 SM 소속 가수들을 보려고 15000명의 관객이 몰려들었다. 미국 각지에서 온 현지 팬들은 노래는 물론 각 노래의 한국어 응원법까지 완벽하게 익혀 따라하면서 가수들을 흥분시켰다. K-Pop 열풍을 이끄는 SM의 위력이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발휘된 셈이다.

   

◀지난해 1030‘SM 타운의 일본 공연 오프닝 무대를 선보이는 소녀시대(위 사진)와 남성 5인조 그룹 샤이니.

 

SM은 단연 K-Pop 열풍의 ()’이다. 인구 1000만에 군사 수 100만 명의 최고 병력을 자랑했던 위 나라와 뛰어난 인재 등용책으로 난세를 평정했다고 평가받는 조조의 모습은 곧 SM과 이수만(60) 대표를 떠올리게 한다. ··오 삼국 중 군사력이나 외교 전략 면에서 단연 최고의 역량을 발휘한 위 나라 같이 SMJYPYG에 비해 인재 양성과 해외 진출 전략 면에서 앞서가기 때문이다.

 

우선 이수만 대표는 아이돌 양성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력의 소유자다. 1990년대 후반부터 원조 아이돌 격인 H.O.TSES를 기획하며 꾸준히 아이돌 양성에 몰두해온 SM은 치밀한 연습생 교육과정을 통해 스타가 될 만한 인재를 기획한다. ‘연습생 과정이라는 새로운 풍조를 만들어낸 것도 SM이 가장 먼저다. SM 소속 가수들의 평균 연습생 기간은 5년 정도로 알려졌다. 소녀시대의 멤버 가운데 수영, 제시카, 효연은 7년 동안이나 연습생 시절을 보냈다.

 

SM은 지금도 매주 토요일 공개 오디션을 진행한다. 정기적으로 미국·중국·태국 등의 해외에서 글로벌 오디션도 연다. 해외 오디션에는 이 대표도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지난 711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K-Pop 글로벌 오디션엔 카자흐스탄은 물론 러시아와 키르기스스탄 등 주변 국가에서 약 1600명의 참가자가 몰렸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인재들은 노래, , 연기 등의 트레이닝은 물론 일본어, 중국어 등의 외국어 교육과 더불어 11 맞춤 육성 교육을 받게 된다. 주기적으로 연습생 발표회를 열어 발전된 실력을 검증받기도 한다. 연습량과 상관없이 학업성적이 일정 정도를 넘지 못하면 퇴출시키는 학사관리 제도도 운영한다. 모든 과정을 잘 견뎌낸 연습생만이 가수 데뷔의 기회를 잡게 된다. 현재 SM에는 30명의 연습생이 미래를 꿈꾸며 훈련하고 있다.

 

SM은 전형적인 예비 아이돌 후보로 미남미녀 형을 선호하는 편이다. 개성 있는 외모보다는 잘 생기고, 예쁜 얼굴의 연습생들을 선택한 후 컨셉트에 맞춰 팀을 조합한다. 팀 이미지를 책임지는 에이스(윤아), 음악성을 담당하는 보컬(태연), 맑고 순수한 이미지의 막내(서현) 등 멤버들 간의 차이점을 극대화해 구색을 맞추는 식이다.

 

하지만 선남선녀들이라 해서 실력은 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SM은 이미지 못지 않게 음악성을 중요시한다. 이문원 대중음악평론가는 “SM 소속가수들의 실력이 의의로 가장 좋다면서 힙합, 발라드, 클래식 등 모든 장르의 노래를 다 소화하는 동방신기를 보면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 못지 않게 가창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해외진출 전략 면에서도 SM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하다. SM은 국내 가수의 해외 진출이 드물던 1990년대 후반부터 SES를 시작으로 보아와 동방신기를 연이어 일본 시장에 진출시켰다. 2001년엔 일본에 현지 자회사인 ‘SM 재팬을 세워 일본 진출의 활로를 넓혔다. 특히 SM은 아무로 나미에 등이 속한 일본 현지의 대형 기획사 에이벡스(AVEX)’와 합작하는 전략으로 소속 가수의 홍보효과를 높였다. 같은 방식으로 2008년엔 ‘SM USA’를 세웠고, 지난 8월엔 태국의 이동통신 사업자인 트루(True)’와 함께 ‘SM-True’라는 태국 현지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해외 유명 작곡가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도 해외진출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 SM은 노르웨이, 덴마크 등 유럽 출신의 해외 작곡가들로부터 소속 가수의 곡을 받는다. 소녀시대의 경우 소원을 말해봐’ ‘런 데빌(Run devil)’ ‘등 히트곡 대부분이 유럽 작곡가들의 손을 거쳤다. ‘소원을 말해봐는 노르웨이 작곡가 그룹인 디자인 뮤직’, ‘런 데빌(Run devil)’은 영국 작곡가 알렉스 제임스의 작품이다.

