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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이세돌 화해 악수하라!

풍월 사선암 2009. 6. 6. 00:35

한국기원-이세돌 화해 악수하라!

아직 서로의 상처를 치료할 시간은 있다!


바둑동네가 시끌시끌하다. 최근 기사회가 이세돌 9단에 대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응수타진을 하자 이9단이 ‘휴직을 고려 중’이라는 초강수로 맞받아친 때문이다.

 

이9단의 이러한 ‘돌출’ 행마를 두고 바둑계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한국바둑의 어두운 내일을 염려하는 바둑팬들의 한숨소리도 깊어지고 있다.


이9단을 둘러싼 파열음은 서둘러 가라앉혀야 한다.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도려낼 부위는 도려내고 꿰맬 곳은 꿰매야 한다. 그렇지 않다가는 병이 골수에까지 미칠지 모른다.


병을 치료할 때는 병인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겉으로 드러난 병세만 고치려 하다가는 병이 더욱 깊어져 결국 목숨까지 위협받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의 시작점이 된 ‘이9단의 한국바둑리그 불참’과 관련한 ‘모종의 조치’는 원점부터 다시 논의돼야 한다. 잘못된 법의 잣대로 죄를 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기원은 ‘선수가 원할 경우 바둑리그에 불참할 수도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는 이9단이 참가 여부를 결정짓기 전에 이미 소속 팀이 결정되고, 다른 일정들이 빠르게 진행됐다. 그러다 이9단이 불참을 통보하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고 윽박지르고 있는 형국이다. 억지로 갖다붙인 듯한 인상의 ‘죄목’은 통보 마감시한을 몇 시간 넘겼다는 것.


하지만 이9단이 바둑리그에 불참할지 모른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럼에도 바둑리그 관계자 모두 ‘아무려면 그렇게까지야 하겠어’ 하고 수수방관했다. 이9단이 마감시한을 조금 넘긴 것이 벌받을 일이라면, 참가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소속팀을 결정하고 막무가내로 일정을 진행함으로써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관계자들의 잘못은 더욱 크게 문제 삼아야 한다.


징계권이 없는 기사회가 총회까지 열어 가며, 한국기원 이사회의 고유권한인 징계(총회에서는 ‘어떤 조치’로 얘기됐지만)를 운운한 것 역시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얼마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어느 선배 기사와 관련해서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지 않았고, 징계 등의 문제는 기사회의 몫이 아니다’라고 말하던 사람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이9단과 관련해서는 하나같이 날선 목소리를 냈다. 소명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마치 인민재판을 하듯이 공개투표에까지 부쳤다. 가부를 떠나 이9단에게 인간적으로 큰 상처를 준 행위다.


그렇다고 해서 이9단의 행보가 모두 바르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 성향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이9단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한국 1인자’로서 가져야 할 의무나 책임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사회적 통념으로 통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이9단은 종종 손사래를 쳤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후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기자들을 통해 자신의 기쁨을 팬들과 나누고, 대회 관계자들에게 ‘멋진 대회를 만들어 줘 고맙다’는 뜻을 전하는 모습을 이9단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번에 ‘괘씸죄’의 화살을 맞은 셈이다.


따라서 이번 사달의 해법은 간단하다. 서로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700만 바둑팬들을 위해 악수를 하는 것이다.


우선 한국기원과 바둑TV 등 대회 관계자들은 불합리한 규정이나 제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바른 잣대로 벌줄 것을 벌줘야 뒤탈이 없다. 그중에서도 한국바둑리그와 관련한 문제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최강자들에 대한 배려 부족, 까딱하면 랭킹점수만 깎아먹게 되는 불합리, 빡빡한 스케줄 등은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세계 최고의 기전이라고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그에 걸맞게 운영해야 한다.


이9단 역시 한국바둑의 1인자이자 국보급 기사로서 마땅히 져야 할 책임과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받아들이는 게 옳다. 특히 바둑팬들을 볼모로 삼아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는 듯한 포석은 두지 말아야 한다. ‘휴직’ 등의 카드를 함부로 꺼내들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지금 한국바둑은 세계최강국의 자리를 중국에 내줄 판이다. 이런 때에 이9단의 공백은 치명적이다. 한국바둑이 세계최강국의 면모를 잃는 순간, 한국바둑은 기나긴 침체의 늪에 빠질 게 불보듯 뻔하다. 일본바둑이 지금 그러하고 있듯이….

 

더욱이 이9단의 휴직은 현재 진행 중인 각종 기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바둑계를 위해 판을 벌여준 스폰서들을 실망시키는 일이다. 그들마저 등을 돌리면 바둑계는 그야말로 공멸이다. 오래전 조치훈 9단이 큰 사고를 당하고도 끝까지 바둑판을 지킨 이유를 이9단은 알아야 한다.


바둑팬이나 스폰서 모두 이9단의 기권패가 적힌 대진표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한국 최고의 기전인 국수전이 ‘국수’ 없이 파행으로 치러지는 것은 더욱 참담한 일이다. 그 책임에서 이9단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바둑계에 영원히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부터 군자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역사’다. 한국기원이든 이9단이든 한국바둑사에 부끄러운 날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이즈음에서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의 악수를 하는 게 최선이다. 아직은 ‘징계’도 ‘휴직’도 말뿐이다. 상처를 치료할 시간은 있는 셈이다. 하지만 때를 놓치면 한국바둑이 죽는다.


<스포츠칸 엄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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