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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풍월 사선암 2011. 3. 24. 23:49

대장암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가 가장 확실한 차단 방법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 코미디언 백남봉, 가수 조경수·길은정, 만화가 고우영, 작곡가 이영훈……. 대장암으로 잃은 유명인사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현재 대장암 유병률은 전체 암종 중 위암에 이어 2. 그러나 10년 단위로 암 발생률이 배로 증가하고 있어 정체 단계에 있는 위암을 곧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된다.폐암과 더불어 현대인을 가장 위협하는 암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장암의 급증은 예고된 재앙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대장의 반격으로 표현한다. 육류 중심의 서구식 식단, 높은 흡연과 음주율, 운동부족과 스트레스 증가 등이 대장암이 발생하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장암이 젊은 층으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팀(정수진 교수)이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은 5254명을 분석한 결과 대장암의 전 단계인 선종성 용종 유병률이 30대는 10%, 40대는 22%, 50대에서는 33%로 나타났다.

 

용종은 대장의 점막이 이상증식으로 덩어리가 돼 장관안쪽으로 돌출한 것을 말한다.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용종의 절반은 정상세포가 자라 생기는 과형성 용종이다. 따라서 1미만 크기라면 제거하지 않는다. 반면 선종성의 경우 대장암이 될 가능성이 높은 용종은 크기와 상관없이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장암은 일반적으로 남녀의 발생빈도가 64로 남성이 높다.이번 조사에서 40대만 분석했을때 선종성 용종을 가진 사람은 남성 27%, 여성 14%로 남자가 여성보다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성이 그만큼 대장암 유발을 촉진하는 위해환경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대장암이 증가하는 원인은 생활습관의 변화 때문이다. 동물성지방 과다섭취 같은 서구화한 식습관, 운동부족과 비만, 변비, ·담배 소비량 증가와 비례한다. 정 교수의 논문에서 40대 흡연자의 선종성 용종 발생률은 29%였다. 이는 같은 연령대의 비흡연자의 19% 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음주도 대장암 발생에 기여(?)한다.

 

대한암연구재단이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알코올 섭취량이 60이상이면 결장암은 2.5, 직장암은 1.7배 가량 발생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알코올 60은 소주로 반 병(3~4), 양주는 스트레이트로 3, 맥주는 2병 분량이다. 특히 알코올 분해효소(ADH2)와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산화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분해효소(AlDH2)의 기능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대장암 발생 위험이 더 컸다.

 

주량이 약한 사람이 굳이 술을 억지로 마실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육류 섭취가 늘어난 것도 대장암 증가의 결정적 요인이다. 지방이 많은 육류는 장내 세균 중 나쁜 균의 좋은 먹이가 된다. 나쁜 균은 고기와 같은 단백질을 분해해 황화수소나 암모니아를 만들고, 부패에 의한 발암성 물질을 생성한다. 게다가 채소와 같은 식이섬유를 먹지 않아 변이 장내에 오래 머무르면서 나쁜 균에 의한 부패가 진행된다.

 

대장 건강과 관련해 요즘 관심을 끄는 물질이 뮤신이다. 뮤신이란 인체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점액이다. 대장에서 이 뮤신 분비량이 감소하면 변비와 궤양성 대장염, 대장용종(폴립), 대장암 등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뮤신은 특히 변비 환자에게서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다.실험용 흰쥐에 지사제를 주사해 인위적으로 변비를 만들고 대장을 관찰했더니 뮤신 분비가 억제돼 점막 두께가 얇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딱딱한 변은 대장을 손상 시켜 염증을 만든다.

