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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소믈리에 체험해보니… '방사성 물'도 가려내겠네

풍월 사선암 2011. 4. 4. 07:36

워터 소믈리에 체험해보니'방사성 물'도 가려내겠네

 

"물을 삼키지 말고 혀를 굴리며 15초간 충분히 맛을 음미해 보세요."

 

1일 오후 대전 수자원공사 수질분석연구센터. 이날 1일 강사로 참석한 경희대 고재윤 교수(외식경영학과)의 말에 워터 소믈리에(물맛 감별인) 체험을 위해 모인 참석자 30명의 손과 입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단 앞엔 상표를 알 수 없게 은박지로 싼 물병 수십 개가 일렬로 놓여 있었다. 준비 요원들은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커다란 와인 글라스에 물을 따랐다. 참석자들은 물맛을 본 뒤 투명도·풍미·부드러움·청량감 등 11개 항목을 평가하고 총평을 내야 한다.

 

물맛 시음회에 참여한 참석자가 와인 글라스에 담긴 물을 진지하게 관찰하고 있다. 1일 대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열린 워터 소믈리에 강좌엔물 전문가가 되려는 30여명이 참가했다. / 대전=신현종 기자 

 

먼저 와인 글라스에 4분의 1 정도 따른 물을 하얀 갱지에 비춰 이물질 유무를 관찰하고, 냄새를 맡아 본다. 그런 다음 시음(試飮).

 

맛 세계에서 초보인 기자가 맛을 보고 낸 총평은 다음과 같다. 6번 표본 '가장 청량한 느낌. 목이 탁 트이는 것 같음', 3번 표본 '무난하고, 어딘지 친숙한 느낌'. 개봉해 보니 6번은 캐나다산 빙하수, 3번은 국내산 S생수였다. 비전문가라도 꾸준히 훈련을 하면 물맛을 제법 가려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먹는 물' 산업 급팽창

 

오염되지 않고 깨끗한 물, 건강한 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먹는 물' 산업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 원전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확산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깨끗한 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했다.

 

이날 국내에서 최초로 워터 소믈리에 교육 행사를 주관한 수자원공사의 오은정 연구원은 "먹는 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를 반영해 '건강하고, 맛있는 물' 감별법을 알리기 위해 행사를 열었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달 10일부터 23일까지 별도의 홍보 없이 홈페이지에만 행사 고지를 했으나, 30명 정원에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호텔이나 외식 업계 종사자, 와인 등 음료 전문가가 다수였지만, 물맛을 배우기 위해 서울에서 새벽 4시에 고속버스를 타고 대전까지 내려온 주부들도 있었다.

 

주부 교실 회원들과 함께 참석한 한 50대 주부는 "가족들 건강을 위해 늘 깨끗하고 좋은 물로 요리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물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워터 소믈리에'는 아직 국내에서 생소한 분야다. 와인 전문가로 활동하다가 물에 관심을 갖게 된 몇 명을 제외하곤, 워터 소믈리에도 전무한 실정.

 

그러나 최근의 '웰빙 트렌드'에 힘입어 와인뿐 아니라 사케(일본주막걸리·홍차·증류주 등 다양한 음료 분야 소믈리에가 탄생하고 있어, 물 전문가인 워터 소믈리에가 활약할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수도협회(American Water Works Association)가 물맛 감정에 필요한 지침서를 보급하고 있으며, 웨스트버지니아 버클리 스프링스에선 21년째 매년 '세계 물맛 대회'를 열고 있다. 일본에선 70년대 후생성이 '맛있는 물 연구회'를 구성해 대학 연구소와 물맛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날로 커지는 생수 시장

 

생수 시장의 성장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명 '프리미엄 생수'라 불리는 고급 생수 시장 규모(국내)300~400억원대로 생수 업계에서는 추산한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생수는 160t(7891000달러)으로, 2009년에 비해 19%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였다. 생수 평균 수입 가격도 L0.93달러를 기록, 원유 L당 평균 수입 가격(0.5달러)을 눌렀다(관세청). 생수 가격이 기름값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셈이다.

 

생수 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체도 '에비앙' 등 해외 고급 생수에 도전장을 내기 시작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10월 남태평양 피지 제도의 지하 암반수로 만든 '피지 워터'를 출시했고, SPC그룹은 파리바게뜨를 통해 소백산 인근 천연 암반수를 끌어올려 만든 프리미엄 생수 '(EAU)'를 선보였다.

 

생수가 주 메뉴인 '워터바(water bar)'도 속속 생기고 있다. 주요 대형 백화점 식품 매장 내 문을 연 워터바를 비롯해 트랜스 지방 퇴출 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 '노트랜스 클럽'은 서울 삼성동 등에 2007년 유명 생수와 기능성 물을 판매하는 워터 카페(water cafe)를 열었다. 이 외에도 서울 용산구 이촌동엔 해양 심층수 미네랄 워터를 판매하는 워터카페 '파나블루' 등 다양한 워터카페·워터바가 20~30대 젊은 층 고객들에게서 인기를 얻고 있다.

 

조선비즈 | 대전 | 입력 2011.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