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우리음악

윤선도 별장 (보길도 유배지)어부사시사

풍월 사선암 2009. 4. 7. 10:07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詩 :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작곡 : 이병욱 / 노래 : 어울림(김일륜, 유희성)

 

이 노래는 고산 윤선도가 전남 해남에 있는 아름다운 섬 보길도에 살면서 우리말로 지은 40수의 노래다. 내용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바다를 주제로 이곳에 인생을 묻고 사는 어부의 생활을 노래한 것인데 각 노래의 끝에는 어부가 배를 띄워 바다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이 노래 속의 어부는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생활인으로서의 어부가 아니다. 자연에 묻혀 세상의 시름을 모두 잊고 한적하고 청일한 어부의 생활을 본받으며 사는 어부이다. 그렇기 때문에 격렬한 삶의 모습보다는 바다를 즐기는 관찰자, 자연과의 완전한 합일을 추구하는 관조자적인 모습이 부각되고 있다.

 

윤선도는 이 노래를 지을 때 주인과 객이 뱃전을 두드리며 장단에 맞추어 함께 부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부사시사>는 각 절마다 반복되는 후렴구가 붙어 있어 마치 우리의 민요처럼 주고받는 식으로 되어있다.

 

 실내악단<어울림>정기연주회에서 김일륜님과 유희성님이 함께 <어부사시사>를 부르는 장면

 

그런가 하면 윤선도는 이 노래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자신의 여가시간에 부르도록 하였다고도 하는데, 이렇게 윤선도의 생활 속에서 우러나온 <어부사시사>는 그 후 세상으로 퍼져나가 조선조 노래 중에서도 최고봉에 달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윤선도 보다 백년 남짓 늦게 태어나서 가객으로 이름을 날렸던 김수장은 자신의 노래책 <해동가요>에 어부사시사에 대하여 "이 어옹의 노래는 가법(歌法)에 티가 없고 맑고 드높아서 내가 보건대 오르기 어려운 만길의 봉우리 같다. 내 평생의 성품이 노래를 좋아하였기 때문에 감히 구를 맞추어 싣는다." 라고 기록할 정도였다. 윤선도 자신도 <어부사시사>를 지으면서 이 노래가 천백세 동안이라도 성할 것이라는 자부를 감추지 않았었지만 노래의 전통은 이미 사라져 버린지 오래다.

 

작곡가 이병욱은 이 노래중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노래 중에서 각 한편씩을 골라 남녀 창으로 작곡하였다.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봄노래(春詞)

봄노래는 봄날 바닷가의 꿈결같은 서정이 깨끗하고 단아하게 펼쳐진다. 처음 도입부는 남창, 여창이 같은 선율 진행을 보여 안정된 느낌을 준다. 이어 남창과 여창이 노래를 주고 받는 중간부분에서는 흥이 고조되어 절정을 이루다가 다시 후미에 이르러서 고조된 느낌을 가라앉히려는 듯 두 노래가 조촐하게 서로를 감싸듯 마무리된다.

 

동풍이 건듯부니 물결이 고이 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돛을 달아라

동호를 돌아보며 서호로 가자스라

지국총 어사와 지국총 어사와

앞뫼는 지나고 뒷뫼는 나아온다

앞뫼는 지나고 뒷뫼는 나아온다 뒷뫼는 나아온다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 봄노래(春詞)

 

여름노래(夏詞)

여름노래 도입부의 허밍부분은 여름 아침 바다에 차 오르는 물안개를 연상시켜 주는듯 몽상적이다. 그러나 남창의 힘찬 노래는 물안개를 거두려는 햇살처럼 밝다. 노래의 끝 부분에서는 또 한번의 어울림이 이루어진다.

 

연잎에 밥싸두고 반찬을랑 장만 마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청약립(靑?笠)은 써있노라 녹사의(綠蓑衣) 가져오느냐

지국총지국총 어사와 어사와

무심한 백구는 내 좇는가 제 좇는가.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 여름노래(夏詞)

 

가을노래(秋詞)

가을노래에서는 따사로운 가을아침 햇살아래 배를 띄우며 만선을 기원하는 어부의 안정된 선율진행으로 표현되고 있다. 특히 이 노래에서는 임시표의 사용으로 다양한 음향표현이 돋보인다.

 

수국의 가을이 오니 고기마다 살져있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만경징파(萬頃澄波) 슬카지 용여하라

지국총 지국총 어야디야 어야디야

인간을 돌아보니 멀도록 더욱 좋다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 가을노래(秋詞)

 

겨울노래(冬詞)

겨울노래에서는 인간사의 고통과, 고통 속에서도 무심한 마음으로 자연과 합일하려는 삶의 의지가 여창과 남창으로 대비되면서 전개된다. 전체적으로 반주부의 안정된 움직임을 바탕으로 선율의 움직임이 유려하게 펼쳐진다.

 

간밤에 눈갠후에 경물(景物)이 달랐고야

이어라 이어라 이어라 이어라

앞에는 만경유리 뒤에는 천첩옥산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사와

선계(仙界)인가 불계(佛界)인가 인간이 아니로다

선계인가 불계인가 인간이 아니로다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 겨울노래(冬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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