 

이 밖에도 샤이니의 줄리엣’, F(x)핫 서머(Hot summer)’, 보아의 허리케인 비너스’, 슈퍼주니어의 미라클 유(Miracle U)’ 등이 대표적인 해외 작곡가의 곡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는 유럽 정통의 멜로디컬한 트랜스 음악(전자음악의 한 종류로 반복적인 비트가 특징인 음악)’의 선율을 따르는데 오히려 정통 유로팝(Pop)보다 세련됐다면서 외국 음원을 편곡해 재구성하는 SM의 전략이 유럽에서 잘 통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얼마 전 새 앨범으로 컴백한 원더걸스

 

한편 최근 발표돼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있는 소녀시대의 3집 앨범 타이틀 곡 더 보이즈(The boys)’는 고() 마이클 잭슨의 작곡가로 알려진 테디 라일리의 작품이다. 한동안 따랐던 유럽풍의 전형에서 벗어나 미국 팝으로 대중성을 더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번 음반은 미국 유니버설뮤직 그룹 산하 기획사인 인터스코프 레코즈(Interscope Records)’를 통해 전 세계로 유통될 예정이다. 하지만 당장 미국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은 없다고 한다. 한국과 아시아 무대를 중심으로 먼저 활동한 후 차차 미국 무대로 활로를 넓혀갈 계획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당장에 글로벌 한 전략을 펴지 않고 글로컬 한 전략으로 세계 무대의 진출을 노리는 SM의 선택이 현명하다면서 아티스트 양성 면에서나, 지략 면에서나 SM은 다른 기획사들보다 훨씬 앞서 있는 골리앗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철저한 박진영 중심체제, 촉 나라 ‘JYP’

 

박진영이 무너지면 JYP도 무너진다.” 대중음악 전문가들이 JYP를 평가할 때 진담 반 농담 반으로 하는 말이란다. 기획사의 수장이자, 프로듀서 및 작곡가이기도 한 박진영(40) 대표는 JYP 소속 가수들의 모든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박진영 군단이란 이름이 더 잘 어울릴 만큼 JYP는 신인개발부터 음반제작, 스타일링의 모든 작업이 박진영 중심으로 돌아간다.

 

예컨대 4년 전 디스코 풍의 멜로디로 전 국민의 인기를 얻은 원더걸스의 텔미(Tell me)’는 작사·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과 안무제작까지 모두 박진영의 손을 거쳤다. 특히 어린아이부터 직장인, 군인에 이르기까지 텔미(Tell me)’열풍을 불러왔던 복고풍 안무의 탄생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음반 작업을 위해 미국에 가있는 바람에 안무제작에 직접 참여할 수 없었던 박진영이 즉흥적으로 안무를 만들고, 그걸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왔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원더걸스의 춤도 춤이지만, 방 안에서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채로 텔미(Tell me)’댄스를 추는 박진영의 모습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었다. JYP의 철저한 박진영 중심체제를 실감케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박진영의 모습은 마치 군사·외교 등 모든 전략을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손으로 하고자 했던 촉 나라의 제갈공명을 떠올리게 한다. ‘북벌(北伐)’이라는 단 하나의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7년 동안 북벌정책을 유지했던 모습도 미국 진출을 고집하는 JYP와 유사하다.

