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아내를 사랑합시다 / 영식님과 삼식 새끼

풍월 사선암 2008. 10. 14. 23:33
 

[헬스 편집실] 아내를 사랑합시다


'살 빼고 싶으면 아침밥을 드세요'란 제목의 지난번 칼럼 끝 부분에 '18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밥을 차려 준 아내에게 감사한다'고 썼더니, 이 대목이 적어도 제 주위에선 화제가 됐습니다. "그렇게 마누라가 좋아 신문에까지 광고 하냐? 팔불출(八不出)!" "맞벌이 아내에게 아침밥까지 얻어 먹는 비(非) 인간성" 같은 농(弄) 섞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밥은커녕 가장(家長) 취급도 못 받는데 참 대단하다"는 얘기도 두어 명으로부터 들었습니다.

 

지난 주 만난 한 친구는 제 칼럼을 읽었다며, 50대 이후에는 남편이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에 따라 '영식(零食)님' '일식(一食)씨' '이식(二食)군' '삼식(三食)세끼'로 호칭이 달라진다는 우스개 소리를 들려 주더군요. 한 끼도 안 먹는 남편은 '영식(令息)'처럼 존귀해 '님' 소리를 듣지만, 세끼 다 먹는 남편은 '새끼' 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이지요. 저 같이 밥 꼬박꼬박 챙겨 먹는 사람은 늙어서 '새끼' 소리 듣기 십상이라고 꼬집더군요.

 

남자들의 우스개 소리에선 이처럼 아내와 남편의 관계가 대립적으로 설정돼 있으며, 대개의 경우 아내는 남편을 쥐락펴락하는 '절대 강자'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인 것 같습니다. 남편들은 여전히 '남존여비(男尊女卑)'적 관념에 머물러 있으며, 아내를 일방적 '시혜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스개 소리 할 때만 '엄처시하(嚴妻侍下)'라고 너스레를 떠는 것이지요.


그러나 현실은 조만간 역전되게 됩니다. 은퇴 연령은 계속 낮아지고, 평균 수명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요즘 문상을 가면 고인(故人) 나이가 웬만하면 구십입니다. 현재 중년을 기준으로 하면 이제 누구나 100세를 사는 시대에 접어 들었고, 많은 미래학자들은 130~150세까지 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아닌 말로, 60세에 은퇴해 100세까지 산다면 40년간 아내가 아닌 누구에게 밥을 얻어 먹을 수 있겠습니까?


초 고령화 시대에는 건강 때문이라도 배우자가 있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이혼을 하면 사망률이 급속도로 올라갑니다. 울산의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미혼자는 기혼자에 비해 사망률이 6배 높습니다. 또 미국 시카고대 노화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장병이 있는 기혼 남자는 심장병이 없는 미혼 남자보다 오히려 4년 오래 살았습니다. 최근 '황혼이혼'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대부분 아내가 이혼을 요구한다는데, 그런 일이 내게 닥친다면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아내와 남편은 농담 속에서처럼 대립의 관계가 아니며, 60~70년을 함께 살아가야 할 '파트너' 입니다. 이런 파트너십의 중요성은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건강을 위해서라도 아내와의 관계를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 / 임호준 Health 편집장  

 


 

영식님과 삼식 새끼(세끼)


우리 한의원 단골 중에 85세 된 어떤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자식을 잘 키우셔서 의사, 교수, 사장이 되어 있어서 한 달 생활비를 넉넉하게 받아서 생활하시니 경제적으로 넉넉하신 편이시다.

 

그런데 부부 사이가 영 아니다. 할머니가 항상 화병으로 고생하신다.

할머니가 화병이 드신 이유가 이러하다.


할아버지는 아침을 드시고 나면 밖에 나가셨다가 점심 식사 때에 들어오시고 그리고 나가셨다가 저녁 식사 때에 들어오신다.

할머니는 일년 내내 하루 세 끼를 다 차려야 하니 외출도 잘 못하고 나갔다가 식사 때만 되면 돌아와야 하셨다. 그것도 할아버지는 항상 더운 새로 지은 밥만 드시니 더 힘이 들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야 자신이 산다고 늘 말씀하셨다.


