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車타고 집에가기
한국문화방송주식회사는 가난 했지만 참으로 좋은 회사 옅다. 그건 참 좋은 선배님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故 李○榮님도 많은 좋은 선배 중에 모든 면에서 훌륭한 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졸병사원에서 높은 자리에 오를 때까지 서로의 친교가 흐트러짐 없이 돈독(敦篤)했었다. 우리들이 신입사원일 때 그는 우리들에게 저녁을 자주 사주었다. 그래서 한번은 우리들이 돈을 갹출해서 그를 저녁에 모신 적이 있었다. 조촐한 대접였는데도 그는 감격해 하시면서 자리를 뜰 생각을 안 하시는 것이었다. 그 당시 통행금지가 있어 이제 그만 끝냈으면 하는데 그는 우리들더러 2차로 맥주를 마시러 가자는 것이었다. 시간은 없고 맥주는 마시고 싶었었다. 李 선배 제의를 거절 할 수도 없고 한잔만 마시고는 내 빼리라 하고 따라 나섰었다. 분위기가 익다보니 한잔만 마신다는 게 나무아미타불이 돼 버렸었다. 통행금지 시간이 임박했는데도 李 선배는 맥주를 자꾸만 시키는 것이었다. 종업원이 문을 닫아야 한다며 맥주를 더 이상 팔 수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李 선배는 " 안 가져와!"하며 맥주 컵을 내 던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안 가져 오니까 또 맥주 컵을 벽에다 내 던지는 것이었다. 서 너 차례 던졌을 때일까 순경이 나타나 우리들을 연행 해 가는 것이었다. 맥주 집앞에는 흰색지프 백차가 경광등을 번쩍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싶어 구경꾼들도 많이 모여 있었다. 백차에 올라 탄 우리들은 안절부절 하는데도 李선배는 태연했다. 그리고는 우리를 연행하는 순경더러 " 야 , 이 차(車)미아리 갔다, 흑석동 갔다, 마지막에 청파동으로 가!" 하고 명령하는 것이었다. "많이 취 하셨군요? 선생님은 기물파손행위로 신고돼 경찰서로 가야합니다." 점잖은 목소리가 들려 왔었다. "뭐라구. 못 가겠다는 거야? 늬네 백○제실장 바꿔!" 이름까지 되니까 순경이 움찔 하는 것이었다. "선생님들 어디에 계신 분들 이십니까?" " 응, 우리들 MBC에서 푸른신호등 방송하는 사람들이야." 그렇게 그렇게 해서 白車타고 통행시간 지나 호강하며 무사히 집에 갔었던 적이 있었다. 李○榮 선배님! 그때 여러가지로 고마웠었습니다. 고히 永眠하시옵소서! <- BelLee님의 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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