 

JYP의 해외진출 전략은 간단하다. 최근 들어 2PM2AM이 일본 시장에 진출한 바 있지만, 본래 JYP는 다른 기획사들과는 달리 일본 진출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JYP의 목적은 오로지 미국 진출이었다. 데뷔와 동시에 한창 인기몰이를 했던 원더걸스는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9년 첫 해외진출 장소로 미국을 택했다. 보통 해외진출을 한다고 하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게 정석인데, 원더걸스는 이 과정을 생략한 셈이다. 결과는 성공적인 듯했다. 진출 첫해 노바디(Nobody)’로 빌보드 싱글 차트에 진입했고, 유명 그룹 조나스 브라더스와 전미 투어 공연을 함께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로 활약했던 테디 라일리가 최근 원더걸스는 미국에서 망했다는 노골적인 발언을 할 만큼 미국진출을 통해 원더걸스가 얻은 수확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미국 시장에 발을 디딘 것은 맞지만 성공이란 단어를 쓰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JYP는 글로컬한 시대에 너무 글로벌 한 전략을 편다면서 한마디로 JYP의 전략은미국진출이라는 명분을 통해 소속가수들의 국내 위상을 재정립하는 식이라고 분석했다.

 

JYP의 음악 색깔은 대체로 1970년대 흑인 레트로(Retro: 복고풍) 음악에 가깝다. 특히 선정적인 느낌과 여성주의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가사는 박진영이 선호하는 곡 스타일이기도 하며, JYP 소속가수들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JYP 소속가수들은 전형적인 미남미녀 형이라기보다는 저마다 개성이 강하다. 신인을 발굴할 때도, 예쁘고 잘생긴 외모보다는 개성을 중요시한다. 그렇다고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JYP답게 박진영의 느낌에 의존한다.

 

JYP도 매달 첫째, 셋째 주 일요일에 공개 오디션을 진행한다. 신인개발팀을 두어 오디션 과정서부터 연습생 훈련까지 신인 양성의 모든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며, JYP의 연습생으로 선발되면 기본 2년 이상은 박진영으로부터 집중 교육을 받는다. 혹독한 집중 교육과정을 견뎌낸 연습생만이 연습생이란 딱지를 뗄 수 있다. 무려 8년 동안이나 연습생 시절을 보낸 원더걸스의 선예나 2AM의 조권만 보더라도 JYP의 연습생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지난 117일 원더걸스는 16개월이라는 공백을 깨고 정규 2집 앨범을 발표했다. 타이틀곡은 비 마이 베이비(Be my baby)’로 이 역시 박진영의 작품이다. 특히 이번 앨범엔 미국의 인기 팝 가수 비욘세의 안무를 맡았던 존테와 케이티 페리의 스타일리스트로 유명한 쟈니 부엑 등이 참여해 발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내년 상반기에는 최근 미국의 팝 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남편 닉 캐논이 제작한 TV용 영화 원더걸스 앳 디 아폴로(WonderGirls at the Apollo)’가 방영될 예정이란다. JYP의 북벌정책, 원더걸스의 끝나지 않은 미국시장 개척이 이번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해진다.

 

우리만의 길을 간다, 오 나라 ‘YG’

 

빅마마, 거미 등 실력파 가수로부터 아이돌계의 실력파 그룹으로 인정받는 트웨니원(2NE1)과 빅뱅까지. YG의 소속가수들 앞에는 늘 실력파란 수식어가 붙는다. YG를 이끄는 리더는 우리나라힙합의 선구자 격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 양현석이다. YG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양현석의 별명이었던 양군의 이니셜이다.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후 후배 양성을 목적으로 세운 현 기획1998년 지금의 YG란 이름으로 변경됐다.

 

힙합의 선구자답게 양현석(42) 대표가 이끄는 YG는 힙합 음악을 추구한다. 힙합은 1970년대 미국 뉴욕의 빈민가에 거주하던 흑인들이 자유와 즉흥성을 중시하며 만든 문화로, 랩이나 브레이크 댄스가 힙합 음악의 특징이다. 요즘엔 힙합이란 토대 위에 어쿠스틱(acoustic: 전자 장치를 사용하지 않은 악기의 음악) 사운드를 가미한 백인음악도 시도하고 있다.

 

자유로운 힙합 음악의 특성에 맞게 YG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자유분방하다. 타 기획사의 음악 스타일이나,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 및 스타일을 고수하기도 한다. YG마이 웨이(My way)’의 대표주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는 위··오 삼국 가운데 유일하게 한나라의 후계자를 둘러싼 위와 촉의 정통 싸움에 참여하지 않고, 비옥한 토지와 풍부한 물산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문화를 향유하던 오 나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위와 촉 나라와는 달리 주로 남방의 광활한 미개척지 개발에 힘을 쏟았던 점도 YG의 전략과 유사하다.

