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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재테크 국민연금)②약점도 많아..신중히 판단해야

풍월 사선암 2010. 8. 22. 18:23

(신종 재테크 국민연금)②약점도 많아..신중히 판단해야

 

국민연금 최대 허점..조기 사망 불리

`정책 변경`..어찌될 지 아무도 몰라

고소득자들 재테크 수단 변질 우려도

 

국민연금의 최대 강점은 수익률이지만 뒤집어 보면 수익률 말고는 별 장점이 없기도 하다. 민간 연금보험 상품들이 제공하는 유연한 선택 여지가 국민연금에는 거의 없다.

 

특히 가입자가 빨리 사망하는 경우가 가장 문제다. 사망하면 유족에게 지급되는 금액이 민영 연금 상품 보다 매우 적다. 평균 수명을 못 채우고 사망하면 국민연금이 민영 연금보험보다 더 불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로 예상 수급액이 언제 달라질 지 모른다는 점도 국민연금 임의가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또 국민연금 임의가입 제도는 소득 없는 계층이 노후에 국민연금 마저 못받을 경우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어서 부유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국민연금 최대 약점..조기 사망하면 불리

 

국민연금의 가장 큰 약점은 조기 사망하면 연금을 거의 못받는다는 점이다. 민간 연금보험은 가입자가 일찍 사망하더라도 사망시점에서 남은 연금을 계산해 유족들에게 일시불로 준다. 수익률이 국민연금보다 낮긴 하지만 자기가 낸 돈은 다 돌려받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연금지급시기가 되기 전에 죽으면 낸 보험료에 정기예금 이자만 쳐서 돌려주고, 연금을 받는 도중에 죽더라도 유족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당초 예정된 연금액의 40%~60%(가입기간에 따라 다름)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돈 없이 노후에 오래 살게 되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연금인 만큼 예상보다 일찍 죽으면 그 리스크가 줄어든 셈이 되므로 국가가 계속 지원해 줄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민연금은 예상보다 빨리 사망하는 가입자에게서 절약하게 된 연금을 예상보다 오래 사는 가입자에게 몰아주는 구조인 셈. 예상보다 빨리 사망하는 가입자들에게는 국민연금보다는 민영 연금상품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국민연금의 연금을 받는 나이는 미리 정해져있다. 1952년생 이후는 60세가 되어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고 69년생부터는 65세가 되어야 한다. 45세부터 연금수령이 가능한 민간 보험상품에 비하면 경직된 구조다.

 

목돈이 필요할 때 담보대출을 받을 수도 없고 변액보험처럼 필요할 때마다 펀드를 갈아타는 운용지시를 내리는 일도 국민연금에서는 불가능하다.

 

노후에 넉넉한 자금을 쓰기 위해 매월 납입금을 크게 올리는 것도 국민연금에서는 불가능하다. 국민연금은 매월 33만4000원이 최대 납입 금액이다.

 

◇ `정책 변경`..어찌될 지 아무도 몰라

 

국민연금 임의가입을 고민하는 가입자들을 끝까지 망설이게 하는 부분은 국민연금의 높은 수익률이 언제까지 보장될 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경우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받아가는` 체계로 또 바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민간 보험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5년에 한 번씩 연금재정을 재계산하고 지출을 조정하는 회의를 한다"면서 "지금 당장은 민영 연금보험보다 유리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유리할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988년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70%로 정했다. 은퇴전 평균소득의 70%를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해서 보장해주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연금고갈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2028년의 40년 가입자 기준 소득대체율은 40%까지 떨어졌다. 1988년에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은 정부의 `말 바꾸기`로 인해 처음에 기대했던 연금의 절반 가량만을 받게 되는 셈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설사 연금정책 변경이 또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민영 연금보험보다는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면서 "최근 유럽 국가들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부가 재정고갈을 이유로 연금 급여를 줄이는 일은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결코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추계에 따르면 현행 대로라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2043년까지 연금 지출보다는 연금 납입금이 더 많아 연금이 계속 쌓이지만 2044년을 기점으로 지출이 늘어나기 시작해 2060년에는 모두 고갈된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그때부터는 현재 9% 수준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더 올려서 젊은 층에게 내도록 하고 그 돈으로 은퇴한 분들의 연금을 나눠주는 방식이 도입될 것"이라면서 "많은 선진국들이 이미 이런 방식으로 전환됐지만 연금 지급은 계속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래의 젊은층에게 국민연금 부담을 떠넘길 경우 그들이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소득의 25%(현재는 9%)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런 제도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생기게 하는 대목이다.

 

▲ 국민연금 임의가입대상 가운데 41.5%가 주부(남성 포함)이며 약 553만명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자료 : 국민연금연구원

 

◇ 고소득자들 재테크 수단 변질 우려도

 

국민연금 임의가입제가 고소득 계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최근 임의가입자가 늘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임의가입이라는 제도가 여유소득이 있는 계층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어서 늘어나봐야 10만명 정도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550만명의 주부들 가운데 10만명 정도라면 대부분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계층일 것이라는 얘기다. `강남 주부들용 재테크`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런 까닭.

 

그러나 국민연금 임의가입 제도는 소득이 없는 계층이 노후에 국민연금마저 못받을 경우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빈곤층을 겨냥한 정책에 부유층들이 이른바 `체리피커(cherry picker : 제도나 혜택의 잇점만 취하는 소비자)` 처럼 혜택을 입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국민연금공단도 이런 점을 감안해 임의가입자가 내야할 보험료의 최저치를 8만원대로 낮췄다. 빈곤층의 임의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것. 그러나 정보 접근성이나 소득 측면에서 불리한 빈곤층보다는 부유층이 혜택을 볼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런 현상은 근본적으로 국민연금이 그대로 유지만 된다면 소득과 관계없이 가입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미래세대의 돈을 현재 세대가 나눠쓰는 구조라는 점 때문에 나타난다.

 

즉 재테크 차원에서 국민연금에 가입해 월 한도액인 33만1200원을 붓는 고소득층 주부들은 그보다 월 납입액이 적은 일반적인 국민연금 가입자들에 비해서는 국민연금의 구조적 혜택을 덜 보는 계층이어서 국민연금 고갈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 시스템 자체가 현재 세대의 부담을 미래 세대에게 넘기는 구조이고 그들 역시 이런 시스템에 편승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미래세대의 부담을 더 키우는 요인다.

 

한 민간 보험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부유층이 빈곤층을 지원하는 체계인 의료보험과는 달리 미래 세대가 현재 세대를 지원하는 구조여서 현 세대는 빈곤층과 부유층이 모두 혜택을 보는 구조"라며 "현 세대가 모두 체리피커 집단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부분은 국민연금 임의가입을 선택하는 부유층들에게도 결국 부담과 고민으로 작용한다. 나중에 국민연금 고갈 문제가 제기되어 납입제도나 수급제도가 바뀔 경우 이런 고소득 주부층의 연금급여를 먼저 축소하자는 여론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PB는 "지금은 월 최고액으로 임의가입을 해도 민간 연금보다 수익률이 높지만 앞으로 국민연금 제도가 바뀌면 고소득층 위주로 급여액을 줄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그러나 민간 연금보험보다 불리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저소득층은 임의가입을 하는 게 좋고 고소득층 역시 적절한 규모로 가입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2010.08.22 12:37[이데일리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