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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대장암] 용종·가족력 있으면 30대 이전부터 검진

풍월 사선암 2011. 3. 23. 16:07

[급증하는 대장암()] 용종·가족력 있으면 30대 이전부터 검진

 

IT기업에 다니는 최모(45)씨는 3개월 전부터 배변시 가끔 출혈이 있었지만 10여년 전에 수술받은 치질이 재발했겠거니 여기다가, 출혈이 잦아지고 대변이 연필 두께 정도로 가늘어지는 증상이 겹치자 대장내시경과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대장암이 직장까지 번진 것으로 나타나 항문을 제거하고 배변 주머니를 차는 수술을 받았다. 최 씨는 "40대에 대장암에 걸릴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1기암 완치율 95%, 4기는 5%

 

대장암(직장암 포함)은 한국인에게 3번째로 발병율이 높은 암이다. 흡연, 음주, 고지방 식사 등으로 인한 비만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소주 5잔을 매일 마시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1.8, 비만인 사람은 1.5~2.5, 흡연자는 1.2배 정도 증가한다는 국내외 연구결과가 있다. 나쁜 생활습관과 함께, 가족력도 중요한 발병 요인이다.

 

고대안암병원 외과 김선한 교수는 "대장암은 용종 단계에서 시작해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을 받으면 암이 생기기 이전에 위험을 막거나 초기에 발견해 복강경 수술 로 완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늦게 발견할수록 치료 성적이 급격히 나빠진다. 김선한 교수는 "대장암 0기인 상피내암의 경우 완치율이 100%이며, 대장암 1기는 95%, 2기는 80% 이상"이라며 "하지만 암덩어리가 림프절까지 전이된 3기의 완치율은 50% 이하로 떨어지고, 간이나 폐 등까지 전이된 4기는 5%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대장용종이 발견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일찍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고대안암병원 외과 김선한 교수가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위암·담도암·자궁내막암은 '대장암 관련암'

 

일반적으로 40세 이후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장하지만, 대장 용종이 생겼거나 대장암 관련 가족력이 있으면 더 일찍부터 검사받는 게 좋다. 삼성서울병원 외과 김희철 교수는 "대장암 환자의 40% 이상이 유전적 소인을 갖고 있다고 본다""가족이 대장암은 물론, 자궁내막암, 위암, 담도암 등 대장암 관련암을 앓은 경우는 30대 이전부터 검사 받도록 권한다"고 말했다. 영국암연구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폴립성 결장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 25세 때부터 2년에 한 차례씩 결장암 검사를 받게 하자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70%까지 줄어들었다.

 

'대장암의 씨앗'으로 불리는 대장용종이 있는 사람도 대장암 검사를 자주 받아야 한다. 한솔병원에서 2007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44529명을 분석한 결과, 43%에서 대장용종이 발견됐다. 특히 선종성 용종은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한번 제거해도 재발이 빈번하기 때문에, 선종성 용종이 발견된 사람은 40대 이후부터 1~3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장내시경과 함께 3차원 CT, DNA 검사 사용

 

가장 확실한 대장암 검사법은 대장내시경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양한 검사법을 병용한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동일 교수는 "변비가 심해 내시경 검사를 위한 관장이 힘든 사람은 3차원영상컴퓨터단층촬영(MDCT) 검사를 통해 용종이나 암 유무를 진단할 수 있다""대장암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검사의 경우, 대변 속의 혈액 포함 여부로 암을 판단하는 대장잠혈검사와 대변에 묻어있는 대장 상피세포 등에서 DNA를 추출해 대장암 관련 5가지 유전자가 변형됐는지를 살펴보는 대변 DNA 검사 등을 보조적으로 쓴다"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는 전이성 대장암으로 진단된 환자의 표적 항암치료를 위한 '바이오 마커'테스트에도 활용한다.

 

[급증하는 대장암] () 암세포만 죽이는 표적치료제로 말기 환자도 수술 가능

 

대기업 부장 김모(54)씨는 올해 초 회사 정기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직장암 2기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치료를 먼저 한 뒤 수술을 나중에 하겠다는 주치의 말을 듣고 수술할 수 없을 정도로 암이 퍼졌나 걱정했다. 그러나 주치의는 전통적인 방법대로 수술부터 할 수도 있는 상태지만, 항암치료를 먼저 해서 암의 크기를 줄여 놓고 수술하는 것이 최근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항암치료부터 하면 재발률 절반으로

 

