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마흔 넷의 첫사랑 - 강태민

풍월 사선암 2008. 9. 23. 08:25

 

 

마흔 넷의 첫사랑                             

                             글. 강태민 / 낭송. 고은하


어느 정도 희비애락, 겪었을 나이인데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를 향한 심장은 두근거렸다.

생의 최초로 느껴보는 벅찬 두려움이다.


내게도 남성본능이 있길 원했다.

심장이 두근거려야 할 이유는 없고

다만, 스쳐 지나가는 인연까지는 좋았다.


탐욕만 꿈틀대길 바랐는데

탐욕은 간데없고 마음만 사로잡혔다.


그랬다!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던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을 것이라는 이 가슴은

그녀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좋다! 그녀를 미워하기로 작정했다.

이 마음 빼앗아 가버린 침략자라 규정했다.

사람의 가슴을 파먹는 못된 악마,

흡혈귀라 단정 지었다.


그런데, 가슴이 아프다.

못된 흡혈귀로부터 무엇 파먹힌 적 없는데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아픔이다.


사랑하기 싫어 미워했는데

이 마음 빼앗길 줄 미처 몰랐다.


생에 처음 그리움의 눈물 흐른다.

그립고, 보고 싶고 하는 것이

이런 것인 줄 몰랐다.


돌아눕는 베갯잇이 척척하다.

뒤집고 뒤집어도 여전히 척척하다.


오늘이 이렇게 가고, 내일이

이렇게 가면 잊혀지리라...

그런 날이 벌써 두 달 넘었다.


아직, 남아있는 눈물이 흐른다.

마흔 네 살의 첫사랑!

그 눈물 마르지 않고 잘도 흐른다.


생의 최초, 처음 느껴보는 벅찬 두려움

그것은 내 나이 마흔 넷

첫사랑이었다.