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생활/건강,의학

'대장암 쇼크'… 바꾸지 않으면 걸린다

풍월 사선암 2011. 9. 3. 09:52

[오늘의 세상] 한국남자 1·세계 4'대장암 쇼크'바꾸지 않으면 걸린다

 

무섭게 자라는 한국 대장암 - 고기 즐기는 ·보다 많아, 지금 추세면 20년 후엔 2

생활 자체가 '대장암 쓰나미' - 음주·흡연·업무 스트레스에 고기 회식 많은데 운동 안해

위 내시경은 하고 대장은 안해 - 대장암 진단 환자의 52%가 상당히 진행된 3~4기서 발견

 

서울 시내에서 개업 중인 의사 박모(49)씨는 지난해 대장암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다. 암세포가 대장 밖으로 일부 퍼져나가, 암 병기 1(초기)~4(말기) 3기에 해당했다. 이에 대장의 절반을 잘라내고, 5개월간 항암제 치료도 받았다. 의사인 자신의 대장암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했으니,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진 격이다. 그는 바쁜 일상에 쫓겨 정작 본인의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한국 남성 대장암 비상

 

"아니, 저 양반도!"

 

요즘 우리 주변에 대장암에 걸린 남성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창 사회와 직장, 가정을 이끌어가야 할 한국의 중·장년 남성들이 대장암으로 주춤하는 것이다. 야구선수 박철순·최동원, 가수 조경수, 탤런트 김승환 등 유명인도 이에 해당한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전 세계 184개국 대장암 현황 조사를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46.9명이다. 이는 아시아 1, 세계 4위로 매우 높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암은 나이가 들수록 많이 걸린다. 하지만 대장암의 경우 우리가 고령 국가인 일본(세계 18)보다 더 많이 걸리고 있다. '대장암 원조' 서구 나라 영국(26), 미국(28)보다 발생률이 높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오승택 이사장(가톨릭의대 외과)"지금 추세라면 2030년에는 대장암이 현재의 두 배로 급증해, 대장암 관리가 국가적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우는 10만명당 25.6명으로 남성의 절반 수준이다. 여성도 세계에서 19번째로 높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왜 한국 남성에게 급증하나?

 

대장암은 음식문화와 생활습관이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대표적인 암이다. 한국 남성의 높은 음주·흡연율, 잦은 회식으로 인한 고기 섭취 증가, 운동 부족,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이 복합돼 '대장암 쓰나미'를 일으킨다는 것이 의료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의 돼지고기·쇠고기 1인당 연간 섭취량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200025.0이었던 것이 2009년에는 27.2로 증가했다. 반면 쌀 소비량은 최근 10년 사이 20% 감소했다. 밥과 국, 채소 위주의 주식문화에서 고기류 식사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남성흡연율은 40%, 음주율은 7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뒤늦게 발견되는 대장암이 절반

 

대장암은 급증하지만, 적극적인 검진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는 위암보다 현저히 적다. 대장항문학회가 2005~2009년 위암·대장암 환자 52만명을 비교 조사한 결과, 병원에서 대장암으로 진단된 환자의 52%가 암 병기 1~4기 중 3~4기에 해당했다. 환자의 절반이 대장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 것이다. 반면 위암이 3~4기로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 확률은 28%였다. ()내시경은 받아도, 대장내시경은 잘 안 받는다는 의미다. 모든 암은 초기에 발견해 치료할수록 생존율이 높다. 국내 전체 대장암 생존율은 70.1%,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대장항문학회 유창식 홍보위원장(울산의대 외과)"50세 이상 남성은 조기 발견을 위해 최소 5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입력 : 2011.09.03>

 


 

[오늘의 세상] 담배 고기 뱃살 운동부족

 

대장암 최악의 조합

 

대장암 발생에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 있다. 최악의 조합은 '복부비만이 있고, 운동 부족 상태이며, 음주가 잦고, 고기를 좋아하며, 담배를 피우는 경우'. 이런 요소들이 많을수록 대장암 발생 위험은 커진다.

 

가족 중에 대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 더욱이 대장암이 40대 이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생겼다면, 그 가족에게 유전적으로 대장암 발생 소인(素因)이 있다고 봐야 한다.

 

대장에서 폴립(용종)이 발견됐어도 요주의 대상이다. 폴립은 대장 점막에 혹처럼 튀어나온 양성 종양이다. 하지만 폴립 100개 중 1~2개는 나중에 암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반드시 떼어내야 한다. 만약 처음 폴립이 발견됐을 때 그 수가 많다거나, 폴립을 다 떼어 내고 나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또 다른 부위에서 폴립이 자랐다면, 대장암 위험 체질일 수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경우(5년에 한 번)보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자주 받는 것이 좋다.

 

소장과 대장 사이에 지방이 대거 축적된 내장비만이 심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대장 폴립이 3배 더 잘 생긴다. 지방간이 있거나, 동맥경화로 심장병이 있는 경우 등도 폴립 발생 빈도가 높다. 당뇨병 환자는 대장암 위험이 두 배 높아진다.

