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보일(Susan Boyle)을 배출한 영국 ITV 쇼 '브리튼즈 갓 탤런트'가 2009년 세번째 방송에선 10세 소녀의 등장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이름은 홀리 스틸(Hollie Steel). 멘체스터 예선에 등장한 소녀는 그냥 보기에도 깜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워낙 신동이며 재능있는 어린이들은 TV를 통해 많이 소개되어 왔지만, 이번엔 정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을 듯 합니다. 노래는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에 나왔던 ‘아이 쿠드 해브 댄스드 올 나이트(I Could Have Danced All Night)'. 오드리 헵번이 잠자리에 들 시간인데도 여전히 무도회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를 표현하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깜찍한 열살짜리 아가씨가 부르니 어떻게 들릴까요?
불행히도 이 노래의 유튜브 동영상은 거의 대부분 퍼오기 금지 상태입니다. 조치가 점점 빨라지는군요. 유튜브 쪽의 조치인지, ITV 쪽의 조치인지 모르겠지만 딱 장사가 될 몇명, 즉 수잔 보일이나 폴 포츠, 샤힌 자파골리에 이어 이번엔 홀리 스틸이 퍼오기 금지가 된 걸 보니 강력한 우승후보로 이미 꼽히고 있는 모양입니다.
발레리나 옷을 입은 소녀 홀리 스틸이 등장해 무대에서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사실 춤 실력은 그리 대단치는 않습니다. 스텝이 꼬이자 까칠이 사이먼 아저씨가 중단 벨('전국 노래자랑'의 '땡'에 해당합니다)을 누르려고 손을 들어 올립니다. 바로 그때, 꼬마 아가씨가 노래를 시작합니다.
초정약수같은 쨍쨍한 목소리. 듣자마자 객석은 열광합니다. 노래를 들은 뒤 아만다 홀든에게 소감을 묻자 대답이 걸작입니다. "거울 보는 것 같았어요." 어린 시절의 자신과 똑같았다는^ 얘기죠. 실제로 홀든은 홀리 스틸이 노래하는 동안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더군요.
이 소녀가 준결승에 진출한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자, 원곡을 들어 봅시다.
오드리 헵번이 런던 뒷골목의 막 자란 꽃파는 아가씨 일라이저 역으로, 렉스 해리슨이 자만심 가득한 언어학 교수 역으로 출연한 '마이 페어 레이디'는 뮤지컬의 고전 중에서도 손꼽히는 작품이죠. 특히 자신이 창조한 여신에 대한 사랑은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 이야기에서부터 면면히 내려오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노래는 오드리 헵번이 직접 부른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시작 부분의 한두 소절을 빼고는 뮤지컬 배우 마니 닉슨(Marni Nixon)이 부른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집요한(?) 네티즌이 오드리 헵번이 부른 목소리만으로 영상을 합성해 복원해 놓은 게 있더군요. (참 대단합니다.) 이게 오드리 헵번의 진짜 목소리입니다.
실망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배우는 성량으로만 노래하는 게 아니죠. 감정을 실어 부르는 목소리는 결코 일류 가수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영원한 마리아 수녀님, 줄리 앤드류스의 목소리입니다.
홀리 스틸은 방송 뒤 부모의 인터뷰에서 네살 때 한쪽 폐를 절단할 것을 권유받는 등 큰 병마를 딛고 일어난 사실이 알려지며 또 한번 주목을 끌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그렇게 큰 병을 앓았던 딸이 이렇게 예쁘게 자라 춤과 노래까지 할 수 있다는게 대견하기 짝이 없겠죠. 게다가 지방 극장에서 뮤지컬 '애니' 역을 따낸 뒤에는 흔히 재능 있는 아이들이 그런 일을 겪듯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수잔 보일, 샤힌 자파골리, 홀리 스틸이 과연 결선에서는 어떤 승부를 펼칠지 궁금합니다.
마지막 보너스는 25일 방송에 출연해 관객을 웃긴 한 아줌마. 사이먼이 가수가 꿈이라는 아줌마에게 가수로서의 목표를 묻자 당당하게 "차트 1위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노래는 아이린 카라의 고전 '페임(F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