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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富村 도곡렉슬 10가구에 한집꼴 관리비 연체

풍월 사선암 2008. 10. 18. 11:52

강남富村 도곡렉슬 10가구에 한집꼴 관리비 연체


경기침체.증시급락 이어져 현금 바닥 … 대치동 일부, 연체율 두자릿수 넘기도


한국 최고의 부촌(富村)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에서 실물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 9월 관리비 연체율이 8%대를 넘었다.

 

중소기업 사장 신모씨(48)는 최근 경기악화로 사업이 어려워지자 자신이 소유한 2주택 중 한 채인 서울 잠실동 주공5단지 아파트를 처분하려 했다. 당초 9월 말까지 팔려고 했지만 집보러 오는 사람 하나 없어 이번엔 전세로 바꿔 내놓았다.


이마저도 나가지 않자 회사 운영자금 말고는 집에 생활비를 댈 수 없게 됐다. 월 25만원 하는 아파트 관리비를 신용카드로 낼 수 없어 몇 달째 연체하는 바람에 관리사무소에서 독촉장이 날아드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17일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관리사무소들에 따르면 금융경색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로 부촌(富村)인 강남권 아파트에서도 관리비를 못내는 가구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선 관리비 연체율이 두 자릿수를 넘기는 등 전례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도 값비싼 아파트로 손꼽히는 도곡동 도곡렉슬(총 3002가구)은 지난 8월 7.4%였던 관리비 연체율이 9월엔 8.2%로 급증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월 10만~40만원(86,88㎡ 기준) 하는 관리비를 못내고 연체한 가구가 지난 9월에만 246가구로 전체의 8.2%에 달했다"며 "실물경기 침체가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도곡렉슬의 세입자가 전체 가구의 40%가량인데 이들이 연체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펀드나 주식투자를 하다가 원금을 까먹고 당장 가계 유동성이 바닥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러다 연체율이 10%를 넘기지 않을지 심히 걱정된다는 눈치다.


서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총 3930가구)의 경우 현재 관리비를 못낸 가구가 250곳 정도 된다. 연체율은 6.3%로 6개월 전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주공5단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5개월 이상 연체한 악성 연체자도 30~40가구 된다"며 "연체를 하면 독촉장을 보내긴 하는데 전기나 수도를 끊기 어려워 사실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고 말했다.


대치동 A아파트는 관리비 연체율이 1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의 한 은행지점 관계자는 "A아파트의 관리비 연체율이 10%를 넘겼다고 들었다"며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그랬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경기하강 속도가 빠르다"고 밝혔다.


그는 "강남 사람이라고 해도 개인사업을 하는 경우엔 경기침체로 사업운전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며 "집에 가져다 줄 현금이 없으면 자연 관리비도 연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있어 대출한도 이상으로 신규 대출을 당겨 쓰기가 만만찮아 이런 가계 유동성 압박이 관리비 연체로 이어지고 있다.


세입자 비중이 주변 아파트보다 높은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가 관리비 연체자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주민은 "은마아파트에는 고소득자는 적고 세입자만 많아 아무래도 인근 지역에서 가장 연체율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우성2차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관리비 연체율이 한 자릿수 이내면 버틸 수는 있는데 연체율이 10%를 넘기면 아파트 관리에 상당한 차질이 생긴다"며 우려했다.


한경 2008-10-17 장규호/이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