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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개발 10년차 고수의 '좋은 상가 고르기'

풍월 사선암 2011. 3. 5. 00:10

상가개발 10년차 고수의 '좋은 상가 고르기'

 

"유동인구에 속지 말자 앞뒤 좌우 100m를 살펴라"

 

유동인구, 매출과 상관없을 수도

횡단보도·주차시설 있는 점포 좋아

나중에 경쟁 점포 들어설지도 고민

 

최근 주택시장 침체와 전·월세난이 지속되면서 상가를 비롯한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하지만 막상 투자를 하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소위 '' 좋은 대로변이나 역세권은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올랐고 주변의 투자 실패담도 끊이지 않는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발품'이다. 주변의 거주민·유동인구 수 또는 도로·횡단보도 위치에 따라 점포 가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발품을 팔아야 '알짜배기' 점포를 확실하게 얻을 수 있을까. 지난 10년간 편의점 업체 'GS25'에서 300여개 점포를 발굴한 GS리테일 박태열 수도권 개발1팀장의 상가 투자 성공 노하우를 동행취재를 통해 들여다본다.

 

100×100m 지역 안에 매출이 있다

 

지난 2일 서울시 마포구 홍익대입구 상가 주변. 박 팀장은 최근 일주일 동안 눈여겨봤던 점포 앞에서 지도를 꺼냈다. 그러고 나서 가게의 앞뒤 좌우로 길이 100m의 정사각형을 그렸다. "여기 박스 안에 들어간 주택과 사무실, 도로는 이 점포가 매출을 얼마나 올릴지 말해주는 핵심 배후지입니다."

 

박 팀장은 길이 100m의 정사각형 모양 배후지역을 일일이 걸어 다니며 도로나 골목이 깨끗한지, 오르막길이나 경쟁 점포는 없는지를 지도에 빼곡히 적었다. 특히 지역 안에 규모가 큰 경쟁 점포가 있으면 그 주변은 배후지에서 제외시켰다. 반대로 정사각형에서 벗어난 지역도 도로가 '()'자로 곧게 뻗고 경쟁 점포가 없으면 포함시켰다. 박 팀장은 "일반적으로 소비 욕구가 높은 20·30대가 많이 지나가는 곳이 좋다"면서 "경쟁 점포가 있더라도 상품 구색이나 서비스 수준, 소비자 평가 등이 떨어지는 곳은 배후지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배후지가 정해지자 박 팀장은 주택·사무실의 종류와 거주민의 성향을 구체적으로 조사했다. "아파트·단독주택·오피스텔과 같은 주거형태와 면적, 빌딩에 입주한 직장인의 업종에 따라 점포 매출은 크게 달라집니다."

 

박 팀장은 "165(50) 이상의 주택은 40대 후반 이상 중산층이 자녀와 함께 살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에 비해 원룸주택은 이른 아침과 늦은 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어 있는 반면 오후 9시 이후에는 구매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무실 역시 보험회사가 들어와 있으면 직원 대부분이 외근하기 때문에 매출에 거의 도움이 안 된다"면서 "오피스 빌딩에 입주한 회사들의 출·퇴근 시간과 근무 성격도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역세권이면 무조건 좋다(?)

 

상가 투자자들의 공통된 고민 중 하나는 돈을 더 주더라도 역세권이나 대로변 점포를 얻을 것인지, 아니면 저렴하게 골목 안으로 들어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점포 주변에 유동인구가 많다고 모두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박 팀장은 "유동인구가 매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지만 지나가는 사람만 많은 '영양가 없는' 점포도 있다"고 했다.

 

"점포 앞을 지나는 사람 숫자에 지나치게 현혹돼선 안 됩니다. 역세권은 대개 유동인구가 많다고 높은 권리금과 월세를 요구하는데 매출과 무관한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많아요." 그는 "대로변이 눈에 더 잘 띄기는 하지만 점포 앞에 횡단보도나 주차시설이 없다면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의 50(15)짜리 점포 앞에는 4차로 대로가 있다. 또 원룸과 오피스텔이 가게 뒤편에 500가구, 길 건너편에 300가구가 밀집해 있다. 경쟁 점포도 반경 100m 안에 전혀 없다. 그러나 이 도로의 횡단보도는 가게에서 100m 정도 떨어져 있고 자동차도 빠르게 달린다. 이 때문에 "이 점포는 대로변에 있지만 길 맞은편까지 배후지로 볼 수는 없다"고 박 팀장은 평가했다.

 

박태열 GS리테일 수도권개발1팀장이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학교 앞 사거리에서 점포 입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팀장은대로나 사거리 인근 점포는 권리금이 비 싼 만큼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물로 나오지 않은 점포를 공략하라

 

대개 상가를 구하는 경우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 이미 나와 있는 매물 중에서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박 팀장은 "매물로 나와 있지 않아도 적합한 자리라고 생각하면 가게 주인과 협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최근에 주변 상권이 위축되거나 경쟁 점포가 들어서 매출이 크게 떨어진 가게라면 주인의 마음을 돌려 다른 업종으로 바꿀 수도 있다.

 

박 팀장은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를 예로 들었다. "A카페는 개점 후 2년 가까이 주변에 하나밖에 없는 카페였습니다. 그런데 6개월 전 바로 옆에 규모가 크고 인테리어도 세련된 B카페가 생기면서 A카페의 영업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비록 매물로 나와 있지 않아도 카페 주인에게 점포를 처분하라고 제안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반대로 배후 여건이 좋아 입점을 결정하려고 할 때는 나중에 경쟁 점포가 들어서 영업에 차질을 빚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박 팀장은 "상가 권리금을 계산할 때 점포 앞을 지나는 사람들 모두가 고객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입지는 최소 5년이 지난 뒤 어떻게 변했을지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태열 팀장이 말하는 상가 투자 성공 노하우

 

1, 상가를 중심으로 100×100m 지역을 배후지로 정하라.

2, 배후지 안에 있는 주택·사무실의 종류와 거주자 성향을 파악하라.

3, 점포 앞을 지나는 유동인구에 너무 현혹되지 마라.

4, 대로변이면서 횡단보도나 주차시설이 있는 점포를 골라라.

5, 매물로 나와 있지 않은 점포도 ''이 좋으면 협상하라.

6, 입점을 결정할 때는 나중에 경쟁 점포가 들어설 가능성도 고민하라.

7, 상권과 입지는 5년 후의 달라진 모습을 감안해서 결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