그러다 정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할머니는 정말 우리 한의원에 잘 드나들지 않으시다가 얼마 전 영 기운이 없어서 못 살겠다고 약을 지으러 오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할머니는 신이 나서 친구들을 만나고 경로당에 다니며 외식을 하였다. 그러다 얼마 지나고 나니 그것도 신물이 나고 또 할머니에게 얻어먹던 친구들도 매냥 얻어먹을 수 없으니 눈치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니 할머니는 집에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지내다 보니 입맛이 떨어지고 또 일을 안 하다 보니 기운이 더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약을 지어 드시고 기운을 좀 차리는가 싶더니 결국 몇 개월 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요즘 시중에 떠도는 가슴 뜨끔한 유머 한 토막이다.

50대 이후에는 집에서 밥 먹는 회수에 따라서 남편의 호칭이 달라진다고 한다.


집에서 한끼도 먹지 않은 남편은 영식(零食)님,

한끼만 먹으면 일식(一食)씨,

두끼를 먹으면 이식(二食)군,

세끼를 다 먹으면 삼식(三食) 새끼(세끼)라는 것이다.

 

집에서 한끼도 안먹는 남편은 "님"으로 높여 부르지만. 하루 세끼를 집에서 해결하면 바로 "새끼"소리를 듣게 된다.

비슷한 것으로 다음과 같은 얘기도 있다.


50대 아내가 꼭 필요로 하는 4가지는? 답은 "돈, 친구, 딸, 찜질방" 이라고 한다.

그러면 50대 남편이 꼭 필요로 하는 4가지는? "아내, 마누라, 처, 와이프" 라고 한다. 

 

한때 유행했던 '간 큰 남자' 시리즈도 같은 맥락이다.

30대는 아침밥을 차려주기 바라는 남편"이고

40대는 부인이 야단칠 때 대꾸하는 남편'

50대는 '부인이 외출할 때 어디 가냐고 묻는 남편'

60대는 부인이 외출할 때 따라 가겠다고 나서는 남편' 이라는 것이다.

 

젖은 낙엽 족이란  말이 있다. 청소할 때 빗자루로 아무리 쓸어도 잘 안 떨어지는'젖은 낙엽' 처럼

 

아내에게 매달려 있는 노년 남편들의 모습을 빗대어 말한 표현이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인데 여성들이 '젖은 낙엽' 족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황혼 이혼도 늘어난다고 한다.

 

황혼 이혼의 경우 남성이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이혼 당하는 비율이 80%에 이른다고 한다.

정말로 "늙어서 두고 보기"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 '젖은낙엽'족이 있다면 한국에는 '나도족'이 있다.

혹시 떼어놓고 갈까봐 아내가 어딜 갈려고 하면 '나도 나도' 하면서 따라 나선다고 해거 '나도족'이다.

이사갈 때 혹시 두고 갈지 몰라서 강아지를 꼭 안고 있어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공히 일중독증에 걸렸다가  정년퇴임하는 남자들이 겪는 업보같다. 나도족이나 젖은 낙엽족이나

아내들에게는 매우 귀찮은 존재로 전락하는데 '남편 재택 스트레스 증후군' 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정년 퇴임한 남편이 집에서 어슬렁대니까 너무 싫고 견딜 수가 없다.

가끔 하루 정도 어딘가로 가주면 어쨌든 내 기분이 좋을텐데... 라는 절규에 가까운 푸념들이 아내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또 어떤 여성은 남편이 은퇴한 후 마치 '끈끈이' 처럼 자신에게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아 견디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젊은 시절. 자의든 타의든 가정을 등한시하고 '회사인간' 으로  살다가 퇴직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남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탱하고 있던 '일.직함. 명함'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 정신적 충격이 이만저만 크지 않다고 한다.

평생 가족을 위해 일했으니까

 

이제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다.

남편들은 이때부터 가정을 지켜온 아내들에게 괄시의 대상이 된다.

아내들이 그 나이가 되면 가정사로부터 제대하고 싶어 하는데 정작 남편들은 가정으로 입대하게 된다.

 

아내들은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자신의 시간을 갖고 싶어한다.

퇴근하고 집으로 직행하는 남편들이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일찍 들어오면 불편하고 늦게 들어오면 불안하다' 고 하지 않는가?

바로 "삼식세끼"가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노년 남자들이 산을 즐겨 찾는 이유도 알고 보면 아내의 괄시로 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 주된 것이라고 한다.

 

조사에 따르면 노년의 경우, 남자는 부부가 같이 있을 때 수명이 늘어나고 여자는 혼자 있을 때 오래 산다고 한다.

 

결국 나이가 들면 '남자는 여자의 짐' 이라는 말이다.

혹시 젊었을 때 가족을 짐으로 여겼다가 나이 들었을 때는 정녕 자신이 짐으로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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