 

이러한 염증은 지속적으로 대장의 점막을 자극해 정상세포를 이상세포로 바꿔 놓는다. 암이 발생하는 돌연변이 과정에 돌입하는 것이다. 장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대장암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수칙이다. 장을 건강하게 한다는 것은 젊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 장과 노화한 장의 차이는 장에 사는 세균총에 있다. 대장에는 약 100여 종, 100조 마리 이상의 세균이 산다. 이 균은 크게 비피더스균 같은 유익균과 유해균으로 나뉜다. 나이가 어릴수록 유익균이 많고, 나이가 들수록 유해균의 비율이 높아진다. 유해균은 음식물 찌꺼기를 분해하면서 암모니아 같은 독성물질을 분비해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요즘에는 젊어도 장이 노화한 사람이 많다. 예컨대 육류를 즐기는 사람은 방귀나 변 냄새가 지독하다. 이런 사람은 장내에서 유익균보다 유해균 쪽이 우세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 역시 유해균이 많다. 일본의 한 연구소가 여성의 변을 조사한 결과, 30세 이하 여성의 30%에서 비피더스균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모두 식이섬유 부족. 식이섬유는 크게 두 가지 기능을 한다. 먼저 변의 볼륨을 키워 배변을 쉽게 한다. 장내에 유해 독소가 머무는 것을 줄인다. 또 하나는 좋은 균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담배를 끊는 것은 모든 장기에 희소식

 

우리나라 사람의 식이섬유 하루 평균 섭취율은 국민 1인당 19.8에 불과하다. 이를 평균 칼로리 섭취량으로 나누면 100010이다. 한국영양학회가 권장하는 식이섬유 섭취 기준의 83% 수준이다. 변비의 유병률은 17%로 미국 18%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식단을 서구식에서 전통식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다. 식이섬유도 골라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컨대 물에 불으면 양이 늘어나는 마른 열매류나 나물, 비지나 해조류처럼 부드러운 섬유는 변을 쉽게 배출하도록 도와준다. 곡류라면 껍질을 덜 깎은 것을 먹는다. 또 식물섬유가 많은 보리를 50% 섞어 하루 두 끼만 먹어도 식이섬유량은 약 6g이나 증가한다.

 

뮤신의 분비량을 늘리는 것도 대장을 돕는 일이다. 첫 번째 방법은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다. 적당한 영양을 공급하고 건조해진 장을 촉촉히 적시는 것이 수분이다. 두 번째는 운동이다. 운동은 복부에 자극을 줘 장의 연동운동을 돕는다. 게다가 신진대사를 촉진해 장운동을 활발하게 한다. 실제로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종사자가 서서 일하는 직장인보다 약 4배나 대장암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산균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도 장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이다.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매일 살아 있는 유산균을 300g(제품 기준)씩 먹은 70대의 장에서 좋은 균이 3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젊은 층의 장내 환경 수준이다. 유산균을 먹을 때는 콩가루를 같이 먹을 것을 권한다. 좋은 균의 영양소가 되는 올리고당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술과 담배를 줄이거나 끊는 것은 대장뿐 아니라 모든 장기에 희소식이다. 대한암연구재단 안윤옥 이사장은 녹황색채소, 오렌지 주스 등에 풍부한 엽산이 대장암 발생 위험을 낮추지만 음주군에서는 이런 효과가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말했다. 또 금연은 대장암 발생 위험을 40% 가량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대장암을 예방하는 다음 단계는 조기발견이다.

 

암으로 가는 길목에서 일찍 자라나는 (용종)’을 잘라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남녀 모두 50세부터는 5년마다 정기적으로 대장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장암은 일반적으로 정상점막대장 용종대장암 과정을 거친다. 대장암으로 발전하기까지 10~15년 정도 걸린다. 장 점막의 손상과 변화가 십수년간 지속되면 깨끗한 대장 점막세포가 양성 용종을 거쳐 악성 종양으로 발전한다.

 

육류를 즐기는 남성이 흡연 등의 다른 위험인자가 있으면 40대로 검진 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고려해보자. 특히 대장암은 가족력이 있어 가계력을 보는 것도 필요하다. 부모나 형제 중에 55세 이전에 대장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40대부터 대장내시경을 받아보자. 대장내시경 검사는 대장을 검사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용종이 발견되면 즉시 조직검사와 용종절제술을 통해 완벽하게 암을 차단할 수 있다. <월간중앙(고종관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