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월의 쉼터/MBC사우회

여·야 간판 들고 선거판 나선 MBC 사장님들

풍월 사선암 2011. 3. 4. 09:31

·야 간판 들고 선거판 나선 MBC 사장님들

 

싸움은 재미있겠지만 모양새는 어쩐지 남세스럽다. 두 전직 MBC 사장이 427일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 말을 타고 싸우겠다고 나선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엄기영과 최문순. 두 사람은 고교·MBC 기자 선후배다. 엄씨가 고교는 5, MBC 입사는 10년 선배다. 그러나 MBC 사장은 최씨가 2005년에 먼저 됐고, 엄씨는 20082월 최씨 자리를 물려받았다. 엄씨는 지난 2일 한나라당에 입당해 출마를 선언했고,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인 최씨는 3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두 사람의 출마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그러나 국민의 표를 받아 공직자가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법 못지않게 윤리적 의무와 인간적인 염치를 무겁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MBC는 공영(公營)방송이다. 두 사람을 포함한 MBC 조직원들 스스로 줄기차게 'MBC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해 왔다. 시청자들도 전파와 방송의 공공성, 대중에 끼치는 방송의 영향력을 생각해 MBC의 공영성은 지켜져야 하고 보호받아야 할 가치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공영방송 MBC'의 핵심은 정치적 공정성과 중립성이다. MBC를 대표하는 사장은 정치적 외풍과 외압으로부터 조직을 지켜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회사를 물러난 전직(前職)이라고 해서 이 당위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MBC의 얼굴이었던 사람의 정치 행보는 그가 이끌던 조직의 정치적 입장·행태와 연관지어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장 퇴임 시기와 정치적 운신의 시차(時差)가 짧으면 짧을수록 그 상관성은 더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두 사람의 처신(處身)은 상식 밖이다. 최씨는 20082월 사장에서 물러난 뒤 한 달 만에 민주당으로 달려갔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부장급에서 일약 사장으로 발탁돼 '정권의 낙하산' 논란을 빚었다. 그가 사장이던 시절, 특히 2007년 대선 과정서 MBC가 어떤 방송을 했는지는 굳이 되새길 필요도 없다. 엄씨는 사장 재임 때 PD수첩의 '광우병' 방송 등으로 한때 여권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퇴임도 방문진의 이사진 선임에 대한 항의 표시 성격이 강했다.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나서면서 노조원들에게 하트를 그려 보이며 "MBC를 지키는 데 여러분이 힘을 다해 주십시오"라고 했던 그가 1년 만에 여당에 들어갔으니 '갈팡질팡' '오락가락'이란 뒷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경우가 없지만 그보다 먼저 정치권에 발을 담근 것도 모자라 선거에서 맞서 싸울 생각을 하는 두 사람의 양식(良識)이 의심스럽다. ·야와 두 사람이 '언론기관 MBC'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더 나아가 이 나라 저널리즘의 발전 문제를 1초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저널리즘 교과서에 '방송사 사장들이 해서는 안 될 일'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만한 일이다.

 

MBC 기자는 최근 한 인터넷 매체에 이렇게 말했다. "MBC 출신들이 선거에 나가 정치 대결을 하는 것이 창피하다. MBC 사장 자리가 정치 수업을 받고 정치인을 육성하는 자리처럼 비치고, 또 각각 다른 당 후보로 선거에 나오는 것이 MBC 내부에서 정치적 성향이 대립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