 

일각에선 “YG의 신인 선발 기준은 잘 나지 않은 외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YG의 소속가수들의 외모는 타 기획사의 아이돌만큼 출중하지 않다. 오히려 YG의 아이돌은 예쁘고 잘생긴 외모의 통상적인 아이돌 컨셉트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이는 곧 YG 소속가수들이 실력파란 꼬리표를 달게 된 배경과도 연관이 있다. “외모가 번지르르하면 실력은 좀 떨어질 것이라는 대중들의 일반적인 편견을 YG가 역이용하는 셈이다. 한마디로 YG 전략의 핵심은 비주류적 발상으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데 있다. 여타의 걸 그룹보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많은 여성 팬을 확보하고 있는 2NE1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1023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SM 타운콘서트에서 현지 K-pop 팬들이 가수들의 공연에 열광하고 있다.

 

YG는 정기적인 공개 오디션을 진행하지 않는다. 대신 신인개발팀이 우편을 통해 노래나 춤 실력을 뽐낸 데모테이프를 항시 받는다. 최근에는 오디션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온라인 UCC 오디션 사이트도 열었다. 보통 1차 심사는 최소 2주에서 최대 5주가 걸린다. 1차에 통과되면 2차 실력 테스트 및 카메라 테스트를 거치고, 2차까지 통과되면 3차엔 면접을 본다. 모든 과정을 통과한 사람만이 YG의 연습생 자격을 얻어 훈련을 받게 된다. 현재 YG의 연습생은 모두 32명이며, 이 중엔 지난해 <슈퍼스타 K2>에서 탑11 안에 들어 큰 인기를 얻었던 강승윤(18)과 김은비(19)도 있다.

 

해외진출에 있어선 앞선 두 기획사보다 늦은 편이다. 아니 이제껏 해외진출보단 국내에서의 활동에 더 큰 비중을 뒀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정덕현 대중음악평론가는 “YG는 외부의 흐름보단 자신들만의 음악 스타일을 유지하며 자연스레 외연을 넓혀가는 쪽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YG도 일본 진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095인조 남성 힙합그룹 빅뱅을 진출시켰고, 지난 7월엔 일본 최고의 기획사 에이벡스(AVEX)’와 합작해 일본 내 와이지엑스(YGEX)’를 세웠다. 이를 토대로 지난 92NE1도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일본 팬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빅뱅의 첫 싱글 앨범은 일본의 대표적인 음악 순위 사이트인 오리콘차트 주간순위 3위에 올랐고, 이후로 빅뱅의 싱글 앨범은 3~4만 장이 팔리며 인기를 얻었다. 얼마 전 일본에 진출한 2NE1은 데뷔 미니앨범이 발매된 지 이틀 만에 오리콘차트 1위에 올랐다. ‘힙합은 한국에서만큼 일본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는 장르가 아니어서 이들의 일본진출 성공은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도 YG만의 차별화 전략을 엿볼 수 있다. 국내 가수들이 일본에 진출할 때 1~2곡 정도가 담긴 싱글 앨범을 내는 데 반해, 2NE15곡을 실은 정규 앨범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가수의 앨범을 비싼 돈을 들여가며 살 대중은 그리 많지 않고, YG도 이를 예상 못했을 리 없다. 이문원 대중음악평론가는 비주류 음악인 힙합으로 일본에서 이미 인기를 얻고 있는 소녀시대나 카라 등의 다른 걸 그룹과 같은 전략을 취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예상하고, 다른 걸 그룹과의 직접적인 비교를 피하는 YG만의 노선을 택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힙합이라는 자신들만의 음악 장르를 유지하면서 해외진출에서도 왕도를 따르지 않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YG다운 면모다.

 

한류 삼국지라는 표현에 맞게 SM, JYP, YG의 각 기획사는 저마다 음악의 색깔, 컨셉트, 전략 모두가 다르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이들 모두가 K-Pop 열풍의 초석을 닦은 일등공신이자 K-Pop의 미래를 책임질 사령부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일부 해외 언론은 아이돌 그룹을 하나의 완벽한 상품으로 기획하는 이들의 가수 양성과정이 비인간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허나 확실한 건 기획사들의 체계적인 양성과정 및 철저한 전략 없이는 오늘날의 K-Pop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이 앞으로도 어떤 전략과 컨셉트로, 한류 삼국지 무대를 뜨겁게 달구어갈지 기대가 크다.

 

[중앙일보]입력 2011.11.27 / 백승아 기자 saba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