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모차르트의 편지

풍월 사선암 2008. 12. 10. 11:40

 

 

모차르트가 22세 때인 1778년 고향 잘쯔부르크를 떠나 만하임에 머무르고 있을 때, 궁정교회의 가수 후리돌린 베버 일가와 사귀면서 그의 큰 딸 알로이지아와 뜨거운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모차르트의 ‘소프라노를 위한 레치타티보와 아리아(K294)’는그녀를 위해 작곡한 곡이다.] 모차르트는 그녀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간직한 채 그 해 3월 파리로 떠났다.모차르트가 파리에 있는 동안 베버 일가는 만하임에서 뮌헨으로 이사를 갔다. 그 사이에알로이지아의 마음은 변했다. 모짜르트가 뮌헨으로 그녀를 찿아가 보니 이미 태도까지 쌀쌀해진 뒤였다. 알로이지아에게 실연당한 모짜르트는 그녀의 동생인 콘스탄쩌에게 마음이기울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버지 레오폴트는 아들의 연인에 대해 몹시 못마땅해 했다.모차르트는 다음과 같은 1781년 12월 15일자편지 속에서 아버지에게 콘스탄쩌에 대한 사랑을 소상하게 말하고 있다.

 


 

아버지에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목소리가 제 몸 속에서도 강하게 울리고 있습니다. 그런점에서는 어쩌면 덩치 큰 시골 청년보다 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요즘 대다수의 젊은이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살 수가 없습니다. 첫째는 제가 종교관념이너무 강하며, 둘째는 이웃에 대한 사랑과 명예심이 너무 커서 순진한 처녀를 유혹할수도 없으며, 셋째는 병에 대한 혐오와 공포, 제 몸에 대한 염려가 많아서 창녀를 찾아갈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저는 어떤 여인과도 그 같은 관계를 맺은 적이 없습니다.  또그랬다고 하더라도 아버지께 숨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평범한 남자라면 누구나 그런잘못쯤은 저지를 수 있는 것이고, 한번 실수는 과히 큰 허물이 되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지만 역시 이런 문제로 한번 길을 잘못 들면 쉽게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저 자신 스스로 조심을 하지않을 수가 없군요.


물론 육체적인 문제가 (큰 힘으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어떤 일을 결정하는 데 필요 충분조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제 처지로서는 떠들썩하게 놀러 다니는 것보다는 조용하게 집 안에 있는 것이 더 좋고, 어릴 때부터 옷이며 세탁 등의 자잘한 일을 손수 챙겨보지 않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는 결국 아내 아니겠습니까! 이런 것들을 다남한테 시켜서 하느라고 드는 비용이 얼마나 많은지는 말씀드릴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아내가 있다면 같은 돈을 벌어도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 혼자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지요. 물론 그대신 다른 지출이 생기기는 하겠지만 미리 예측할 수 있으면그에 따른 대비를 할 수 있는 법이고, 어쨌든 한결 알뜰한 생활을 할 수는 있을 겁니다. 게다가 제 소견으로 독신은 반쪽 인생밖에 못 사는 거라고 여겨지니까요. 제딴에도 여러 번심사숙고 했지만 마음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제 상대가 누구냐구요? 부디 놀라지 마세요. '설마 베버 댁의 아가씨는 아니겠지'하시겠죠. 아니오. 그 댁 따님이 맞습니다. 그러나 요제파도 조피도 아니고 그중간에있는 콘스탄체 양입니다. 사실 한집안의 자식들이 서로 그렇게 다른 것을 저는 처음 보았습니다. 맏이는 천박하고 뚱뚱하며 불성실해서 믿을 수 없는 사람이고, 랭 부인인 알로리지아는 진지하지 못하고 심술궂고 바람둥이 기질이 있습니다. 또 막내는 아직 너무 어려서뭐라 말하기 어렵습니다만 사랑스러우면서도 천방지축인 데가 있어서 혹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을까 그것만 염려될 뿐입니다. 그러나 사랑스러운 콘스탄체는 다른 자매들의 뒷바라지까지 하는 착한 성품을 지니고 있으며, 가장 총명하기도 하여 한마디로 그중 최고의 규수라고 할 만합니다. 그녀 혼자서 힘겹게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지요.

 

오, 사랑하는 아버지. 그 집에서 우리 두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를 모두 설명드리려면 종이 몇 장으로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굳이 물으시면 다음번 편지에 적겠습니다. 그러나 우선 사랑하는 콘스탄체의 성품에 대해 좀 더 알려드리지 않을 수 없군요! 그녀는 못생기지는 않았지만 예쁘다고도 할 수 없는 외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모두 그녀의 작고 검은 두 눈과 우아한 몸가짐에서 나옵니다. 또한 재기발랄하지는 않지만아내와 어머니로서의 도리를 다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상식을 갖추었으며, 무엇보다 다행인점은 낭비벽이 없다는 겁니다. 낭비벽이야말로 최악의 덕목 이니까요.


그렇기는커녕 그녀에게는 소박한 옷차림이 몸에 배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 어머니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데다 다른 두 딸에 비해 콘스탄체에게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말쑥하고 깔끔한 편이지 세련됐다고 할 수없습니다. 또한그녀는 여자들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일을 스스로 처리해낼 수 있습니다. 매일 혼자서 머리를 손질하며, 가사에 대한 이해가 풍부하고, 세상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고 있지요. 게다가 우리는 온 마음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자, 말씀해보셔요. 아내로서 이보다 나은 여자를 바란다는 것이 가능한가요?


한 가지 더 꼭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군요.  제가 사직했을 당시에는 이런 사랑의 감정은생기지 않았습니다. 제사랑은 그 댁에 기거하면서 그녀의 따뜻한 보살핌과 봉사에 감동받은 나머지 싹튼 것입니다.


1781년 12월 15일. 빈에서.

 

모차르트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콘스탄체 베버와 결혼한 것은 1782년 8월4일이며모차르트가 26세, (1763년 1월 6일생의) 콘스탄체는 아직 20세가 채 안 된 때이었다. 이듬해인 1783년 8월부터 10월까지 모차르트는 잘쯔부르크의 아버지 집으로 아내를 대동하고 찾아가 머무르면서 아버지의 이해를 얻어 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끝내 아버지는 며느리에 대한 마음을 풀지 않았다고 한다. 모차르트는 절망감에 잠긴채 잘쯔부르크를 떠났다고 한다.

 

 

Allegro(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9번 '주놈' 제1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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