원래 항암제·방사선 등을 이용한 항암치료는 수술 뒤 남아 있을지 모르는 미세한 암세포를 제거해 재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 시행한다. 대장암의 경우 다른 곳에 전이돼 수술이 불가능한 4기 전이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술이 가능한 2~3기 직장암 환자도 수술하기 전 미리 항암치료부터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중배 교수는 "수술 전에 항암치료를 먼저 하면 나중에 국소 전이나 재발 위험이 줄어들며, 직장암의 경우는 항문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종양이 침범된 정도가 깊거나 주위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는 경우 항암제를 4주 간격으로 투여하면서 방사선 치료를 5~6주 하면 국소 재발율이 절반 정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대장암 표적항암제를 말기 전이성대장암 환자에게 쓰면 절반 정도는 암덩어리가 수술이 가능한 정도까지 줄어든다. 2시간쯤 주사맞고 당일 귀가한다.

 

대장암 수술법 역시 발전해, 복부를 길게 절개하지 않는 최소침습수술이 확산되고 있다.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이 대표적인 최소침습수술법이다. 배꼽만 약 3~4정도 절개하고 들어가 암덩어리를 잘게 절제한 뒤 꺼낸다. 수술 후 흉터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암 덩어리가 너무 크거나 주변 장기를 침범한 경우, 항문 가까이에 발생한 직장암 등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표적치료제 쓰면 말기 환자도 수술 가능

 

대장암 항암제 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있다. 안중배 교수는 "표적치료제는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정확히 찾아 공격한다""현재는 말기 전이성 암환자에게 적용하며, 2~3기 환자의 '선행 항암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지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이성 암환자의 경우도 단순히 생명을 2~3개월 정도 연장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수술을 시도할 수 있도록 암 덩어리의 크기를 줄이는 목적으로 사용한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태원 교수는 "간으로 전이된 대장암은 예전에는 보통 수술을 포기했지만, 표적치료제를 쓰면 환자의 절반 이상은 종양 크기가 최대 70%까지 줄어 수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현 교수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가 표적항암제를 써서 암 크기를 줄이고 수술 받아 완치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해당 안돼 환자 부담 커

 

표적항암제는 암 덩어리에 영양을 공급하는 신생 혈관의 성장을 억제해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아바스틴', 암세포에 생기는 특수한 단백질의 성장을 막아 암을 죽이는 '얼비툭스' 등이 있다. 얼비툭스는 암 환자의 생체지표(바이오마커) 검사를 통해 'KRAS'라는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해서 돌연변이가 없는 경우에 쓴다. 대장암 환자 중 약 65%가 정상 KRAS를 가지고 있다. 대장암 표적치료제는 유방암 항암치료제 등과 달리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안중배 교수는 "얼비툭스의 경우 보통 6개월간 주 1회 주사를 맞는데, 한 달에 500만원 정도의 약값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환자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태열 헬스조선 기자

 

크론병·게실·궤양성대장염용종 없으면 암으로 발전 안 돼그 밖의 대장질환

 

대장암 외에 대장에 생기는 질환은 변비, 치질 등 비교적 가벼운 질환에서부터 과민성대장증후군, 궤양성대장염, 대장게실, 크론병 등 다양하다.

 

궤양성 대장염과 대장게실은 염증성 장 질환의 일종으로, 대장점막과 대장벽에 궤양이나 꽈리 같은 주머니가 생기는 병이다. 약물 또는 수술로 치료한다. 크론병은 자가면역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염증이 입에서 항문까지 이어지는 소화기관 어느 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설사·복통·미열 등과 함께 치루·치핵을 흔히 동반한다. 항염증제, 면역억제제 등으로 치료하지만 완치법은 아직 없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만성적으로 아랫배가 불편한 증상과 함께 변비 또는 설사가 지속되거나, 변비와 설사가 며칠 간격으로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심리적인 원인, 즉 스트레스가 큰 영향을 끼친다"라며 "직장에서 설사를 자주 하고 배가 아프다가도 휴가 중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증상이 사라지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수개월 동안 증상이 없어졌다가 스트레스를 받은 후 증상이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대장용종이 생기지 않는 이상 이런 대장 질환이 직접 대장암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장질환을 예방하려면 지방이 많은 음식·육류··카페인 섭취는 줄이고,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잡곡·해조류를 자주 먹는 식생활 개선이 필수적이다. 배변 습관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민성대장증후군에는 유산균이 도움된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주성 교수가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을 보인 성인 73명을 대상으로 8주간 유산균 발효유 섭취와 증상 변화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유산균 복용 그룹은 배변 시 불편함을 비롯해 전체적인 대장증후군 증상이 57%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