 


 

[오늘의 세상] "스트레스 삭이면 된다"

 

최인선 전 프로농구 감독이 2일 경기도 광주의 집에서 애완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장암 싸워 이긴 최인선 프로농구 감독

 

"어떤 경기도 그냥 이기는 법은 없어요. 순간순간 크고 작은 고비를 잘 넘겨야 하는데, 암 투병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인선(61·사진) SK나이츠 프로농구팀 전 감독은 대장암을 발견한 지 만 6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하고 편안하다고 했다. 지난 1일 대한대장항문학회는 그를 '대장암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한국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200승을 달성한 감독으로서 승부사 기질을 대장암과의 싸움에서는 어떻게 발휘했는지 '작전'을 공개하라는 뜻에서다.

 

최 감독은 먼저 "투병 의지도 훈련으로 기를 수 있다"면서 "하던 일을 멈추지 말고, 운동을 매일 하라"고 말했다.

 

"2005년 감독직을 사임하고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대장암 3기라는 겁니다. 의사가 적어도 5년은 된 것 같다고 했어요." 최 감독은 1999SK나이츠로 옮기면서 선수들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았다. 하지만 선수들처럼 심폐기능 중심의 검사만 받았다. 건강엔 워낙 자신 있었던 터라 대장내시경 검사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은 아버지를 비롯해 친척 몇 분한테 대장암 가족력이 있거든요. 1999년 당시에만 검사받았어도 간단히 용종 몇 개 떼어내고 지나갔을지도 모르죠."

 

그는 곧장 5cm 암덩이 주변 결장과 직장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정신없이 수술을 마치고 나니 기력은 하나도 없고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병동 복도를 걸어다니는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오기가 생겼다.

 

"퇴원 다음 날로 바로 한강 둔치로 갔습니다. 어질어질할 정도로 기력은 쇠약했지만 매일 한 시간씩 걷고 달렸어요." 매일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가면서 병을 이기겠다는 의지도 굳어졌다고 했다.

 

식단도 바꿨다. 잡곡밥이나 찐고구마·바나나처럼 섬유질이 많은 식품, 땅콩·호두 같은 견과류도 챙겨 먹는다. 하지만 몸에 좋다는 웰빙 음식을 일부러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특정 음식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예요. 짜거나 기름지지 않으면 뭐든 골고루 먹고, 대신 소식(小食)을 합니다."

 

그는 "돌이켜보면 승부에 대한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굉장했는데, 혼자서만 삭이려 해 병을 키운 것 같다"고 했다. / 이지혜 기자

 


 

대장암 잡으려면 꼭 '대장내시경'을 해야하는 이유

 

대장암은 암으로 진행이 가능한 용종(선종)5~10년 정도 방치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조기검진을 통해 선종을 미리 절제하는 것이 대장암 예방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건국대병원 황대용 대장암센터장(외과 교수)"선종이 대장암으로 진행됐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초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장내시경으로 용종 발견 즉시 제거

 

전세계적으로 대장암 검진은 기본적으로 대변에 섞여있는 혈액 성분을 확인하는 대변잠혈검사를 먼저 받은 다음, 양성으로 나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실시하도록 한다. 황대용 교수는 "대변잠혈검사는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정상이더라도 전날 먹었던 음식 종류에 따라 양성으로 나올 수 있고, 용종이 있는지의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따라서 대장암 검진 시작 연령인 50세가 되면 애초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 용종이나 대장암이 있는지 확인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검사를 받을 때 느끼는 불편함 때문이다. 항문을 통해 길이가 170정도 되는 검사 장비를 집어 넣어 대장 내부를 관찰하므로 심리적 부담감이 크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수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실시한다.

을지병원 소화기내과 박영숙 교수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면 대장을 직접 관찰 할 수 있고 용종이 보이는 즉시 절제 가능하다""특히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선종이 발견되는 경우가 남성 30%, 여성 20% 정도로 대장암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용종을 미리 절제했을 때 대장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각각 90%, 50% 정도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부모, 형제 중 암환자 있으면 40세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는 50세부터 5~10년에 한 번씩 받으면 된다. , 처음 검사를 받았을 때 선종이 발견돼 절제를 했다면 선종이 1미만일 때는 절제한지 3년이 지났을 때, 1이상이거나 여러 개일 때는 1년이 지났을 때 검사를 받도록 한다. 부모나 형제 중 한 명이 55세 이하에 암에 걸린 적이 있다면 40세부터 5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는다. 박영숙 교수는 "대장암 환자의 1% 정도로 극히 드문 경우이지만, 용종이 수 백 개에서 수 천 개에 이르는 유전성 용종증 대장암이 있는 사람의 자녀는 12세부터 1년에 한 번씩 검진을 받아야 한다""이 때는 대장내시경 대신 장비 길이가 1정도로 비교적 짧은 에스결장경 검사를 받는다"고 말했다.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