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마지막 장미 - 김남조

풍월 사선암 2010. 7. 25. 16:58

 

마지막 장미 - 김남조

 

지순한 정에 넘치고

에오라지 잘 되기를 비는

연한 새순같은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누구에게 주겠는가

 

반생을 지운

삶의 산마루에서

불현듯 느껴오는 보라빛 광망의

달밤같은 그리움이 있다면

누구에게 주겠는가

 

순은 벌어 잎새 무성하고

머잖아 눈부신 꽃숭어리를 펴 바칠

기찬 동경과 바라움으로

검은 살눈썹이 젖어든다면.....

 

여인이여

우리 생애에서 가장 쓸쓸한 시간이

언제 올지는 모른다

생명의 잔을 비우고 돌아가는 길은

우모인 양 내려 쌓이는

하얀 눈벌일지도 모르는데

 

숙연하여 몸서리칠 그때

마지막 누구의 이름을

부르겠는가

 

여인이여

도금한 금붙이의 값싼 자랑이나

지난날의 사치스런 욕망들을 흘려버리고

 

씻은 구슬같은 마음밭에

하나의 사랑만이 있는 대로의 깊이로 깃들인다면

그 사랑을 누구에게 주겠는가

 

한 송이의 뜨거운 장미,

마지막인 장미를

가진다며는.....

 

 

'행복의 정원 > 애송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보야 이 바보야 / 용혜원   (0) 2010.08.04
엄마 - 이해인  (0) 2010.07.27
삼각산 - 이성부  (0) 2010.07.18
세월은 지는 노을처럼 붉기만 하다...장시하  (0) 2010.07.15
가을 노트 / 문정희  (0) 2010.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