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월의 쉼터/MBC사우회

<雜記> 白車타고 집에가기

풍월 사선암 2009. 10. 7. 10:14

 

白車타고 집에가기

 

한국문화방송주식회사는 가난 했지만 참으로  좋은 회사 옅다.

그건 참 좋은 선배님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故 李榮님도 많은 좋은 선배 중에 모든 면에서 훌륭한 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졸병사원에서 높은 자리에 오를 때까지 서로의 친교가 흐트러짐 없이 돈독(敦篤)했었다.


우리들이 신입사원일 때 그는 우리들에게 저녁을 자주 사주었다.

그래서 한번은 우리들이 돈을 갹출해서 그를 저녁에 모신 적이 있었다.

조촐한 대접였는데도 그는 감격해 하시면서 자리를 뜰 생각을 안 하시는 것이었다.


그 당시 통행금지가 있어  이제 그만 끝냈으면 하는데 그는 우리들더러  2차로 맥주를 마시러  가자는 것이었다. 시간은 없고 맥주는 마시고 싶었었다.


李 선배 제의를 거절 할 수도 없고 한잔만 마시고는 내 빼리라 하고 따라 나섰었다.

분위기가 익다보니 한잔만 마신다는 게 나무아미타불이 돼 버렸었다.


통행금지 시간이 임박했는데도 李 선배는 맥주를 자꾸만 시키는 것이었다.

종업원이 문을 닫아야 한다며 맥주를 더 이상 팔 수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李 선배는 " 안 가져와!"하며 맥주 컵을 내 던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안 가져 오니까 또 맥주 컵을 벽에다 내 던지는 것이었다.


서 너 차례  던졌을 때일까  순경이 나타나 우리들을 연행 해 가는 것이었다.


맥주 집앞에는 흰색지프 백차가 경광등을 번쩍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싶어 구경꾼들도 많이 모여 있었다.

백차에 올라 탄 우리들은 안절부절 하는데도 李선배는 태연했다.


그리고는 우리를 연행하는 순경더러 " 야 , 이 차(車)미아리 갔다, 흑석동 갔다,

마지막에 청파동으로 가!" 하고 명령하는 것이었다.


"많이 취 하셨군요?  선생님은 기물파손행위로 신고돼 경찰서로 가야합니다."

점잖은 목소리가 들려 왔었다.


"뭐라구. 못 가겠다는 거야? 늬네 백○제실장 바꿔!" 이름까지 되니까

순경이 움찔 하는 것이었다.


"선생님들 어디에 계신 분들 이십니까?"


" 응, 우리들 MBC에서 푸른신호등 방송하는 사람들이야."


그렇게 그렇게 해서 白車타고 통행시간 지나 호강하며

무사히  집에 갔었던 적이 있었다.


榮 선배님!

그때 여러가지로 고마웠었습니다.

고히 永眠하시옵소서! <- BelLee님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